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운경 예하
2026년 병오년 종정 예하 신년법어
세개월신(歲改月新) 만상갱신(萬象更新)
일념청정(一念淸淨) 세계개춘(世界皆春)
해가 바뀌고 달이 새로워지니 삼라만상이 다시 태어납니다.
한 생각이 맑아지면 온 세상이 봄과 같습니다.
이 게송이 주는 가르침에 따라 병오년 새해는 밖의 변화보다 먼저 안의 마음을 바로 세우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시회대중 여러분!
병오년은 붉은 말의 해로서 쉼 없이 달리는 기운을 지녔습니다. 말은 앞으로 나아가되 방향이 바르지 않으면 길을 잃고, 힘이 넘치되 고삐를 놓치면 스스로를 다치게 합니다. 오늘의 시대 또한 그러합니다. 세계는 더욱 빠르게 변하고, 갈등과 분열, 탐욕과 분노가 서로 맞물려 인간의 마음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불자는 멈추어 서서 마음의 고삐를 단단히 붙들어야 합니다.
세상이 혼란하다고 한탄하기 전에 내 마음이 혼란에 물들지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하고, 말 한마디, 생각 하나가 어긋남이 없도록 세행(細行)이 반듯해야 할 것입니다. 병오년 새해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계율을 생활로 삼고, 자비를 언어로 삼으며, 지혜를 행동으로 삼는 불자가 되기를 당부드립니다.
태고종은 선·교·율을 함께 세워 온 수행 공동체입니다. 수행은 산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가정과 일터에 있습니다. 가족을 대하는 마음, 이웃을 대하는 태도,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 불법이 살아 숨 쉬어야 합니다. 작은 탐욕을 내려놓는 것이 큰 평화를 부르고, 작은 분노를 참는 것이 큰 공덕을 이룹니다.
특히 이 시대의 불자는 분별과 대립의 언어를 멀리해야 합니다.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순간 자비는 사라지고, 옳고 그름을 앞세우는 순간 지혜는 흐려집니다. 부처님의 길은 이기고 지는 길이 아니라 함께 밝아지는 길입니다. 서로를 살피고, 서로를 품으며, 함께 중도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병오년 새해에는 수행자의 본분으로 돌아가 정진하는 종단, 신뢰받는 종단, 사회와 함께하는 불교를 이루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모든 시회대중이 한 마음으로 원력을 세운다면, 우리 종단의 수행 전통은 더욱 굳건해지고 불법은 세상 속에서 다시 꽃피울 것입니다.
부처님의 지혜는 시대를 가리지 않고, 자비의 빛은 국경을 가리지 않습니다. 새해를 맞아 각자의 마음밭에 정진의 씨앗을 심고, 인욕의 물을 주며, 보시의 햇살을 비추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가정에는 평안이 깃들고, 사회에는 화합이 일어나며, 이 나라 이 민족 위에 부처님의 가피가 두루하기를 서원합니다.
심원적조만연공(心源寂照萬緣空)
일보행래일보통(一步行來一步通)
회수불리당하지(回首不離當下地)
춘풍자재백운중(春風自在白雲中)
마음의 근원이 고요히 비추니 모든 인연이 공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도가 통하네.
돌아보아도 당하의 자리에서 벗어남이 없으니,
봄바람 속에 흰 구름이 스스로 한가롭도다.
불기 2570(2026)년 병오년 새해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운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