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천암 

사진 : 장 명확 / 글 편집 : 미디어붓다 

복천암은 충청북도 보은군 내속리면 사내리 속리산국립공원 내에 있는 남북국시대 통일신라 시기에 창건한 암자로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법주사의 산내 암자다. 1592년 불에 탔으나 곧 중건하였고, 1733년(영조 9) 화재로 소실된 후, 1735년(영조 11)에 다시 건립되었다는 기록이 내부에 봉안된 불상과 함께 남아 있다. 이후 1803년(순조 3)에 중수되었다가 1976년에 해체 복원공사가 이루어졌다. 2009년 3월 6일에 충청북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신중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복천사 동쪽에 샘이 있는데 돌 틈 사이에서 물이 쏟아져 나와 재위에 쓸 물을 많이 제공하므로 복천이라고 불러 복천이라는 사명이 유래되었다.

조선 세조가 이곳에서 난치병을 치료하면서부터 널리 알려졌다. 세조가 1464년 이 암자에서 신미(信眉)와 학조(學祖)의 두 고승과 함께 3일 동안 기도를 드린 뒤, 암자에 이르는 길목의 목욕소(沐浴沼)에서 목욕을 하고 피부병이 나았으므로 절을 중수하였고, 또 ‘만년보력(萬年寶曆)’이라고 쓴 사각옥판(四角玉板)을 하사하였다.

복천암은 한글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신미대사가 머물던 곳이다. 세종대왕을 만나 백성들이 누구나 글을 읽고 쓰기를 바랐던 세종과 뜻이 맞은 신미대사는 복천암등에 머물며 4년에 걸쳐 모음·자음 소리글을 범어에서 참고해 28자를 기본으로 한글을 편찬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세종은 승하 직전, 유언으로 스님에게 ‘선교도총섭 밀전정법 비지쌍운 우국이세 원융무애 혜각존자(禪敎都摠攝 密傳正法 悲智雙運 祐國利世 圓融無碍 慧覺尊者)’라는 법호를 남겼다.  ‘존자’는 큰 공헌이나 덕이 있는 스님에게 내리는 칭호이며, 더구나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이롭게 했다(祐國利世)’는 문구를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신미 스님이 나라에 큰 공적을 남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복천암에서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 500m 정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두 개의 부도탑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보물 제 1416호로 지정된 복천암 수암화상탑(秀庵和尙塔)이다. 세종과 문종의 여러 불사를 도왔을 뿐 아니라 세조가 간경도감을 설치하고 불전을 번역, 간행했을 때 이를 주관하는 역할을 했던 수암당 신미 스님의 부도다. 또 하나는 신미 스님과 사제지간이라는 알려져 있는 수미(守眉) 스님의 부도인 복천암 학조등곡화상탑이다. 이 또한 보물 제 1418호에 지정됐다. 

속리산은 산이 깊고 넓어 많은 암자들이 만들어져 있는데, 복천암이 가장 깊은 역사를 갖고 있으며 규모 역시 가장 큰 사찰이다. 세조가 신미 스님을 만나기 위해 복천암을 향해 걸었던 오솔길은 현재 ‘세조길’이 돼 국민 모두를 위한 산책길이 됐다. 소나무와 전나무가 우거진 속리산 숲길을 따라 4km 정도 경사길을 걸어 올라가면 복천암에 당도한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극락전과 나한, 선방, 요사채 등이 있다. 복천암 극락전은 1976년 해체, 복원하였으며 내부에는 아미타불상과 후불탱화, 삼세불도, 신중도, 극락보전, 수암화상탑, 학조화상탑, 신미대사의 탱화가 보존되어 있으며 현판 무량수는 공민왕 친필로 전한다. 

 (ⓒ장명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