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상을 흔히 불교교학의 최고봉이라고 말한다. 예로부터 석가모니 이래 수많은 교학과 사상이 있었지만 그 모두는 결국 다 화엄의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는 말이 있다. 이는 화엄사상이 이전까지의 다양한 불교사상을 수렴하여 가장 완성도 높은 교학체계를 수립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화엄사상이 이처럼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된 것은, 화엄을 고도의 사상체계로 확립한 화엄3조 조사인 현수법장(賢首法藏)이란 인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수법장은 화엄종을 실질적으로 개창한 불교사에 있어서 매우 위대한 인물이다.

불교교학의 최고봉인 화엄사상을 대성함으로써 동아시아 불교에 큰 영향을 끼친 현수법장의 생애, 저술, 사상을 총체적으로 탐구한 책 <현수법장 연구-화엄교학의 대성자->(운주사)가 출간됐다.

이 책의 저자는 교도 붓교대학 대학원에서 법장화엄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불교대학장 겸 불교대학원장) 계환 스님이다. 스님은 운문사 비구니전문강원 대교과를 졸업하고 일본 하나조노 대학 불교학과를 거쳐 붓교대학을 나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구니 학승이다. 계환 스님은 유학생으로는 드물게 한국의 고승이나 한국불교 관련 주제가 아닌 중국의 법장화엄을 연구해 학위를 취득해 눈길을 끌었다.

<현수 법장 연구>의 저자 계환 스님.

전체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법장의 생애와 함께 그의 전기 자료들을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법장이라는 인물을 역사적 실체에 가장 가깝게 드러내고자 했다. 한 인간을, 특히 종교가로서 연구하고자 할 때 그 전기의 면밀한 검토를 통하여 중요한 문제가 분명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첫 장을 생애에 대한 연구로 배치한 것이다.

제2장에서는 법장의 화엄교학이 성립될 수 있었던 사상적 배경을 다뤘다. 여기서는 ‘마음’의 문제, 즉 심성론에 대해 법장은 어떠한 배경 속에서 탐구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심성론을 어떻게 정초했는지를 당시 불교계에 성행했던 <십지경>과 <기신론>을 중심으로 살폈다.

제3장에서는 법장 저술의 진위문제를 다뤘다. 한 사람의 사상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성격을 띠고 있는가에 대해, 그의 사상 형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저술의 진위여부와 저작의 성립시기를 분명히 하는 것이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제4장에서는 법장의 화엄교학을 본격적으로 논하였다. 즉 법장의 화엄교학에 담긴 핵심사상을 ‘교상즉관법(敎相卽觀法)’ ‘일승사상(一乘思想)’ ‘신만성불론(信滿成佛論)’의 세 가지로 정리하여 검토하였다. 계환 스님은 이를 통해 법장의 화엄교학은 단순히 고도의 이론만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탁월한 실천체계이기도 하다는 점을 밝히고, 단지 철학적 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 긍정적 사상임을 논증하고 있으며, 신(信)의 작용을 최대한으로 해석하여 신만(信滿)으로도 성불한다는 성불론을 명확히 논증해 범부적인 보살로서의 중생에 초점을 맞춘 법장의 사상을 올곧게 드러냈다.

한국불교는 비록 통불교의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신라 의상대사 이래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교학적 배경은 늘 화엄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화엄사상이 큰 것과 작은 것, 유한과 무한을 회통하는, 그리하여 더 차원 높은 융합을 지향하는 열린 안목을 제시하고 있어 한국인의 심성에 잘 부합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화엄의 세계를 음미하고, 아울러 전환기 철학으로서 이 시대에 되살아나는 화엄사상의 현대성과 개방성을 재발견하는 기쁨을 맛보게 한다. 15,000원.

*계환 스님은?

현재 동국대 교수이자, 불교대학장과 불교대학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옮기거나 집필한 책으로는 <중국불교사><화엄사상사><홍명집><일본불교사><고려대장경연구(공저)><똑똑똑 불교를 두드려보자(공저)><중국화엄사상사><백팔고개 넘어 부처되기><경전산책><상식으로 만나는 불교><왕초보 경전박사 되다><대승불교의 세계> 등 다수가 있다. 이메일 hasim@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