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아니다. 깨어 있음이라는 것은 양변을 알고 그 양변을 여읜다는 것이요, 양변을 여의게 되면 어떤 변을 택하더라도 진리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순간 그 자리와 함께 있다는 것이다.

삶이 늘 머물지 아니하고 흘러가기에 그 흘러감에 역행하지도, 흘러감을 아쉬워하지도, 또 다가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매 순간 흘러가는 그 순간순간의 삶을 사는 것이 진리의 삶임을 아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깨어 있음이다.

-본문 중에서-

저자 적천 윤기붕 거사

세상에는 의외로 고수들이 많다. 이 글은 어느 고승의 말이 아니라, 한 중학교 미술교사 출신의 재가 수행자의 글이다. 그러나 읽어보기만 해도 이 글을 쓴 이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글을 쓴 이는 1954년 생인 윤기붕(적천) 거사다.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선산군의 한 중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해온 분이다.

1999년 어느 날, 그에게 찾아온 어떤 시련에 부딪치면서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부정적인 면을 면밀하게 살피던 과정에서 자신이 얼마나 추악한 존재인가 하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고, 부정적인 면을 없애지 않고는 절대로 이 시련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몸부림치면 칠수록 벗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은 더 용서받을 수 없는 존재로 떨어지기만 했다.

하루 24시간 단 한순간도 그 생각을 떠날 수 없었고, 나중에는 그 생각의 무게가 죽을 것같이 힘들어 벗어나려고 했으나 그 생각은 뇌리 속에 꽉 새겨져서 떼려야 뗄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스스로를 정죄하는 극심한 고통과 절망 속에서 수없는 자살에 대한 생각과 눈물로 자신을 한탄하고 쥐어뜯고, 그러면서도 죽지도 못하는 자신을 또 쥐어뜯으며 끝도 알 수 없는 나락 속에서 헤맸다.

그렇게 4개월을 보내던 어느 날 문득, 이 모든 것이 ‘생각’ 하나가 짓고 있다는 각성(覺醒)이 일어났다. 시련이라고 하는 것도 생각이요, 그러면서 자신이 추악하다고 하는 것도 역시 생각이요,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도 생각이라는 그러한 각성이었다. 오직 ‘생각’일 뿐이라는….

그렇게 목이 탈 듯 힘든 고통이 한순간에 날라 갔고, 모든 의문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으며, 자신의 생각이 아님을 알았다. 그리고 찾아온 것은 ‘절대 자유’였다.

윤기붕, 그는 현재 홈페이지 ‘구하지 않는 삶 그 완전한 자유’(www.beinnow.com)를 운영하며 대구에서 모임을 만들어 경전을 통해 삶속에서의 자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최근 구도 에세이 <구하지 않는 삶 그 완전한 자유>(비움과소통)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삶속에서 자유와 행복을 얻은 한 재가 구도자의 체험기이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이런 이야기들의 엑기스를 모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일 때 진정한 자유와 평화가 오는 것이며, 구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라고.

책의 내용이 대부분 삶을 긍정하며 자유와 행복을 구가하는 인생수업 지침서이자 샘물 같은 에세이들이다.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보지는 못했지만, 다만 책의 몇 부분을 읽은 것에 지나지 않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도처에 참 고수들이 많이 계신다는 생각을 거듭 하게 되었다. 그리고 두 눈 성성한 고수들이 지켜볼 것이라고 생각하면, 기자랍시고 한 자 한 자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럽고 위험한 일인가도 실감하게 되었다.

구도 에세이를 읽고자 한다면, 너무 스님들의 책만 읽지 말고, 재가구도자의 에세이도 한 번쯤 읽어볼 일이다. 진정한 가치는, 즉 법(진리)은 결코 머리카락의 유무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므로.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