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위고비는 체중 문제로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한 줄기 희망을 안겨주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022년 단식과 위고비로 13kg을 뺐다고 X (구 트위터)에 올렸다.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도 위고비 덕을 보았다.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사람들도 이기기 힘든 몸무게의 압박을 극복하도록 돕는 약인 셈이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와 삭센다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의약품이다. 밥을 먹으면 나오는 GLP-1 호르몬은 포만감을 느끼게 해 식욕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효과가 있어 처음에는 당뇨 치료제로 개발되었고, 이 성분이 체중 조절에 효과가 있음이 드러나면서 비만 치료제로 재탄생했다.

만병의 근원 비만 해결책을 제시한 것만으로 충분히 좋은 약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위고비 주요 성분이 비만을 넘어 알츠하이머, 신부전, 통증, 알코올 중독 등 다른 여러 질병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인류는 만병통치약을 개발한 것일까? 만병통치약은 과장된 표현이지만, 여러 유익한 효능은 주목할 만하다.

의료 수요 큰 통증, GLP-1으로 치료?

최근 가천대 의대 연구진은 GLP-1이 통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GLP-1을 투여한 생쥐와 소금물을 투여한 쥐들을 각각 뜨거운 패드 위에 올려놓았다. GLP-1을 맞은 생쥐는 그렇지 않은 친구 쥐보다 1.25배 더 오래 패드에 발을 올려놓고 있었다. 먹이를 먹은 후엔 동물이 통증을 덜 느끼는 것을 볼 때,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GLP-1을 투여하면 통증이 완화될 수 있다는 가설이 확인되었다.

연구진은 GLP-1이 신경세포에서 ‘TRPV1’ 수용체를 차단하여 통증을 줄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TRPV1은 통증과 열을 감지하는 수용체이다. 데이빗 줄리어스 캘리포니아주립 샌프란시스코대학 교수는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에서 TRPV1 수용체를 발견한 공로로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연구진은 GLP-1에서 TRPV1에 결합하는 부분을 찾아, 이 분자를 인공적으로 합성했다. 이렇게 만든 ‘엑센딘 3-93’을 생쥐에 투여한 결과, 마찬가지로 뜨거움을 견디는 시간이 1.25배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렴하고 효과적인 통증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연 것이다. GLP-1을 활용해 아편성 약물에 의존하는 통증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치매, 신부전에도 효과

위고비 주성분은 신부전증에도 효과가 있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진은 제2형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 신부전증을 앓는 환자 3,533명에게 GLP-1을 모방해 만든 위고비 주성분 ‘세마글루타이드’를 주사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맞은 환자는 위약을 맞은 사람들에 비해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한 수준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24% 낮아졌다. 심혈관 질환 때문에 사망할 확률은 29% 낮았다. 다만, 어떻게 이 약물이 신장 질환으로 인한 증세를 개선하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GLP-1 계열 성분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6월,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는 삭센다 주성분 ‘리라글루타이드’를 처방받은 당뇨 환자의 치매 발병률이 눈에 띄게 낮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학술지 ‘랜싯’에 공개했다. 노보노디스크는 GLP-1 계열 리라글루타이드를 개발해 당뇨 치료제 ‘빅토자’를 내놓았고, 이 성분의 체중 조절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 삭센다를 만들었다. 이후 리라글루타이드를 개선한 세마글루티드를 발굴해 당뇨 치료제 ‘오젬픽’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출시했다.

연구진은 스웨덴의 65세 이상 당뇨 환자 8만 명을 추적 관찰했다. 4년 이상 추적한 결과 전체의 5.2%인 4,607명에서 치매가 발병했는데, GLP-1 유사체에 기반한 빅토자를 처방받은 사람은 다른 성분의 치료제를 쓴 사람에 비해 1,000명당 치매 발생 비율이 절반 안팎이었다.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 의대 연구진이 미국 2형 당뇨병 환자 100만 명의 전자의료기록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세미글루타이드를 복용한 환자는 다른 치료제를 먹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률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GLP-1 약물, 효과 다양하지만…관찰 연구로 그쳐

또 GLP-1 계열 약물은 알코올 중독도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성분의 약을 복용한 사람들에게서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가 약해지고, 반복적 음주 행태도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 지방간과 심혈관 질환에도 효과가 있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위고비가 비만 환자의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GLP-1은 뇌 전체를 표적으로 삼아 다양한 효과를 가진 것이란 설명이 나온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 같은 효과가 일어나는 기전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의료 기록을 활용한 관찰 연구는 주목할 만한 경향을 보여주지만, 

이처럼 뜻밖의 효능들 외에 드물게 소화기나 시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번 쓰기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써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꾸준히 운동하면 약을 끊어도 요요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다는 점도 기억하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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