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을 삼가고 

폭력을 삼가고

계율의 항목을 수호하고

식사에서 알맞은 분량을 알고

홀로 떨어져 앉거나 눕고

보다 높은 마음을 닦는 것,

이것이 깨달은 님들의 가르침이네. 

삼화사 사천왕(사진=미디어붓다)
 

이 시는 쿳다까니까야(소부경전)에 속하는 <우다나(Udāna)- 감흥 어린 시구> ‘메기야의 품(Meghiyavagga)’의 ‘삔돌라의 경(Piṇḍolasutta)’에 실려 있는 부처님의 시이다. 

이 경의 주인공 존자 삔돌라 바라드와자는 부처님의 제자들 가운데 ‘사자후를 지닌 님 가운데 제일’로 알려진 수행자이다. 바라드와자는 지역 이름으로 바라나씨에서 230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왐사(Vaṁsa) 국의 수도인 야무나 강 위에 있었다. 삔돌라는 바라드와자 가문의 바라문이었다. 주석에 따르면 그는 꼬쌈비(Kosambī) 시의 우데나(Udena) 왕의 사제의 아들이다. 그는 베다를 배우고 훌륭한 선생이 되었으나 만족하지 않고 라자가하 시로 갔다가, 그곳에서 부처님의 승단의 이익과 환대를 보고 발심하여 승단에 들어갔다. 그는 게걸스러워서 마른 박으로 만든 큰 발우를 들고 다녔는데 밤에 와좌구 밑에 놓았다. 그런데 건드릴 때마다 긁히는 소리가 심하게 났다.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발우가 다 닳아 없어지도록 발우를 담는 행낭을 가지고 다니지 못하도록 조처했다. 그는 나중에 부처님이 자신에게 내린 이러한 충고의 참 의미를 깨닫고 식사를 조절할 수 있었고, 오래지 않아 거룩한 경지[아라한과]에 올랐다.   

이 시를 읽으며 우선 떠오르는 것이 칠불통계게(七佛通戒偈)이다. 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 즉, 일체의 악행을 저지르지 않고 착한 공덕을 받들어 행하며 자기의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것,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내용의 게송이다. 

사실 칠불통계게는 ‘불교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간결하고 정확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짧은 게송 안에 불교의 교리체계와 그 핵심이 잘 압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이 시에서 ‘깨달은 님들’ 즉, 열반을 성취하여 아라한의 경지에 오른 분들의 가르침을 짧고 간결한 시를 통해서 설파하신다. 칠불통계게가 ‘모든 부처님들의 가르침’이라면, ‘삔돌라 경’에 수록된 이 시는 ‘모든 아라한들의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시는 부처님께서 사왓티 시의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 승원[기원정사]에 계실 때 읊은 것이다. 그 즈음 존자 삔돌라 바라드와자가 아나타삔디까 승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좌를 하고 몸을 곧바로 세우고 앉아 있었다. 그는 숲속에 거주하는 자, 탁발하는 자, 분소의를 입는 자, 삼의를 지니는 자, 소욕을 지닌 자, 만족하는 자, 멀리 여읨을 닦는 자, 열심히 정진하는 자, 두타행을 하는 자, 보다 높은 마음을 추구하고 있었다. 

마침 부처님께서는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좌를 하고 몸을 곧바로 세우고 앉아 있는 존자 삔돌라 바라드와자, 숲속에 거주하는 자, 탁발하는 자, 분소의를 입는 자, 삼의를 지니는 자, 소욕을 지닌 자, 만족하는 자, 멀리 여읨을 닦는 자, 열심히 정진하는 자, 두타행을 하는 자, 보다 높은 마음을 추구하는 자를 보았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그 뜻을 헤아려, 때맞춰 이와 같은 감흥 어린 시구를 읊은 것이다. 

여기서 ‘숲속에 거주하는 자’는 마을의 처소를 거부하고 숲속에 거주하며 두타행을 실천하는 자를 지칭한다. ‘탁발하는 자’는 이집 저집에서 음식을 빌어먹는 자를, ‘분소의를 입는 자’는 쓰레기 더미 등에서 천 조각을 주어서 기워 입는 자를, ‘삼의를 지니는 자’는 가사와 상의와 하의 세벌 옷을 지니는 자를 말한다. 

‘소욕을 지닌 자’는 지나치게 원하거나 악하게 원하거나 많이 원하거나 하지 않는 것, 필수품이라도 적게 원하는 것, 자신의 고행이 널리 알려지길 바라지 않는 것, 흐름에 든 경지 등의 자신의 경지가 알려지길 바라지 않는 것 등을 의미한다. 또한 ‘만족하는 자’는 자신의 것이나 자신이 얻은 것에 대하여 만족하는 것을 말한다. 

‘멀리 여읨을 닦는 자’는 신체의 멀리 여읨, 마음의 멀리 여읨, 집착의 멀리 여읨을 닦는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신체의 멀리 여읨은 ‘홀로 가고, 홀로 서고, 홀로 앉고, 홀로 자고, 홀로 마을로 탁발하러 가고, 홀로 돌아오고, 홀로 산책하고, 홀로 돌아다니고, 홀로 지내는 것’으로 모든 행동양식에서 무리 지어 사귀는 것을 피하고 격리된 장소에서 지내는 것을 말한다. 마음의 멀리 여읨은 여덟 가지 성취를 말한다. 여기서 여덟 가지 성취는 네 가지 선정 즉 초선정에서 사선정과 함께 공무변처(공간의 무한함의 영역), 식무변처(의식의 무한함의 영역), 무소유처(무의 영역), 비상비비상처(의식도 무의식도 아닌 영역)의 선정으로 구성된다. 집착의 멀리 여읨은 열반을 말한다.  

‘깨달은 님들의 가르침’ 즉. 아라한들의 가르침을 간결하고도 명쾌하게 정리한 이 시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시구 ‘비방을 삼가고 폭력을 삼가고’는 언어적, 신체적으로 비방을 삼간다는 뜻이다. 

시구 ‘계율의 항목을 수호하고’는 정진력으로 몸과 마음을 건전하게 수호한다는 뜻이다. 주석에 따르면 수호에는 크게 사띠에 의한 수호(satisaṃvara), 앎에 의한 수호(ñāṇasaṃvara), 인내에 의한 수호(khantisaṃvara), 정진에 의한 수호(viriyasaṃvara)가 있다. 

시구 ‘식사에서 알맞은 분량을 알고’는 식사를 찾고 받고 먹고 치우는데 분수를 아는 것을 말한다. 

시구 ‘홀로 떨어져 앉거나 눕고’는 숲속 나무 밑과 같은 명상하기 좋은 곳에 떨어져 지내는 것을 말한다. 

시구 ‘보다 높은 마음을 닦는 것’은 멈춤과 통찰(samathavipassanāa)을 통해서 모든 마음 가운데 최상의 마음(sabbacittānaṃ adhikattā uttamttā)인 거룩한 경지와 관련된 마음에 전념하는 것을 말한다.   

이 시를 잘 감상했다면, 누군가 ‘아라한들의 가르침은 무엇이냐?’고 물어올 때, ‘사마타와 위빳사나 수행을 통해 열반으로 향하고자 하는 데 마음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