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3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난 6월, 용산참사 당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개의 문’이 개봉했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다만 현장을 목격하게 만든 이 독립영화는 개봉 후 현재까지 잔잔한 돌풍을 일으키며 용산참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두개의 문’은 개봉 30여일 만에 누적 관객 5만 명을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독립영화의 흥행 분기점으로 통하는 1만 명을 훌쩍 넘어선 숫자다.

기자, 지식인, 현직 공무원, 배우나 가수의 팬클럽 등 다양한 계층에서 ‘두개의 문’을 찾는 가운데 불교계에서도 영화 저변 확대에 힘을 보탰다. 7월 24일 오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한 불자들이 독립영화관 ‘인디플레이스’를 찾아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감독 및 관계자를 독려한 것이다.

자승 스님은 취임 후 용산참사 남일당 현장을 방문하고 유가족들을 후원하는 등 용산참사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왔다. 영화 관람에 앞서 자승 스님은 “좋은 영화를 만드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홍지유, 김일란 공동감독을 격려하고 소정의 선물을 건넸다.



영화 상영 전 인사를 나눈 '두개의 문' 김일란 감독(왼 쪽)과 자승 스님(가운데), 홍지유 감독(오른 쪽)

홍지유 공동감독은 무대 인사에서 같은 날 오후에 발표된 ‘이명박 대통령 측근비리 관련 대국민 사과’ 속보 뉴스를 언급하며, “3년 반 동안 사건의 가해 책임자들에게 사과조차 이끌어낼 수 없는 한국사회가 걱정스럽다. 올 12월 안에 용산참사에 대해 사과하는 속보영상도 만들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또 홍 감독은 “5만 관객이 든 ‘두개의 문’이지만 이제 개봉관도 하나둘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갈 길이 멀다. 10만 관객이 가능하도록 오늘 와주신 불자들께서 많은 힘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절에 가서 기도를 드리고 왔다”며 불자임을 밝힌 김일란 공동감독은 “기도의 힘인지 많은 분들의 관심 속에서 용산참사를 다시 한 번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 7월 20일 남일당(현재 공터) 앞에서 지낸 추모제를 언급했다. “총무원장 큰 스님을 뵙자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제를 지내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며 원장 스님이 영가를 천도해줬으면 하는 뜻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이어 “종교가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가 되고, 하루하루 살기 힘든 모든 사람들을 위로하는 종교가 됐으면 한다”며 인사를 마무리했다.

영화를 관람한 한 불자는 “참사의 책임은 무관심과 망각으로 일관한 우리 모두(불자)에게도 있다는 것을 통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종단의 지도급 스님들도 보여주기 식의 참여가 아닌 진정성 있는 관심으로 민중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의 지적은 언필칭 ‘이천만’에 이르는 불자들이 용산참사와 같은 살생과 폭력에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데 대한 일종의 경책으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