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행복을 바라는

슬기로운 이는 계행을 지켜야 하리.

세 가지 행복이란

명예와 재산을 얻는 것, 

죽어서 천상에서 기뻐하는 것.

악을 짓지 않더라도

악을 짓는 사람을 섬기면

악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받고

점점 더 비난에 휩싸이게 되리.

이와 같은 자를 친구로 삼아

이와 같은 자를 사귀는 이는,

실로 이와 같은 자처럼 되리.

그와 함께 사는 것도 마찬가지. 

악한 친구와 사귀는 자를 사귀고

악한 친구와 접촉하는 자와 접촉하는 것은,

독 묻은 화살이

깨끗한 화살묶음을 오염시키는 것과 같네.

현명한 자라면 오염을 두려워하여

악한 친구와 결코 함께 하지 않아야 하리.

(ⓒ장명확)

행복에 대한 열망은 모든 중생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행복하기를 바라지 않는 중생은 어디에도 없다. 혹여 있다면, 정상에서 벗어난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행복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선행(善行)’이라는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대표적인 선행이라면 우선 보시를 떠올릴 것이다. 다 알다시피 보시, 즉 베푸는 것은 모든 선행의 시작이자 바탕에 해당된다. 육바라밀행의 첫째가 보시이고, 또 보시는 쓰라리고 기나 긴 윤회의 시간을 지탱해 낼 자양분의 역할을 한다. 보시의 마음을 일어나게 하는 것은 자비심이다. 사랑하는 마음, 연민의 마음이 있어야 진정한 보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는 “다른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자비를 베풀어라. 그리고 스스로 행복해지기를 바랄 때도 자비를 베풀어라.”라고 말씀하셨다. 

한 개인에게 있어 행복이란 값지고도 큰 보상이다. 그런데 행복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그 크기에 한계가 없다는 점이다. 행복이 커질수록 개인의 행복은 물론 주위에도 행복이 전파된다. 행복의 혜택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사회에까지 돌아간다. 

그런데 보시와 같은 선행은 계행을 지키는 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계를 어기는 행위, 즉 악행을 저지르는 자가 선행을 할 리 없고, 설사 선행으로 보이는 행동을 하더라도 이미 오염된 행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육바라밀에서 보시바라밀과 지계바라밀이 첫째와 둘째로 맞붙어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시는 빠알리대장경 <쿳다까니까야> ‘이띠붓따까- 여시어경’ 가운데, ‘행복의 열망에 대한 경(Sukhapatthanāsutta)’에 등장한다. 이 경에서 부처님께서는 현자, 즉 슬기로운 이가 바라는 행복에 대해 설법한다. 부처님은 현자라면 세 가지의 행복을 바라면서 계행을 지키라고 말씀하시면서, 세 가지를 ▲나에게 명예가 다가올 것 ▲나에게 재산이 생겨날 것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좋은 곳, 천상세계에 태어날 것으로 제시하신다. 여기서 언급된 계행은 크게 재가의 계행과 출가자의 계행으로 구분된다. 재가자의 계행은 살·도·음·망·주(殺盜淫妄酒)를 삼가는 오계를 말한다. 출가자의 계행은 네 가지의 청정한 계행[四淨戒]을 말한다. 네 가지 청정한 계행이란 ▲의무계율을 수호하는 계행 ▲감관을 수호하는 계행 ▲생활을 청정하게 하는 계행 ▲규정된 생필품만 사용하는 계행이다. 

- 시구 ‘명예와 재산을 얻는 것, 죽어서 천상에서 기뻐하는 것’은, 재가자의 경우 계행을 잘 지키면 예컨대 어느 집 가문의 아들이 성품이 훌륭하고 믿음이 있고 청정하고 베푸는 자이고 실천하는 자라는 칭송과 명성을 얻는다는 의미이다. 재가자가 계행을 잘 지키고 훌륭한 성품을 지녔으면 그때그때 기술을 적용하여 농부나 상인이나 공무원으로 생계를 도모하면 그때그때 적당한 시간에 적당한 방식으로 극도로 부지런하여 지금까지 생겨나지 않은 재산이 생겨나고 생겨난 재산은 불어난다. 출가자의 경우는, 어떤 수행승은 계행을 지키고 의무를 준수하고 헌신적이고 함께 지내기 쉽고 존경할 만하고 공손하다는 칭송과 명성을 얻는다는 의미이다. 부처님께서는 수행승이 ‘나는 동료 수행자를 사랑하고 좋아하고 그들로부터 존경받고 인정받는 것을 원한다.’고 한다면 그는 계행을 원만히 하고 안으로 마음의 멈춤을 유지하고 선정을 경시하지 않고 통찰을 갖추어 한가한 곳에서 지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시구 ‘현명한 자라면 오염을 두려워하여’는 악한 친구를 사귀고 악한 친구와 접촉하는 자는 악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악취가 나는 물고기를 싼 종이에 악취가 나고, 향을 싼 종이에는 향기가 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악취가 나는 물고기를 담았던 바구니에서는 악취가 나고, 향을 담았던 바구니에서는 향기가 나는 것 역시 자명한 이치이다. 이처럼 악한 친구를 가까이하는 것에 위험이 있고, 선한 친구와 교유하는 것에 공덕이 있다는 의미이다. 

참다운 행복, 궁극적인 행복, 최상의 행복은 오직 수행의 결과로 얻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수행을 하는 것처럼 큰 공덕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수행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롭게 되고, 마음이 평화롭게 되면 말과 행동이 평화로워지고, 말과 행동은 선하게 될 것이며, 진실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가르침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먹고살기 바빠서 수행할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대기도 한다. 그러나 장마철에도 빨래 널 틈이 있다는 말이 있고, 만약 그 틈조차 없다면 숨 쉴 틈은 있다는 말이 있다. 수행할 여건이 잘 갖춰지는 것만큼이야 못하겠지만, 시간이 없어서 수행을 못한다는 것은 불제자가 할 말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