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주 교수 프로필 사진(사진=불교평론)
불교평론 뇌허불교학술상은 순천향대학교 송현주 교수를 2025년 수상자로 결정했다. 수상저술은 <한국불교, 근대종교로 태어나다>(모시는사람들, 2025)이다.
다음은 ‘2025년 불교평론 뇌허학술상 심사평’과 ‘수상 소감’이다.
2025년 불교평론 뇌허학술상 심사평
불교평론 뇌허불교학술상은 순천향대학교 송현주 교수를 2025년 수상자로 결정했다. 수상저술은 <한국불교, 근대종교로 태어나다>(모시는사람들, 2025)이다.
21세기 한국인들에게 종교는 대체로 불교와 그리스도교로 상징되는 제도종교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이 두 대표 종교는 특정한 의례 공간과 의식, 종도 또는 신도, 승려와 신부, 목사를 전제로 성립하고, 전 국민의 절반 정도가 자신들의 종교로 꼽는데 익숙해져 있다. 나머지 절반은 ‘종교가 없다’는 항목에 답을 하면서도 별다른 저항감을 느끼지 않는다. 수상자 송현주교수는 우리의 이런 일상적인 종교에 관한 반응이 ‘근대종교’라는 개념에 익숙해진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릴리지온(religion)의 번역어로 받아들이게 된 종교가 ‘정교분리’와 ‘종교의 자유’를 추구하고자 했던 서구 근대의 특정한 상황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데서 논의를 출발시킨다.
수상자에 따르면, 우리는 그런 근대종교 개념을 1895년 승려의 도성 출입 허용을 계기로 삼아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침략 정책의 흐름 속에서 받아들였다. 숭유억불(崇儒抑佛)의 이념 속에서 왕실과 민중들의 삶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조선 불교가 식민지 정책을 계기로 1910년대가 되면 신도(神道), 기독교와 함께 공식적인 세 종교 중 하나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대처육식과 친일불교라는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결과였고, 그것은 그 후 광복 이후의 상황 속에서 이른바 ‘정화(淨化)’라는 이름의 혼란을 초래한 원인이 되기도 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불교를 중심으로 종교학을 하는 수상자는 우리 불교의 근대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 개념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종교라는 말이 지니는 시간적·공간적 특수성에 주목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종교의 보편성에 관한 논의도 제대로 해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할 만한 주장일 뿐만 아니라, 특히 그가 주제로 삼은 ‘근대종교로서 한국불교’를 제대로 바라보는 과정에서도 꼭 필요한 지점이다. 켄트웰 스미스의 종교 개념을 상세하게 살피는 II장에서 종교의 ‘물상화(reification), 즉 종교를 정신적으로 하나의 사물로 만드는 것이자 점차 그것을 하나의 객관적인 체계적인 실체로 상상하는 것’(52-52쪽)을 인용하는 부분에서는 우리가 종교의 근원적 측면인 내면의 신앙에 주목하면서 종교를 다시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한다.
한국불교를 근대종교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다시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수상자의 역저는 21세기 한국불교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면서 미래를 모색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심사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경쟁을 했던 원로학자 방영준교수의 『자비의 길』(인북스, 2025)이 자비라는 개념을 다각적인 시선과 실천을 아우르면서 우리 불교의 미래를 모색한 것처럼, 수상작은 근대종교라는 개념을 토대로 우리 불교의 현실과 미래를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학술상의 이론적·실천적 지평이 넓어지고 깊어졌음을 함께 기억하고자 한다.
