팔공산 선본사 갓바위는 연 참배객이 700만 명에 이르는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기도처로, 더구나 지금은 수능시험을 앞두고 있어 수험생 부모님들의 발길이 하루에도 수 십 만 번 이어지는 곳이다.

경북 경산시(시장 최병국)는 지난 10월 29일 팔공산 선본사에 ‘관봉석조여래좌상 참배장 내 불법 시설물 원상회복 조치’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팔공산 갓바위 참배장 내에 연등을 달기 위해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은 현상변경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시설물이기 때문에 11월 25일까지 철거, 원상회복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경산시 문화재관리담당 또한 “문화재보호구역이라면 부처님오신날 연등 설치도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혜용 스님, 이하 종평위)는 11월 6일 선본사 갓바위 내 임시 가설물 철거요구에 대한 종평위의 입장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경상북도청, 경산시청에 공문 발송했다. 종평위는 “연등을 달기 위해 임시로 세운 기둥에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 설치하라 요구하는 것은 법 논리에도 부합하지 않는 과도한 법 해석이며 행정조치”라고 규탄했다.

종평위는 문화재청이나 경산시가 도대체 왜 이렇게 과도한 행위를 하는지 그 이유에 의문을 표하며 관계기관의 이러한 결정과 조치는 국민의 자유로운 종교 행위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특정종교에 불리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했다는 종교 편향 시비마저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종평위는 공문을 통해 이런 우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타당한 법 집행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선본사 갓바위 참배장 내 임시 가설물 철거 요구에 대한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입장> 전문

1. 국민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시는 관계자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귀 조직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본 위원회는 우리사회의 종교편향 사건에 대한 예방 및 대응활동을 통해 사회통합과 국민화합에 기여하고자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설립한 공식기구입니다. 2. 지난 10월 29일 경북 경산시(시장 최병국)는 팔공산 선본사에 ‘관봉석조여래좌상 참배장 내 불법 시설물 원상회복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에서 “팔공산 갓바위 참배장 내 연등을 달기 위해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은 현상변경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시설물이기 때문에 철거하라”며 “11월 25일까지 원상회복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경산시 문화재관리담당은 한발 더 나아가 “문화재보호구역이라면 부처님오신날 연등 설치도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본 위원회가 선본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같은 결정은 경산시와 경상북도가 문화재청의 자문을 얻어 내린 조치라는 대답을 경산시와 경상북도로부터 받았습니다. 3. 본 위원회는 매년 설치해 왔던 연등 시설물을 돌연 불법으로 규정한 배경과 그 이유가 무엇인지 관계기관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본사 갓바위는 연 참배객이 700만명에 이르는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기도처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수능시험을 앞두고 있어 수험생 부모님들의 발길이 하루에도 수 십 만 번 이어지는 곳입니다. 이 참배객들의 간절한 마음을 연등에 담아내기 위해 일정 기간 임시로 기둥을 꽂고 줄을 맬 수밖에 없습니다. 허공에 연등을 설치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상설구조물도 아닌 이 기둥을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 설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법 논리에도 부합하지 않는 과도한 법 해석이요, 행정조치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4.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문화재청이나 경산시가 도대체 왜 이렇게 과도한 행위를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관계기관의 이런 결정과 조치는 국민의 자유로운 종교 행위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특정종교에 불리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했다는 종교 편향 시비마저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습니다. 더구나 부처님오신날 연등 설치까지 문제 삼는다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입니다. 이런 우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타당한 법 집행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끝. ※ 수신처 :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경상북도청, 경산시청.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 혜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