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문도장학회, 『속리산 법주사 비문』 발간

“속리산의 역사이자 문화 총망라”

법주사 강주 역임 철운 스님의 역작

속리산의 모든 글자를 담은 책자가 발간돼 화제입니다. 

금오문도장학회(회장 도공 스님, 이하 장학회)는 지난 10월 8일 『속리산 법주사 비문』을 발간했다. 이 책에는 자정국사 비문부터 산중에 산재한 암석각자까지 총 57종의 글자들이 망라돼 있다. 

철운 스님

『속리산 법주사 비문』은 법주사 강주로 있던 철운 스님이 작업한 결과물이다. 철운 스님은 2000년부터 2013년까지 강주로 재직한 바 있다. 

철운 스님은 “1998년 법주사 선원에 방부를 들여 정진한 뒤 강원 소임을 맡게 되었다. 강사로서 학인들이 속리산에 대해 잘 알고, 특히 역대 조사님들의 행적이 담긴 비문을 잘 알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작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소납은 법주사에서 15년 (1998~2013) 동안 머물면서 학인들에게 강의를 하고 나머지 여가에 산행삼아 속리산을 오르고 여러 암자를 순례했다. 암자에는 사적비와 중창비와 공덕비가 있고 법주사 주변에는 많은 고승대덕스님들의 부도와 비석이 있었다. 현장에서 읽어보기가 여건이 안 되어서 사진을 찍어서 컴퓨터에 저장해 두었다가 시간이 있을 때 읽었다. 좋은 내용을 혼자 알기가 아까워서 학인들과 신도들도 함께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문을 해석하고 정리 하였다. 하나의 비석 속에는 수행의 과정과 깨달음의 내용이 있고 시대의 역사가 있고 예술적인 조각이 있고 명문장과 명필이 담겨져 있다. 비문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법주사 전경

철운 스님은 “언젠가 속리산 정상에 올라 표지석을 봤는데, 글자가 안보여 눈을 한 움큼 집어 표지석에 칠했더니 글자가 보였다. 그때의 기억으로 비에서 희미해진 글자는 밀가루를 뿌리고 발라 확인했다. 밀가루를 발라 글자가 확인되면 다시 밀가루를 씻어냈다. 그렇게 하나하나 작업을 했다. 나는 이것을 분탁(粉拓)이라고 명명했다. 일반 탁본은 비석을 두드려야 해서 훼손의 위험이 있지만, 분탁은 물로 씻어내면 그만이어서 전혀 훼손이 없다.”라고 전했다.  

책은 한문 원문을 그대로 옮긴 뒤 다시 한글로 정리하였고, 여기에 철운 스님의 해설과 주요 인물들에 대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철운 스님은 “현판, 주련, 비문, 바위 글씨 순으로 학인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했다.”라고 말했다.  

법주사 부도

법주사 부도전 모습

글자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면서 철운 스님은 쓰러진 무명의 부도 2기를 세우기도 했다. 철운 스님은 “2010년 10월 9일 속리산 관음봉 아래 옛 대암사 터 부근에서 학인들 10여 명과 함께 무명의 부도를 끌어올려서 원래 자리에 모셨고, 대암사 왼쪽에서도 큰 부도가 있으나 도굴꾼들에 의해 윗부분이 땅에 떨어져 있어 학인들과 함께 들어 올려서 제자리에 맞추어 두었다.”라고 밝혔다. 

철운 스님은 “이번 작업을 하면서 정관일선 선사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첫 번째 큰 보람이다. 정관일선 선사는 임진왜란 당시 속리산을 지키며 대중 200여 명의 정진을 지도했다. 사제인 사명대사가 의승으로서 기개를 떨쳤다면 정관일선 선사는 다른 방법으로 호국불교의 길에 나섰다. 또 하나는 속리산에 동관음사라는 엄청나게 큰 절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동관음사는 특히 도의국사가 개창했다고 적혀있다. 이 역시 역사적 가치가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쓰러진 부도를 다시 세운 철운스님과 학인스님들(사진=도원사 제공)

이번 책 발간과 관련해 법주사 조실 지명 대종사는 “향산 철운 대강백께서 13년간 법주사 강원의 강주로 학인들을 지도해 왔다. 틈틈이 학인들과 함께, 속리산 주변에 남아 있는 비문들을 조사했다. 넘어진 부도는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그리고 그 비문들을 한글로 해석했다. 시대순으로, 최근의 비문까지 다 여기에 담았다. 비문은 각각 그 시대의 존경 받는 명문장들이 기록한다. 글 내용도 좋거니와, 그것을 읽으면, 개산 중창 중수 선사님들이 법주사의 맥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지를 알 수 있다. 비문 내용처럼 ‘떨어지는 해를 붙잡아 두려는 심정’으로 가꾸어 왔음을 알 수 있다.”라며 “특히 철운 대화상에게 감사드린다. 혜남 대강백스님의 전강을 받고, 관일 큰스님을 은사로, 일타 큰스님의 법을 받아 수행해 온, 철운 스님은 경학의 심오한 깨달음뿐만 아니라, 신심이 깊고, 불법을 전하려는 원력이 크다. 스님의 역작인 이 책이 큰 보람으로 회향되리라 굳게 믿는다.”라고 격려했다.

8. 장학회장 도공 스님도 “속리산 법주사는 출가 수행자가 속세俗世를 떠나 불문에 입문하고, 소금강이라 불리는 명산 명찰을 찾아 수 없는 탐방객이 왕림(枉臨)하는 도량(道場)이다. 창건 이래 불도를 이룬 고승대덕도 많이 출현하였다. 역대조사 대덕큰스님께서는 법맥(法脈)을 계승하고 도량을 중수 중건 호지하면서 시주(施主) 단월(檀越)의 공덕비를 세우고, 제자들은 법사 은사의 은혜를 기리고자 행적비와 부도를 세웠다.”며 “철운 강백께서는 강주로 주석하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어 산재한 비문들을 답사하고 촬영하고 탁본하고, 한문으로 된 사적비를 비롯하여 비문을 한글로 번역하여, 누구나 쉽게 해독할 수 있도록 번역집을 발행하고자 발원하고, 혼신의 열정으로 각 비문 고승대덕 이력과 비문 기록한 분의 이력, 조성 역사까지 서술하고 비문 번역 교정까지 심혈을 쏟은 노고에 깊은 고마움과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