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계각층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다양한 정책 제안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종교계 역시 사회의 일원으로서 국가 운영과 관련된 여러 제안을 내놓고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2025년 5월 29일 제21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하여 종교계가 발표한 정책 제안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 결과를 담은 <제21대 대통령선거 종교계 정책 제안에 대한 분석> 공동 자료를 배포했다. 

제안 된 종단별 정책자료는 △개신교 : 제21대 대통령선거 10대 정책 제안서. 작성 :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한국교회총연합 외 △국민행복정책자료집.

작성 : 대한불교조계종 △천주교 :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에 대한 한국 가톨릭 교회 정책 질의서. 작성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산하 7개 위원회이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우리는 해당 정책 제안이 갖는 사회적 함의와 잠재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건강한 종교 활동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라면서 “본 자료를 통해 우리 사회가 종교와 정치의 관계, 그리고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더욱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다음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종교투명성센터에서 배포한 검토 결과이다.

▲개신교 10가지 정책 제안에 대한 분석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과 종교투명성센터는 개신교계의 10가지 정책 제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입장을 표명합니다.

1. ‘생명존중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생명 존중이라는 가치는 모든 종교와 시민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국가기념일 제정은 국민적 인식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 나 이 제안이 특정 종교의 교리나 입장을 바탕으로 생명의 시작과 끝에 대한 논쟁적 관점을 내포하고 있다면, 종교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국가가 특정 종교의 가치관을 기념 일의 형태로 기념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생명 존중은 보편적 가치이지만, 이를 국가기념일로 제정할 때는 특정 종교의 교리적 해석에 기반하지 않고 모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의미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자칫 특정 종교의 입장이 국가기념일을 통해 강조될 경우, 다른 종교나 비종교인의 소외감을 야기하고 종교적 다양성과 중립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습니다.

2. 출산‧돌봄‧교육 국가책임제 실시

 저출생 문제 해결과 보육·돌봄·교육의 공공성 강화는 시급하고 중요한 국가적 과제입니다. 국가가 이러한 사회적 부담을 책임져야 한다는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이 제안 자체는 복지 정책의 영역에 해당하지만, 개신교계의 정책 제안이라는 맥락에서 볼 때, 국가책임제 실시에 종교 기관의 참여나 역할이 특별히 강조되거나 특정 종교의 가르침이 서비스 내용에 영향을 미치도록 요구될 경우 종교적 중립성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모든 시민이 공정하고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적 시스템 구축이 중요합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교회 내 비인가학교 설립을 감안할 때, 공공성이 결여된  편협한 교육과정에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편입시키고 거기에 국고보조금까지 편취하려는 시도에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3. 건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성장을 위한 청소년 교육지원정책

 청소년 교육 지원은 미래 세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정책입니다. 민주시민 역량 함양 교육 역시 중요합니다.

 하지만, '건전한 민주시민'의 정의에 특정 종교의 가치관이 내포될 경우 문제가 발생 합니다. 공교육 및 국가의 지원을 받는 청소년 정책은 다양한 배경과 신념을 가진 모든 청소년을 포용해야 하며, 특정 종교의 관점을 강요하거나  주입해서는 안됩니다. 교육 내용은 보편적인 인권, 민주주의 원칙, 비판적 사고 능력 함양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종교적 중립성이 철저히 지켜져야 합니다.

4. 종교자유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제도

종교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며, 모든 시민에게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실질적 보장'을 어떤 의미로 해석하느냐입니다. 만약 이것이 특정 종교의 특수한 요구를 관철시키거나, 다른 종교나 비종교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종교 활동의 자유를 확장하려는 의도라면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종교의 자유는 다른 시민의 자유와 권리, 그리고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  원칙 안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나 우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됩니다.

5. 사립학교 자율성 및 종립학교 종교교육의 자율 보장

 사립학교 및 종립학교는 설립 이념에 따라 교육의 자율성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종립학교가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고 공교육 시스템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종립학교의 종교 교육 자율성을 무제한 보장할 경우, 해당 학교에 다니는 다른 종교 학생이나 비종교 학생의 종교의 자유(종교를 가지지 않을 자유, 원치 않는 종교 교육을 받지 않을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습니다.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는 학교라면 모든 학생의 종교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종교 교육  및 종교 활동 참여를 강제해서는 안됩니다. 사립학교의 자율성은 학생들의 기본권 보장 및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범위내에서 행사되어야 합니다.

