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에 대한 관심을 가질 때마다 쉽게, 잘 해설된 해설서가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몇 권 책꽂이에 꽂혀 있는 유식 관련 책을 꺼내 보다가는 이내 포기하곤 했었다. 어렵기 때문이다. 몇 장 책장을 넘기다가 다시 되돌아가 읽는 일을 반복하면서 유식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옅어지고, 이내 포기를 하는 일을 지난 십여 년 간 반복해왔다.

<유식불교의 이해> 저자 목경찬 선생.

그런데 이런 유식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줄 수 있는 알토란같은 책이 나왔다. 우리에게는 불교문화 해설사로 더 많이 알려진 목경찬 선생이 <유식불교의 이해>(불광출판사)라는 책을 펴낸 것이다. 참 다재한 양반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교문화에 대한 이해도 일정한 경지에 올랐고 불교교리에 대한 맛깔난 해설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가 대승교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유식에도 정통했다니!

책이 나오고 나서의 목경찬 선생이 유식을 전공한 유식학자임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목경찬 선생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얼마나 우리와 같은 범부의 눈에 맞춰 저 난해한 유식을 설명했을까, 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이 책에서 지난 20년 간 의문을 실마리 삼아 유식사상을 하나하나 풀어보았다. 대중강의에서 느꼈던 대중의 요구를 반영하여 최대한 풀어쓰고자 했다. 참으로 긴 여정이었다. 유식전공자로서 숙제 하나를 해결한 느낌이다.”

목경찬 선생의 술회대로 이 책은 난해한 유식을 문답 형식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있다. 묻고 답하는 형식, 철저하게 유식을 공부하고자 하는 일반 불자의 입장에서 쓴 책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영화 ‘매트릭스’와 ‘인셉션’의 내용을 끌어다 쓰기도 하고, 매우 상식적인 언어를 동원한다. 한 구절 한 구절 문장을 읽어가다 보면 저자의 독자에 대한 자비심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유식무경(唯識無境), 즉 오직 마음만 있고 대상은 없다는 어찌보면 황당한 가르침에 대한 목경찬 선생의 설명을 잠깐 예로 들어보자.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가끔 책을 읽다보면, 뜻을 알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뜻을 알아야 책을 읽을 수 있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순서가 바뀐 것이다.”

목경찬 선생은 이 말을 끄집어 낸 것은 “많은 사람들이 내 생각을 통해 책을 읽는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책을 통해 뜻을 아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통해 책의 뜻을 보는 것”이라는 것이다. 만일 내 생각이 왜곡되어 있다면?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한 것 같은데 실제로는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면?

유식무경에 대한 이해 역시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은 내가 본 것처럼 그렇게 있지 않다’는 점을 알려 선입관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할 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유식무경? 세상이 있는데 왜 없다고 하지?”

“없다는 표현은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 아냐?”

“그렇다면 왜 세상 상식과 다르게 오직 식만 있고 대상은 없다고 하는 거지?”

“자 자연과학의 상식을 동원해 설명해 볼까.”

“또 하나, 영화의 영상을 비교해 설명해 볼까.”

“왜 개 짖는 소리를 우리는 멍멍이라고 듣는데, 미국사람들은 ‘바우와우’라고 듣지?”

묻고 답하고,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목경찬 선생은 유식무경을 ‘세상은 내가 본 것처럼 그렇게 있지 않다’는 결론을 자연스럽게 도출시킨다. 무경, 즉 대상이 없다는 말은 ‘내가 본 것을 그렇게 있다고 여기는 그것(境)은 실제로 없다(無)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일체유심조, 즉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었다는 가르침이 궁금해 유식학을 공부하게 된 저자 목경찬 선생의 20년 내공이 마침내 난해한 유식을 대중의 언어로 풀어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조곤조곤 옆에서 이야기 하듯 유식의 세계를 풀어내는 이 책을 통해 대승교학의 정수 유식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 보시기를 권한다.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