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확)
계행을 어기고 삼매가 없이
백 년을 사는 것보다
계행을 지키고 선정에 들어
하루를 사는 것이 낫다.
지혜가 없고 삼매가 없이
백 년을 사는 것보다
지혜를 갖추고 선정에 들어
하루를 사는 것이 낫다.
게으르고 정진 없이
백 년을 사는 것보다
정진하고 견고하게 노력하며
하루를 사는 것이 낫다.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못 보고
백 년을 사는 것보다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하루를 사는 것이 낫다.
불사(不死)의 진리를 보지 못하고
백 년을 사는 것보다
불사의 진리를 보면서
하루를 사는 것이 낫다.
최상의 원리를 보지 못하고
백 년을 사는 것보다
최상의 원리를 보면서
하루를 사는 것이 낫다.
- 전재성 님 번역
한국불교사에서 자장율사(慈藏律師)의 위상은 대단하다. 서기 643년 경남 양산에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는 “계를 지키며 단 하루를 살지언정 파계한 몸으로 100년을 살지 않겠다.”는 명언을 남긴 인물로 잘 알려져 있는 고승이다. 특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통도사 금강계단(金剛戒壇)을 설치해 전국의 모든 승려들이 통도사에서 계를 받게 한 분이기도 하다. 자장율사로 인해 통도사 금강계단은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게 계를 지키겠다는 서원의 공간이 되었다. 자장율사에 의해 통도사는 한국불교의 계율근본도량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
계율에 대해 특별한 지식이나 안목을 갖지 않았더라도, 자장율사의 명언은 많은 불자들에게 알려져 있다. 불자들은 자장율사의 이 명언을 떠올리며, 수계를 받고 건전한 몸과 정신을 가다듬는다.
자장율사의 이 명언의 출처는 <법구경 - 담마파다>의 ‘천의 품’에 나오는 경구에서 차용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 시를 통해 단 하루, 단 한순간을 살아도 계행을 지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멈춤[止: samadhi]과 통찰[觀: vipassana]의 선정에 드는 것이 백 년을 살면서 계행을 지키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역설하셨다. 부처님의 이 시는 자장율사의 “계를 지키며 단 하루를 살지언정 파계한 몸으로 100년을 살지 않겠다.”는 비장한 서원의 영향으로 한국불교계에서 더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불교에서는 적당히 살아가는 태도를 매우 경시한다. 하나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쏟아 불 것을 권한다. 자신이 건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지혜와 선정을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게으르고 정진을 하지 않는 것의 두려움을 알고 있는지, 찰나 찰나에 일어나는 무상, 고, 무아의 진리를 보기 위해 노력할 일이다.
- 시구 ‘지혜를 갖추고’는 올바른 견해[正見]와 올바른 사유[正思惟]를 갖추었다는 의미이다. 올바른 견해는 괴로움의 발생과 소멸에 대한 통찰을 뜻하고, 올바른 사유는 자비에 충만한 사유를 말한다.
- 시구 ‘게으르고 정진 없이’에서 게으르다는 것은 시각, 청각 등 만족시키고 마음을 즐겁게 하는 형상, 소리와 같은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매인 사유,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분노에 매인 사유, 다른 사람을 위험하고 억압하는 폭력에 매인 사유에 종사하며 정진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 시구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못 보고’는 스물다섯 가지 방식으로 다섯 가지 존재의 다발[五蘊]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 시구 ‘불사(不死)의’는, 아라한에게서의 존재의 다발의 파괴는 죽음이 아니라 ‘생명의 내려놓음’이다. 아라한의 체험에는 구조적으로 불사가 수반된다.
- 시구 ‘최상의 원리’는 구출세간법(九出世間法)을 말한다. 아홉 가지 출세간의 법이란, 사향사과(四向四果)와 열반(涅槃)을 의미한다. 사향사과는 수다원도, 수다원과, 사다함도, 사다함과, 아나함도, 아나함과, 아라한도, 아라한과를 말한다. 단 하루라도 단 한순간이라도 구출세간법의 원리를 꿰뚫어 아는 자의 삶을 사는 것이 그것을 보지 못하고 사는 자의 백 년의 삶보다 낫다는 것이다. 이는 성자의 흐름에 들어가야 비로소 자신을 섬으로 삼을 수 있음을 말한다.
불교를 공부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불교수행을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결과적으로 도(道)와 과(果)를 이루기 위한 것이다. 도와 과를 이룬다는 것은 열반을 체험하는 것을 말한다. 열반을 체험하여 불교적 지혜, 즉 무상, 고, 무아의 지혜를 얻어야 성자의 흐름에 들어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