 종교교육의 확대는 찬성하지만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종교교육은 자칫 학생들에게 배타와 차별을 가르치게 합니다. 또한 각 종교의 종립학교가 별도의 종교교과서를 만들어 교육한다면 사회 일반의 합의로 만들어진 별도의 종교교과서로 일선 비종립학교에서 교육부 검인정 종교교과서로 교육하는 것도 함께 병행되어야 합니다.

6. ‘종교법인법’ 제정

 현재 종교 단체는 주로 민법상 비영리 법인 형태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별도의 '종교 법인법' 제정은 종교 단체에 특수한 법적 지위나 권한, 혹은 의무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종교법인법 제정의 의도와 내용이 중요합니다. 만약 이 법이 종교 단체에 과도한 특혜나 세제 혜택을 부여하거나, 혹은 사회적 책무와 투명성을 요구하는 일반 법규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된다면, 이는 종교간 평등의 원칙과 종교의 공공성을 해치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종교 단체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투명성을 확보하고 공익에 기여해야 하며, 일반 비영리 법인에 준하는 합리적인 규율 하에 운영되어야 합니다.

7. ‘중독예방과 치료에 관한 법률’ 제정

 중독 문제 해결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국가의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 지원은 필요한 정책입니다.

 이 법률의 내용에 특정 종교의 관점이 과도하게 반영되거나, 종교 시설이나 종교적 접근 방식이 국가 지원의 우선순위를 차지하게 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중독 예방 및 치료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공중보건 및 사회복지적 접근 방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모든 시민에게 즉, 종교와 무관하게 동등한 혜택을 제공해야 합니다. 종교 혹은 무속을 내세운 사적 통제의 부작용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특정 종교에 중독되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한 국가의 긴급 구제 및 상담 제도 마련이 요구됩니다. 이는 종교계 자체의 중독 문제 해결 노력과 더불어 사회 전반의 대응이 균형을 이루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8. ‘기독교문화유산보호법’ 제정

 특정 종교의 문화유산을 보호하자는 제안입니다.

 대한민국은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는 다종교 사회입니다. 특정 종교의 문화유산만을 위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다른 종교 및 전통 문화유산과의 형평성에 어긋나며, 국가가 특정 종교를 우대하는 것으로 비춰져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됩니다. 문화유산보호는 그 가치와 역사적 의미에 따라 보편적인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기존의 문화재 보호법 체계 내에서 모든 전통과 종교의 유산을 균형 있게 다루는 것이 옳습니다.

 이는 서로 다른 종단들 간의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특별법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특혜입니다. 기존의 ‘문화재보호법’을 통해 지원을 받고 있는 타 종단과의 형평성 문제는 지원금을 축소하고 투명화하면서 일반적인 국고지원의 틀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그 특혜를 개신교로 확대하라는 요구를 정당화해서는 안됩니다.

9. 남북교류 및 통일 정책

 남북교류와 평화통일은 모든 국민의 염원이며, 종교계 역시 이 과정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남북 교류 및 통일 정책은 국익과 평화, 그리고 모든 국민의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만약 이 제안이 특정 종교의 선교나 포교 활동을 남북 교류의 명목으로 추진하거나, 특정 종교의 교리적 입장을 통일 방식이나 과정에 반영하려는 의도를 내포한다면, 이는 국가 정책에 종교적 목적을 개입시키는 것으로서 정교분리 원칙에 반 하게 됩니다. 남북 교류는 인도적 지원, 문화 교류 등 보편적이고 중립적인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10. 창조질서 회복을 위한 기후변화 정책

 기후변화 대응은 인류 생존을 위한 중대한 과제이며, 환경보호에 대한 종교계의 관심과 실천은 중요합니다.

 기후변화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환경 문제입니다. 이를 '창조질서 회복'과  같은 특정 종교의 교리적 용어로 규정하고 국가 정책의 근거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국가 정책은 과학적 데이터와 보편적인 환경 윤리에 기반해야 하며, 특정 종교의 세계관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종교계는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동참하되, 정책 제안은 모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언어와 논리로 제시되어야 하며, 국가 정책 결정 과정은 종교적 편향 없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결론

 개신교계가 제시한 정책 제안 중 일부는 사회 전체의 복리 증진과 관련된 긍정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당수의 제안에서 특정 종교의 가치관이나 이익을 국가 정책에 반영하려는 시도가 엿보입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천명하는 정교분리 원칙과 종교의 자유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특정  종교의 우월성을 전제하거나, 다른 종교 및 비종교인의 권리를 간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점이 있습니다.

