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심을 일으키고 공성을 체험하게 하는 무생계를 고려에 전수하다. 

지공대화상 진영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사진=불교신문)

양주 회암사는 조선전기 200년간 조선의 왕립사찰이었다. 양주 회암사를 크게 복원하여 조선불교를 보호하게 한 인물이 지공대화상이다. 그는 고려말에 조선에 들어와 살아있는 붓다로 존중받으면서 한국불교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해인사에는 지공스님 관련 무생계첩이 보물이 지정되어 모셔져 있다. 

1997년 해인사 대적광전에 모셔진 목조 비로자나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보물급의 복장유물들이 발견되어 학계를 놀라게 하였다. 발견된 유물은 고려시대 옷가지 11점, 계첩을 넣은 오색주머니, 광배에 보석이 박힌 소형불상 2점, 그리고 감지에 금사경으로 필사한 두루마기식 무생계첩이 나왔다. 

무생계첩은 각경스님이 태정 3년 1326년 8월에 서천선사 지공 대화상으로부터 직접 받은 소중한 수계첩을 고려 금사경 기법으로 다시 필사하여 부처님 복장으로 모신 희귀한 유물이다. 지공이란 두 글자는 자필서명이다. 

무생계첩의 표지에는 보상화문을 그리고 경명을 적었다. 한 장을 넘기면 문수보살이 꿇어앉아 법신 비로자나불에게 무생계를 받는 모습이 변상도로 그려져 있다. 이 계첩은 지공스님이 한문으로 번역한 문수사리보살 최상승 무생계경의 요체이다. 

지공화상 무생계첩 ㅡ계첩을 고려 금사경으로 귀하게 받들었다.
 

무생계첩은 1. 서문. 2. 사귀의. 3. 참회문. 4. 육대서원. 5. 축원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계문을 한번 듣기만 하여도 불도를 이룰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직접 서문을 보자 .

1. 문수 최상승 무생계경 서문. 

대저 무생계란 모든 성인이 태어나는 땅이요, 온갖 선이 생겨나는 터전이다. 터전을 닦지 아니하면 어찌 성聖과 선善이 설 수 있으리오. 터전을 닦지 않고 성과 선을 세우려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과 같다. 이 세상 고해바다를 건너려면 부처님의 자비로운 배를 얻어 타야 하고 어두운 거리를 지나가려면 지혜의 횃불을 밝혀야 한다. 

이 계법은 비로자나불이 몸소 연설하고 문수보살이 전해준 것이다.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도 무생계를 의지하여 불도를 이루고 번뇌 없는 법신을 성취하였다. 

2.청정한 믿음으로 4귀의를 하라.

 ㄱ. 형상 없는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ㄴ. 무생의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ㄷ. 다툼 없는 승가에 귀의합니다.

 ㄹ. 최상승 무생계에 귀의합니다. 

문수최상승 무생계법을 금사경으로 필사하였다.

3. 몸과 말과 생각으로 지은 삼업 죄를 참회하라. 

마음의 본성은 본래 청정하건만

미혹하여 어리석은 까닭으로

한량없는 죄를 짓게 되어

번뇌의 이 몸 받았네

제가 이제 슬피 참회하오니

보리도를 속히 이루게 하소서 

4. 육대원을 크게  일으켜라. 

ㄱ. 일체중생이 성불치 아니하면 저 역시 성불하지 않겠습니다.

ㄴ. 일체중생의 모든 번뇌를 제가 대신 모두 받겠습니다.

ㄷ. 일체중생의 어리석음을 밝은 지혜로 바뀌게 하겠습니다.

ㄹ. 일체중생의 모든 재난을 안온하게 하겠습니다.

ㅁ. 일체중생의 모든 탐·진·치를 계·정·혜로 바뀌게 하겠습니다.

ㅂ. 일체중생이 저와 더불어 깨달음을 이루게 하겠습니다. 

5. 최상승 무생계. 

온갖 선을 닦지 말고 악한 일도 짓지 말라. 무생계는 불법의 요체를 모두 갖추었다. 한 번 듣고 뚜렷이 이해하여 받아 지닐 경우 모두 보리를 증득한다. 깊이 사유하고 정진하여 영원토록 불법을 신봉하여 다 함께 어지러운 이 나루터를 떠나 깨달음의 저 언덕에 오를지어다. 

축원. 

황제의 성수가 만세에 이르소서.

태자와 여러 왕들의 수명이 천추에 이르소서.

천하가 태평하고 비바람이 순조로워 나라는 안정되고 백성들은 편안하여 지이다.

부처님의 지혜는 태양처럼 빛나고 불법의 진리는 모든 사람들의 삶 속에서 빛나게 하소서. 

태정 3년 (고려 충숙왕 13년. 1326) 8월 수계제자 각경 

여래유교제자 전수일승계법 서천선사 지공 

지공대화상은 인도 나란다대학의 법등을 고려에 전해준 위대한 스승이다. 대승불교는 공성체험과 보리심을 새의 두 날개처럼 함께 닦아가는 행법이다. 지공스님이 고려에 전해준 무생계의 내용이 보리심과 공성을 닦는 수행의 요체임을 알 수 있다.     

지공스님은 인도 마가다국의 셋째 왕자로 태어났다. 부왕이 병이 들어 한 아들이 출가해야 낳는다는 말을 듣고 선뜻 출가하였다. 그의 나이 8세 때였다. 싯달태자의 아버지는 정반왕이다. 정반왕의 동생이 곡반왕이다. 지공스님의 혈통은 곡반왕의 후손이다. 

나란다대학에서 불학을 배우고 스리랑카에서 보명존자로부터 테라바다의 정법을 전수받았다. 시킴과 티벳을 거쳐 대몽골의 수도 대도에 도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