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속개된 제192회 중앙종회 정기회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총림 지정의 건이었다. 제9교구 동화사와 제13교구 쌍계사, 제14교구 범어사에 대한 총림 지정의 건은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동화사, 쌍계사, 범어사는 지난 10월 조계종 총무원(총무원장 자승 스님)에 총림 신청을 했다. 총무원은 10월 17, 18일 이들 본사에 대한 총림 지정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고, 19일 종무회의를 통해 중앙종회 제청을 결의했다. 총무부장 지현 스님은 이날 제안설명을 통해 “종합수도도량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지역포교가 활성화되고 거점사찰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산중 대중의 뜻을 반영해 중앙종회에 제청했지만, 총림으로 선정돼도 율원과 염불원 등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을 시에는 총림 해제한다는 조건으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총무부장 지현 스님이 총림 지정의 건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총림 지정에 대한 찬반 논쟁은 격렬했다. 무애 스님은 총림 지정이 명백한 종헌·종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무애 스님은 “종법에 수행 기관 중 두 개가 없으면 총림에서 해제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청사찰은 두 개의 수행 기관밖에 없다. 세 개가 부족한 것이다. 이는 비미한 조건을 봐달라고 할 문제가 아니다. 원칙과 명분의 문제”라며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또 “종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종법을 손질한 후 여법하게 처리할 일이지 종헌종법에 어긋나는 사안을 총무원이 앞장서서 통과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제정 스님도 무애 스님과 뜻을 같이 하며 명분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제정 스님은 “종법을 개정하거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지 종회라는 입법기구에서 명분을 무시하고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총림 신청 사찰의 종회의원들은 총림지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동화사 종회의원 성직 스님은 “총림지정은 부산과 대구라는 광역도시에 교세를 확장시키는 부분도 있다. 조건부라는 것이 있다. 서류가 미비할 때 부족한 점을 갖추라는 조건을 다는 것이다. 이번에 총림을 신청한 세 개 본사는 꼭 같이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활중 스님은 “법과 원칙을 중시해야하지만 동화사의 경우 종정예하를 모셔 총림의 위상을 충분히 갖췄다. 더구나 대구는 부산과 마찬가지로 기독교 성시화 운동의 거점으로 여겨진다. 이에 동화사 교구종회가 모두 모여 만장일치로 결의해 총림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어사 종회의원 정산 스님은 “범어사는 기독교의 부산 성시화운동을 희석하고 부산불교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총림지정은 이러한 범어사의 지역 교세확장에 원동력과 추진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무관 스님은 “총림을 전체적으로 보완하자는 움직임은 긍정적이지만,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포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다소 미비한 부분 있더라도 총림지정에 힘을 실어 달라”고 당부했다.

현근 스님은 “종헌종법을 현실에 맞게 미리 손질해야할 부분을 간과한 잘못도 있다. 현재는 총림을 원만히 갖출 수 있게 할 학인스님이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가 미리 예견하지 못한 부분을 참작하자”며 총림지정을 동의했다.

이에 따라 중앙종회는 △총림실태파악조사특별위원회 구성 △3월 종회에서 총림법 개정 △4월 1일부터 발효할 것을 전제로 총림지정의 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한편 중앙종회는 이날 정기회에서 종헌 개정 및 종법 제·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법안 스님을 선출했다. 이에 따라 중앙종회는 교구별 재적승 비례 중앙종회의원 의석수 배정 조정 논의의 건을 종헌 개정 및 종법 제·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로 이관했다.

템플스테이 활성화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의 건과 불교닷컴 제재 결의 해제 요청의 건은 발의자가 안건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