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수산대종사께서 입적하시어 사중이 혼란하므로 종단의 원로이신 여산암도 대종사께서 어려움이 많겠으나, 만암·서옹 두 분 대종사의 뜻에 따라 산중을 총괄지도(總括指導)하여 대중을 화합시키고 고불총림의 가풍을 진작해 주시기를 부촉합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월서스님을 통해 8월 14일 발표한 ‘부촉(咐囑)하는 글’ 전문.

“오늘 발표된 종정예하 명의의 ‘부촉하는 글’은 종정예하께서 작성하여 내리신 것이 아니며, 덕담으로 하신 말씀 중 일부를 성문화시켜 법회 주최측이 임의로 작성하여 대독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종정예하께서는 수차례 방문한 백양사 대중들에게 종헌종법에 의거, 산중화합을 위해 진력해 줄 것을 당부하신 바 있습니다. 종정예하께서는 모든 종도들이 종헌종법을 준수하고 수행에 진력하며 종단을 혼란케 하는 행위들은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각 언론사에서는 위 사실을 양지하시어 보도에 신중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계종 종정예경실이 8월 14일 총무원 홍보부서를 통해 각 언론사에 보낸 ‘부촉하는 글’에 대한 입장.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14일 고불총림 백양사 ‘호국안민 기원대법회’에서 월서스님의 대독을 통해 발표한 ‘부촉하는 글’과 이 글이 발표된 후 조계종 총무원을 통해 언론사에 배포한 ‘부촉하는 글에 대한 입장’이 상반돼 종정 스님의 ‘부촉하는 글’에 대한 진위논란이 일고 있다.

고불총림 백양사의 암도 스님과 시몽 스님은 종정 스님이 화합과 가풍 진작의 책임을 암도 스님(원로의원)에 당부했으며, 직접 종정 스님을 만나 받은 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예경실을 비롯한 종정 스님 쪽에서는 '부촉서'를 써 준 적이 없다고 완강히 부인, 부촉서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진제 스님은 백양사의 ‘호국안민 기원대법회’는 사실상 암도 스님의 고불총림 방장 추대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법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백양사는 종정 진제 스님을 대신해 원로의원 월서 스님이 ‘부촉하는 글’을 대중에게 공표했다. 이 자리에는 현해 월탄 정관 인환 세민 월서 정련 암도 스님 등 원로의원 13명이 참석해 ‘부촉하는 글’을 증명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종정 진제 스님의 ‘부촉하는 글’은 조계종의 법통을 상징하는 종정 스님이 고불총림의 어른이자 원로의원인 암도 스님에게 총림의 화합과 가풍 진작을 요청한 것이어서 사실상 차기 방장으로 인정 고불총림의 운영을 맡긴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반면 호국안민 기원대법회가 방장 추대법회가 될 수도 있는 우려로 인해 종정 스님이 불참한 것이어서 암도 스님을 종정 스님이 방장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부촉하는 글의 내용이 종정 스님의 뜻이냐 아니냐에 문제의 초점이 모아진다. 백양사 쪽은 주지 시몽 스님과 암도 스님 등이 직접 종정을 예방해 받아 온 '부촉서'라고 주장하고 있고,‘부촉하는 글’에는 종정 스님의 직인이나 서명 등이 빠져 있어 진제 스님이 내린 것이 아니라는 반박이 팽팽하다.

결국 종정 진제 스님의 ‘부촉하는 글’에 대한 진위공방은 종정 진제 스님이 직접 밝히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방장 추대’ 문제로 조계종단의 혼란을 일으킨 고불총림 백양사가 방장 자리를 놓고 두 패로 나뉘어 싸우는 모습이 점입가경이다. 이 다툼에 종정과 원로까지 개입된다면 조계종은 또 한 번의 불상사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패가 갈린 백양사와 이를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는 총무원 집행부의 무기력, 거기에 중앙종회와 원로회의의 주도권 다툼 양상이 백양사 고불총림 방장추대라는 장에서 한꺼번에 분출되는 모양새다.

갈수록 볼썽사나워지는 한국불교 장자종단 조계종의 모습에 불자는 물론 국민들이 보내는 우려와 탄식의 소리가 2012년 내내 멈추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