 특정 종교의 유익을 얻기 위한 타 종단들과의 경쟁식의 정책 제안은 사회통합에 걸림돌이 됩니다. 종교계의 정책 제안은 건강한 국가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사회 통합을 위해 보다 공공성 있는 정책 제안들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대한불교조계종 [국민행복정책자료집] 분석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과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대한불교조계종의 [국민행복 정책자료집]의 내용들을 중심으로 조계종의 정책 제안 내용을 검토한 결과, 일부 제안들 이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하거나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는 모든 시민의 종교적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고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에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비판적 입장을 밝힙니다.

Ⅰ. 국민 행복을 위한 사회적 실천 관련

- 국민 마음평안을 위한 선명상 대중화

 국민 정신 건강 증진의 필요성에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선명상'은 불교의 특정 수행 법입니다. 국가가 특정 종교의 수행법을 '국민 마음평안'이라는 명목으로 대중화하려 하거나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특정 종교를 우대하는 행위이며,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됩니다. 조계종은 선명상을 앞세워 불교포교사업에 국고보조금을 끌어들이려 시도하고 있고, 이에 대해 한 대선후보는 지원을 약속하였습니다. 특정 종교의 포교에 국고를 지원한다면 모든 종교들의 포교에도 국고지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국가의 정신 건강 증진 정책은 과학적이고 보편적인 방법론에 기반해야 하며, 종교적으로 중립적인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명상 등 심신 수련 방법이 필요하다면, 특정 종교색을 배제한 보편적 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Ⅱ. 국민 행복을 위한 전통문화유산 보존·전승 관련

- 전통사찰 보존 및 지원 제도 개선

 전통사찰과 불교 문화유산이 우리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보존하고 전승할 가치가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들이 종종 불교계의 재정적 지원 확대 요구와 연결될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국가의 문화유산 지원은 해당 유산이 가지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에 기반해야 하며, 그 소유 주체가 특정 종교 단체라는 이유로 종교 활동이나 종교 유지에 필요한 비용까지 지원하는 것은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납니다.

 [전통사찰 소방방재 종합대책]의 경우 기존의 사찰방재시스템도 투명하지 못한 회계 처리로 문제가 많았습니다. 사찰들이 공사업자로부터 뒷돈을 수수하거나, 무자격공사업자를 만들어 불투명한 회계 처리를 하였습니다. 국가가 관리하는 국가지정문화유산사업과 같은 수준으로 보조금을 요구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합리적 대안이 있어야 합니다. 문화재를 국유화하거나, 아니면 사찰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우선 내놓아야 합니다.

- 문화유산 관리 제도 개선

 '문화재 관람료' 문제와 같이 공공 자산 성격의 유산을 특정 종교가 사적으로 관리하며 수익을 얻는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 단순히 '지원 개선'만을 요구하는 것은 종교의 공공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문화유산  관리는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모든 국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관람료 보조금을 보전금으로 전환하자는 것은 결국 국고지원액을 마음대로 쓰고 싶다는 의지의 표출일 뿐입니다. 애초에 수입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거진 문제로, 선행 과제로서 불교계는 국고보조금 집행 결산을 투명화하고 대국민 공개에 대한 방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Ⅲ. 국민 행복을 위한 사회통합 실현 관련

- 평등하고 차별 없는 사회 구현

 평등하고 차별 없는 사회 구현은 모든 시민이 지향해야 할 가치이며, 이 점에 대한 불교계의 관심은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이 제안이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고, 불교계 내부적으로 성별, 계급, 국적 등에 따른 차별이 해소되도록 노력하는 실질적인 모습과 함께 제시될 때 더욱 설득력을 가질 것입니다.

- 과거사 치유 및 불교문화유산 복원

 과거사 속 불교계의 피해나 희생을 기억하고 치유하는 노력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문화유산 복원'이 특정 시기의 종교적 상징물이나 시설을 국가 예산을 들여 복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이는 다른 종교나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유산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며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과거사 치유는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체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포괄적인 과정이어야 합니다.

