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제의 불교적 해법 창출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조계종 노동위원회(위원장 종호 스님)는 10월 30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노동문제의 불교적 해법창출을 위한 조계종 노동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을 주제로 논의했다.

이날 공청회의 기조발제를 맡은 유승무 중앙승가대학교 교수(노동위원회 노동 위원)는 불교의 노동관과 노사관계를 보는 불교적 시각, 조계종 노동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불교계 내부의 노동현안 실태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촌철살인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다수의 노동관련인들이 공청회가 열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먼저 유 교수는 현 한국불교에서의 노동을 ‘선과 동등한 위상을 갖고 있는 육체노동’이라고 정의했다. 생존수단으로써의 세속적 노동의 의미와 자기부정을 통한 해탈의 수단으로써 종교적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불교의 연기사상으로 노사관계를 바라보면 단순한 행위 당사자 간의 정치경제적 이해가 아닌 생물권이나 생명권, 공공성과 공익성, 전체 사회적 책임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시각이 된다고 말했다.

유 교수(사진)는 이렇게 건강한 노동개념 및 연기론적 노사관계관을 가진 한국불교가 산업화 이후 노동현장과 정치사회적 참여에 대단히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올해 8월 기념비적으로 탄생한 노동위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유 교수는 노동위원회에 △노·사·정 모두가 이해관계를 초월해 동의하고 합의할 대안 제시 △삼법인의 사상적 기초와 사성제의 원리에 따라 노동문제 해결 △불교계 내부의 노동현안 실태를 점검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유 교수는 “조계종 내부 종무원은 물론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과 관련된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는 당장 시도해도 결코 이른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주제토론을 맡은 이근복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선교훈련원장)는 기독교계의 노동운동을 소개하고 조계종 노동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조언했다. 이 목사는 “조계종 노동위는 일반 노동단체처럼 활동할 필요가 없다”며 “종교기관이란 점에 기초해 활동해도 전체 노동운동에 기여하고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웃종교 장동훈 신부(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의 ‘천주교 노동사목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가톨릭 노동운동의 역사와 사례’와 주경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의 ‘불교계 노동운동의 역사와 사례’ 발표가 이어졌으며,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역시 ‘조계종 노동위원회에 바란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노동탄압을 분쇄하자는 구호가 적힌 조끼를 입은 공청회 참석자.

이날 공청회에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지부 등에서 다수의 노동자들이 참석해 불교계와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 노동위원회는 지난 9월 17일부터 ‘쌍용자동차 문제 조속한 해결을 위한 십만 배 기도’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