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담바라 핀 청계사(4)
수원사람 김성채 객원기자
극락세계 그대로를 옮겨놓은 극락보전
극락보전에는 본존으로 아미타불, 좌우 협시로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봉안하였습니다. 이 삼존불좌상은 눈은 감은 듯이 가늘고, 코는 사각형의 넓적하고 평편한 얼굴에 붙인 오뚝하게 섰습니다. 넓은 귀 등을 오려 붙인 듯하게 표현하고 있다.

대세지보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아미타불의 육계는 살짝 솟았고 나발 사이에 장식된 중앙계주는 코끼리 눈처럼 보였습니다. 협시하는 두 보살은 모두 보관을 썼지만 관세음보살의 보관이 훨씬 더 화려합니다. 관세음보살은 가슴에 구슬을 꿴 영락을 둘렀고, 중생들의 고통과 갈증을 씻어주는 깨끗한 물을 담은 정병을 들었습니다.
삼존불 모두 대의를 통견으로 입으셨고, 승기지는 걸치지 않으셨습니다. 군의를 졸라맨 끈은 보이는데 매듭을 짓지는 않았고, 아미타불상만 군의를 여밀 때 접히면서 만들어진 옷단을 연꽃 모양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아미타 부처님은 모든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48가지 대원을 성취하시어, 큰 죄업을 지은 자도 간절히 부처님 명호를 부르면 극락정토에 태어나게 하시는 분입니다.
자비심이 가득한 관세음보살과 지혜의 힘을 지닌 대세지보살은 아미타부처님의 덕성을 더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십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설법하셨던 사르나트에서 많은 비구와 보살들에게 법을 설하셨을 때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미륵보살과 문수보살이 여환삼매(모든 차별 현상은 실체가 없어 허깨비와 같다는 삼매)를 얻었다’고 말씀하시자, 어떤 보살이 ‘타방 세계에도 여환삼매를 얻은 보살이 있느냐?’는 질문을 합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여기서 서쪽에 아미타여래가 계신 극락세계가 있고, 그 나라에 관세음과 대세지라는 이름을 가진 보살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 다음, 극락세계 전체를 사르나트로 옮겨오시어 많은 비구와 보살들로 하여금 아미타부처님과 두 보살을 뵙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게 하십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옮겨오신 서방 극락세계는 지금의 극락보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청계사 극락보전에 봉안된 관세음보살상은 특별함을 품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23년 앞선 2000년 10월, 사시 기도를 올리던 보살님 한 분께서 관세음보살상에 피어난 21송이 우담바라를 발견하였습니다. 누가 손으로 가리켜도 쉽게 보이지 않을 작은 꽃송이를 발견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이 경사스럽고 놀랄만한 일로 인하여 청계사에서 108일간 무차정진 대법회가 봉행되었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세상에 넓게 퍼졌습니다.
성주괴공의 세계에서 계속되는 천도(薦度)와 인도(引導)
법당 왼쪽에는 단정하게 장엄한 작은 닷집을 꾸며놓고, 일곱 부처님의 그림을 걸었습니다. 과거 칠불입니다. 우담바라를 본 사람이 드물 듯, 부처님 한 분의 출현하심도 매우 어렵고 경사로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제까지 출현하셨던 일곱 부처님이 계셨었다는 건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억겁의 세월 동안 부처님의 교화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두고 출현한 과거불 좌우에는 지장보살과 인로왕보살이 협시하고 있습니다.

과거칠불

인로왕보살
지장보살
부처님께서 깨치신 무상정등각을 어리석은 중생이 깨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과거불께서 말씀하신 ‘살아가면서 악은 저지르지 말고, 착한 일은 쫓아다니며 행하라’는 그래도 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거 수억 겁 동안 중생들은 그 말씀을 알면서도, 착한 일을 짓는 것보다 악업을 많이 지으며 살다가 죽고, 다시 태어나서는 또 악업을 짓습니다. 그러다 참회하고 지장보살을 간절히 부른 덕분에 천도되어 지옥을 벗어나고, 인로왕보살의 인도를 받아 극락세계로 갑니다.
마지막 가르침이 펼쳐진 세계
극락보전 오른쪽에 넓은 터를 마련하고, 와불상을 봉안하였습니다. 시멘트에 단단한 강돌을 빈틈없이 붙여 조성한 와불상은 보는 사람들의 쓸데없는 잡념을 단숨에 멈추게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사라 숲으로 들어가시어 두 그루 나무 아래 이르러 오른쪽 옆구리를 평상에 대고, 발을 포개고 누우시어, 사자가 잠자는 것처럼 하시고, 마음을 단정히 하고, 생각을 바로 하시고, 반열반하셨다’고 경전에 쓰였습니다. 와불상은 경전에 써진 대로 부처님께서 모든 마음 작용이 소멸된 선정의 단계에서 지니셨던 모습을 빚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때, 마왕이 부처님을 찾아와 ‘제도할 사람을 모두 다 해탈시키셨으니, 반열반에 드셔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찾아뵙기 세 번째에 ‘사부대중도 갖추어졌고, 외도들에게 항복도 받으셨으니 반열반에 드셔야 한다’고 재촉하였고, 부처님께서도 석 달 후에 반열반에 들겠다고 하십니다. 예전에 한 마왕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함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어떤 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깨친 세존의 수명이 이렇게 짧아서 100년도 안 된다는 말입니까?’하고 말하자, ‘여래가 중생들과 같음을 보이기 위하여 방편으로 열반하는 줄을 네가 아는구나.’고 말씀하십니다.
그러고는 ‘모든 유위법이 모두 무상에 이르고, 은혜와 사랑의 만남도 반드시 이별하듯, 모든 행과 존재가 이와 같다.’고 하신 후, ‘그대들은 지금부터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정근하고, 계행을 지키고, 뜻과 생각을 단정하고, 곧게 하여야 하니, 이것이 곧 항상 나를 보는 것이다.’라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생각하며 올려본 와불상은 ‘내가 가르칠 것은 빠짐없이 모두 가르쳤다’며 안도하시는 표정으로 보였습니다. 발치까지 갔다가 돌아와 다시 보니 ‘네가 찾고자 하는 세계는 네가 찾는 것이다. 네가 하는 짓을 살펴볼 것이다’며 측은해하시는 표정으로 보였습니다.
또다시 뵌 부처님은 ‘중생 한 명 한 명 모두 올바른 깨침을 가졌으면 좋겠구나’ 하시는 표정입니다. 와불상은 그대로인데 마음이 바뀐 것인지, 마음이 바뀌어서 와불상이 자꾸 다르게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육신의 몸매로 여래를 볼 수 없다고 하셨음에도, 볼 때마다 ‘부처님이 이렇다 저렇다’고 변하는 내가 우습습니다.
천상천하에 부처님 같으신 분 없고 (天上天下無如佛)
온 세상을 둘러보아도 부처님과 비교할 사람은 없네 (十方世界亦無比)
내가 이 세상 모든 것 다 보았지만 (世間所有我盡見)
그 어디에도 부처님 같은 분 없네 (一切無有如佛者)
삼성각 옆에서 청계사를 한눈에 내려다봅니다. 세계는 많은데 마음이 좁아서, 한 세계의 한쪽만 보입니다.
많은 세계가 있습니다. 23년 전에 찾았던 청계사에 이렇게 많은 세상을 품고 있는 곳인지 몰랐습니다. 그때는 청계산을 보았고, 이번에는 짧은 시간에 수미산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세계를 본 것입니다. 언제 청계사를 찾으셔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세계를 보셨으면 합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