 한국전쟁, 4.3, 여순사건 등의 피해보상을 하라는 것은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인적보상이 현재 불가능한 상황에서 종교시설에 대한 보상을 하라는 것이고 천문학적 소송과 비용지출이 발생하여 심각한 재정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 호국 보훈 정신 선양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호국 보훈 정신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를 특정 종교(불교)의 역사적 역할과 지나치게 결부시켜 선양하려 할 경우, 다른 종교 나 비종교인들의 소외감을 유발하고 국가의 호국 보훈이 특정 종교색을 띠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호국 보훈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이고 중립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 남북 불교문화교류 확대

 남북 교류 활성화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종교계가 민간 교류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남북 불교문화교류 확대'에 대한 국가 지원이 과도해지거나, 다른 종교 및 시민 사회 단체의 교류 노력보다 우선시될 경우, 이는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국가의 남북 교류 지원은 모든 단체에게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특정 종교의 포교나 종교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Ⅳ. 국민 행복을 위한 정책 구현 관련

- 불교계 정책 공약 이행을 위한 협의체 구성

 이 제안은 불교계 정책 제안 중 가장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 또는 정부 차원의 '불교계 정책 공약 이행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은 명백히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국가가 특정 종교 집단의 정책 이행을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것은 특정 종교에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부여 하고 국가 운영에 특정 종교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종교 및 비종교인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입니다. 국정 운영은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특정 종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기구를 국가 내에 두는 것은 민주주의와 다종교 사회의 기본 정신에 위배됩니다.

결론

한국 불교계의 정책 제안 중 일부는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당수의 제안에서 특정 종교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종교의 공공성 및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을 간과한 부분들이 발견됩니다. 특히 '선명상 대중화'에 대한 국가 지원 요구, 문화유산 관리 명목의 재정 지원 확대, 그리고 '불교계 정책 공약 이행을 위한 협의체 구성' 제안은 정교분리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할 위험이 있습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과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대한민국이 종교 간 평등과 조화를 이루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대통령 후보자들과 차기 정부는 특정 종교의 요구에 휘둘리지 않고, 모든 시민의 종교적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며, 어떠한 종교에도 특혜를 주지 않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입니다. 불교계 역시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 감을 가지고, 사적 이익이 아닌 공익 증진을 위한 역할을 모색하며, 종교 간 화합과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촉구합니다.

▲[대통령 선거 후보자에 대한 한국 가톨릭 교회 정책 질의서] 분석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과 종교투명성센터는 천주교의 사회 참여를 존중하며, 질의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검토 결과, 일부 내용들은 보편적인 인권과 복지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나, 동시에 몇 가지 제안들에서는 특정 종교의 교리나 가치관을 법과 제도로 관철시키거나 사회 전체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엿보입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하는 원칙과 모든 시민의 종교적 자유 및 평등권을 위협할 소지가 있기에 비판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검토가 필요한 항목들을 중심으로 저희의 입장을 표명합니다.

1. [지방보조금 회계 감사 관련 법률 개정]

 지방보조금을 10억 이상 교부받은 사업자는 외부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하는데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외부감사비용을 부담합니다. 이에 대해 천주교회는 외부 감사보고서 제출을 면제하고, 외부 감사비용의 추가 국고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 감사보고서 제출을 면제한다는 것은 결국 회계처리가 비공개가 되어, 부적절한 비용 사용에 대한 추징을 못하게 됩니다. 또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외부 감사비용의 국고지원은 대증적 요건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사회복지법인이 아닌 대부분의 공익법인들은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외부 감사의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특정 영역에만 혜택을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사회복지법인의 대부분을 종교단체가 운영함을 감안하면 또 하나의 종교특혜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사회복지법인 내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인권침해나 종교강요에 대한 사건사고들이 많은데 외부 감사 의무마저 면제해주면 그나마 최소한으로 기능하는 투명성의 장치가 사라져 버리게 됩니다. 비용의 문제는 회계시스템의 개선으로 풀어야지 국고지원으로 풀 문제가 아닙니다.

