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정각원 건물. 목조 건물로 옛 경희궁의 본전이었던 숭정전을 옮겨온 것이다. 임진년 흑룡의 해를 맞아 이 숭정전 천정에서 흑쌍용이 발견돼 한 동안 화제였다. 흑쌍용은 중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고, 더구나 용들의 발톱이 7개, 즉 칠조룡이었던 것이다.
중국황제를 상징하는 용의 발톱도 5개인데 어째서 정각원, 그러니까 옛 숭정전의 천장에는 7조 흑쌍용이 조각되어 장엄되었을까. 이를 밝히는 정각원 제1회 세미나가 지난 10월 27일 정각원에서 열렸다.
정각원 천장에 새겨져 있는 7조 흑쌍용의 모습.
발톱이 7개인 칠조룡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되는 것으로, 정각원 천장의 7조룡은 광해군이 모신 것으로 추정되는 데, 7조룡은 유독 조선의 자주에 관심이 많았던 왕이었던 광해군의 독립자주 정신이 투영된 것으로 여겨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황제를 뛰어넘겠다는 조선의 당당함을 과시하려 했다는 풀이다.
동국대 강사이며 철학박사인 세준 스님은 이날 발표한 ‘정각원 칠조룡과 근정전 칠조룡: 용의 칠조와 숫자 7의 관계’라는 발제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세준 스님은 이밖에도 숫자 7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우주적인 수로 상정되었고, 북두칠성과 관련지을 수 있다며, 특히 권력의 상징인 용의 문양을 과감하게 칠조룡으로 새겨 넣은 용기와 기백을 이 시대에 되살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