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누굴까? 혹자는 그 주인공이 ‘초등학생’이라고 말하는데, 우스갯소리로 넘기면서도 뒤끝이 씁쓸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첨단교육의 시대에 아이들은 그 어느 세대보다 풍요로운 물질 속에 살아가지만, 스트레스와 폭력성, 집중력 저하 등의 문제를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줄 사람은 누가 있을까? 유난히 아이들을 좋아했던 선승(禪僧) 성철 스님이 제격 아닐까?

호랑이선생님처럼 무섭지만 마음 따뜻한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통해 올바른 인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어린이 서적이 출간됐다. <어린이를 위한 ‘성철스님의 특별한 수업’>(주니어 김영사)이 그것이다.

마치 할아버지가 옛날이야기를 해주듯이 자상하고 친근한 구어체로 이뤄진 이 책은 원택 스님이 성철 스님과 지내면서 경험한 절 이야기를 담은 <성철스님 시봉이야기>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재구성했다. 겸손한 마음 가지, 소박하고 간소하게 먹기, 성실하게 공부하기, 물건 아껴 쓰기, 아낌없이 베풀기 등 성철 스님이 전하는 7가지 삶의 원칙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은 것이다.

동화 속에서 아이들에게 말을 거는 원택 스님은 백련사에서 생활하며 성철스님에 끊임없이 잔소리를 듣고 혼이 난다. 공부는 잘하지만 절 생활에는 서툰 원택 스님의 모습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고 성철 스님의 호통에 귀를 쫑긋 기울일 것이다.

책은 아이들에게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생생하게 전달되는 원택 스님의 경험담을 보고 있자면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생활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며 왜 물건을 아끼고 정리정돈을 해야 하는지, 왜 간소하게 먹고 쓰레기를 줄여야 하는지, 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베풀어야 하는지를 깨닫는다면 이미 성철 스님의 음성을 들은 것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성철 스님을 아는 기성세대에게 성철 스님은 여전히 그리움의 대상이자 마음이 힘들 때마다 찾게 되는 큰 스승으로 남아있다. 그런 성철 스님이 낯설고 생소한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스님과 가까워진다면 바른 인성은 물론이거니와 세대를 뛰어넘은 포교이자 전법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159쪽, 1만 원

글쓴이 박민주는?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1993년 3월부터 현재까지 BBS 불교방송 구성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2002년에 한겨레 아동문학작가학교 14기를 수료했으며, 현재 불교 방송 <뮤직박스> <김병조의 이야기 쇼>의 원고를 집필하고 있다.

그린이 이승현은?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 전문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 용산참사 이야기집 《파란집》이 있으며, 그림책《씨름》으로 한국어린이도서상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