불교평론 뇌허불교학술상 심사위원회
수상소감/ 송현주
‘글은 쓴 자의 것이 아니라, 읽는 자의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글쓴이의 능력과 의도보다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의미를 부여하는지가 그 글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평론가는 하나의 글이 독자에게 읽히는 순간, 그 글에 대한 최종적 권한은 독자에게 넘어간다고 주장합니다.(롤랑 바르트 에세이 「작가의 죽음(La mort de l’auteur)」, 1960) 독자들의 참여 없이 하나의 글은 자신의 운명을 완성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출판 이전까지 이 책은 오로지 저의 것이었습니다. 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관련 도서를 읽고 논지를 정리해야 했습니다. 마지막 교정을 보고 제목을 붙여 출판하는 과정은 하나의 생명을 탄생시켜 세상에 내어놓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마음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출간 이후 이제 이 책은 제 품을 떠나 새로운 운명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부족함으로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한 이 책에 큰 상을 허락해 주신 것 자체가 저로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앞으로 이 책이 많은 독자들의 해석과 평가 속에서 이 상이 부여한 역할과 사명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책은 처음에 한국 근대불교의 형성과정을 추적, 이해하기 위해서 기획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보편적 형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불교가 특정한 시대의 에피스테메(episteme) 속에서 ‘형성’된 것임을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종교’ 개념이 근대 한국에 도입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한국 근대 종교의 지형이 어떻게 구축되었는지 살펴보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바탕 위에서 비로소 한국 근대불교 형성과정이 설명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연구는 일차적으로 사실에 대한 연구 보다 개념 및 담론 연구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한국 근대불교와 관련된 여러 개념과 담론들을 연결시켜 나름의 위계질서를 부여하는데 주안점을 두고자 했습니다. 물론 실제 불교의 현장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실들도 가능하면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구체적 사실도 개념과 담론 속에서 배치되지 않는다면 그 연구는 공허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개념과 담론은 역사적 사실로 구체화되어 나타나며, 역사적 사실 또한 그것을 넘어서는 수많은 추상적 요소를 요구하기 마련입니다.
이 책의 핵심 논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종교’,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등과 같은 핵심적 개념들은 19세기 서구에서 형성된 역사적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불교·이슬람 등 세계종교들의 병존 및 경쟁 구도 또한 서양에서 오랜 종교분쟁의 결과로 탄생한 근대의 새로운 질서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질서와 구조가 19세기 동아시아에 표준적 인식 체계로 강요되면서 불교 또한 그 속에 편입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한국 불교도 나름의 다양한 주체적 노력을 경주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논의를 통해 필자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한 것은, 오늘날 세계질서 및 종교 구조가 과연 보편적 최선의 상태인지 묻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이번 상은 저의 연구 인생에 커다란 격려가 되었습니다. 이 책의 성과에 비해 이처럼 큰 상이 주어진 것은, 더욱 정진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하겠습니다. 부족한 이 저서를 의미 있게 평가해 주신 것만으로도 연구자로서 저에게는 큰 영광이자 위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제 책을 평가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송현주 교수 약력 및 연구업적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종교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순천향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한국종교학회 편집위원장(2016-2018)과 불교평론 편집위원(2019)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 종교문화비평 편집위원,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대외협력이사, 한국밀교학회 운영이사이다.
저서로 『세계종교사입문』(2003 공저, 개정증보판), 『한국 불교사: 조선·근대』(2024 공저), 『그대 원하는 것 모두 그대 안에 있다』(2001 역서),
논문으로 「근대 한국불교의 종교정체성 인식: 1910-1930년대 불교잡지를 중심으로」(2003), 「한용운의 《불교대전》과 난조분유·마에다 에운의 《불교성전》의 비교연구」(2015), 「서구 ‘세속불교(Secular Buddhism)’의 도전과 기회: 불교의 세속화와 근대성, 어디까지 가능한가?」(2020),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의 불교인식: ‘열반(Nirvāṇa)’ 해석을 중심으로」(2021), 「불교영화 속 여주인공 이미지의 유형과 그 의미: 〈꿈〉, 〈아제아제바라아제〉에 대한 불교페미니즘적 접근」(2021), 「현대의 종교문화와 불교의 미래: ‘세속화’와 ‘마음챙김’ 담론을 중심으로」(2023)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