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생육 과정을 연상시키는 관능적인 이미지가 돋보이는 신작 회화 20여 점 출품 

한여름 식물의 생장을 반복하는 모습에 착안해 생명성에 대한 사유를 시각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 정윤영 작가가 역삼동에 위치한 히든 엠 갤러리 (Hidden M Gallery)에서 6월 13일(목)부터 7월 4일(목)까지 열한 번째 개인전 개인전 『Beyond Summer』를 선보인다. 

일반적인 여름의 정의라면, 한 해 중 봄과 가을 사이 위치한 무더운 계절을 의미하지만, 그는 이번 전시 작품들을 제작하면서 여름을 일반적인 시간 개념이 아닌 자신만의 공간으로 이해해 봤다고 한다. 어떤 의미일까?

짙은 녹음이 지천인 여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가장 직설적인 찬가일지도 모른다. 푸른 잎이 우거진 수풀을 바라보고 있자면 저절로 자연의 생명력을 긍정하게 된다. 여름이 생명의 계절이라는 점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지만, 생장이 있다면 죽음도 함께이며, 생성과 소멸이라는 관계항이 보여주는 역설적 생동감은 이번 전시에서 정 작가가 자신만의 관점을 적용해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다.

그는 지금껏 불교미술을 전공한 이력으로 배채법을 통해 비단의 겹을 쌓아가는 방법으로 회화 작업을 제작해 왔다. 한국 전통의 회화 기법이 갖는 유려함이 유지되는 가운데, 회화의 층 사이에서 발생하는 부딪침으로 인한 새로운 기운이 약동하는 평면 회화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작품의 내용은 자못 심오한 주제인 인간의 고통, 신체의 감각과 기억으로부터 유래했다. 그가 지난 삶에서 마주한 어려움들은 강렬한 생과 죽음에 관한 모순적 감각을 느끼도록 했다. 결국 살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은 고통의 기억에서 비롯되며, 생기 있는 색채와 형태가 고통의 흔적과 공존하는 미묘한 미감을 발견하게 한 것이다.

“이번 전시 작품들을 제작하면서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같은 우리들의 삶도 생명의 원형과 비슷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식물이나 신체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토대로 생명의 모습과 같은 만남과 어울림의 상태를 형상화해 그려보면 어떨까 하고 고민해 봤어요. (...) 진정한 삶의 형태란 뭘까요? 그저 잘 알지 못하는 세계를 향해 가면서도 번번이 좌절되고 어긋나고 틈이 생기고 충돌하는 모험으로부터 살아 있는 것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불완전한 미지의 삶 속에서 뭔가를 내 나름의 방식으로 경험하고 느끼지만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해요. 바로 그 경험에서 알려지지 않은 세계를 알려진 세계로 만들고자 하는 쉼 없는 욕망이 부지불식간에 생겨나는 거죠.”

때로는 연약하고 유약해 보이지만 무척이나 질긴 이중적 특성을 지닌 푸르른 초록 빛의 식물들이 여기에 있다. 싱그러운 여름이 보여주는 약동하는 에너지 ‘너머’ 그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지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번 전시는 여름의 초입에서 관객들과 소통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