2. [인간 생명과 낙태]

 천주교회는 임신 초기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정부 입법안에 반대하며, 낙태를 승인하는 법이 생명권을 침해하고 공동선에 배치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합니다. 또한, 이러한 입법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양심 및 사상의 자유와 신앙의 자유 보장 방안을 요구합니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 문제는 첨예한 사회적, 윤리적 논쟁의 영역이며,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특정 종교의 교리만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아 법 제정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공공선의 원리에 위배됩니다. 국가의 법률은 특정 종교의 교리가 아닌 보편적인 인권, 과학적 사실,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제정되어야 합니다. 또한, 낙태에 반대하는 개인의 양심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는 다른 시민들의 합법적인 권리 행사를 방해하거나 공공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는 방식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됩니다. 특정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법적 의무 이행을 거부할 권리를 과도하게 주장하는 것은 사회 질서를 해치고 다른 시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습니다.

3. [차별금지와 평등]

 천주교회는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하는 것에 반대하며, 이는 생물학적 성의 구별을 거부하고 본인이 성별과 성적 지향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해석합니다. 또한, 이러한 법이 가톨릭 교육기관에서 생명, 혼인, 가정에 관한 교육을 할 때 충돌할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나이, 출신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여 모든 시민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려는 기본적인 인권법입니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에서 제외하려는 시도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이며, 이는 인권과 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위배됩니다. 특정 종교의 교리적 이유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 제정을 반대하거나 그 적용에서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요구는 종교의 자유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줍니다. 국가의 지원을 받는 교육기관은 모든 학생에게 차별 없는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 하며, 특정 종교의 교리가 인권과 평등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교육된다면 이는 제한될 필요가 있습니다.

4. [혼인과 가족]

 천주교회는 건강가족기본법 개정을 통해 '비혼 동거'와 '사실혼'을 법적 가족 범위에 포함하려는 정책에 반대합니다. 이는 남녀의 혼인을 기초로 하는 가정의 고유한 개념과 소명을 훼손하고, 국민의 인식과 행동에 혼란을 야기하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혼인·출산·입양으로 구성된 가족이 우리 사회의 기본 단위라고 강조합니다.

 현대 사회의 가족 형태는 매우 다양하며, 1인 가구, 비혼 동거,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합니다. 국가의 가족 정책은 이러한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여 모든 형태의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특정 종교의 전통적인 가족 개념만을 고집하며 법적 정의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종교적 가치관을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강요하는 행위입니다. 국가의 법률은 특정 종교의 교리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시민의 다양한 삶의 형태를 포용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기존 법률과 정책으로도 다양한 형태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거나 특정 형태의 가족을 '정상 가족'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를 내포할 수 있습니다.

5. 청소년 관련 질의 (식비 기준, 교육/복지 사업 조정, 친권 제한)

 청소년 식비 기준 현실화, 중복된 청소년 사업 조정 및 연계, 가정폭력/아동학대 시 친권 제한 및 상실 보완책 법제화 등의 제안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친권 제한 시 청소년 본인의 의사를 우선 고려하고 국가 지원을 뒷받침할 법제화를 요구하며, 아동 성범죄 처벌 강화를 주장합니다.

 청소년의 복지와 안전,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이러한 제안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아동학대 및 성범죄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 강화, 피해 아동 보호 및 지원 확대, 청소년의 의사 존중 등은 인권 보호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이러한 정책 추진 과정에서 특정 종교 기관이나 종교적 가치관이 개입되어 서비스의 공정성이나 보편성을 해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중독 문제 해결 관련 제안('중독예방과 치료에 관한 법률' 제정)과 마찬가지로, 청소년 지원 사업에서도 종교 중립이 필수적입니다.

결론

질의서를 통해 드러난 천주교계의 정책 제안은 생명 존중, 가족의 가치, 청소년 보호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관심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낙태, 차별금지법, 가족의 정의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제안들은 특정 종교의 교리적 입장을 법과 제도에 관철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될 여지가 큽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과 종교투명성센터는 종교계의 사회 참여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방식은 모든 시민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다종교, 다문화 사회의 다양성을 포용하며, 헌법상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정 종교의 교리나 가치관을 국가 정책 결정의 기준으로 삼거나, 이를 통해 다른 종교나 비종교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에 반하며, 종교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자들과 우리 사회는 천주교계의 정책 제안을 검토함에 있어, 이러한 비판적 관점을 고려하여 특정 종교의 입장이 아닌 보편적인 인권과 공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국가의 역할은 모든 시민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되, 어떠한 종교에도 특혜를 주거나 특정 종교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는 종교적 중립성을 확고히 지키는 데 있습니다. 종교계의 정책 제안은 건강한 국가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사회통합을 위해 보다 공공성 있는 정책 제안들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