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는 동아시아 3국에만 있는 과일나무인 줄 알았는데, 붓다의 가르침을 담은 불전(佛典)에 감나무가 등장해 잠시 당황했다. 구글링(Googling)을 해보니, 인도와 영국 등에도 감나무가 서식하고 있었다. 

여러 말을 할 것도 없이, 감은 우리 민족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과실이다. 밤, 대추와 함께 삼실과(三實果)의 하나로서 빠뜨릴 수 없는 제수(祭需)로 여겨지는 등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렸다. 오늘날에도 감은 사과, 배와 함께 단감, 떫은 감으로 구분돼 과수 4종으로 분류될 정도로 과수농가의 대표 작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감나무가 예로부터 많은 찬탄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속전시유칠절(俗傳柿有七絶)’이라 하여 감의 일곱 가지 덕이 기록되어 있다. 수명이 길고[壽], 녹음이 짙으며[多陰], 새가 집을 짓지 않고[無鳥巢], 벌레가 꼬이지 않으며[無虫襄], 단풍이 아름답고[霜葉萬玩], 열매가 좋으며[佳實], 낙엽은 거름이 된다[落葉肥大] 등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감나무 잎은 글을 쓰는 종이가 된다고 하여 문(文)이 있고, 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으로 쓰였다 하여 무(武)가 있고, 과일의 겉과 속이 똑같이 붉어서 표리가 동일하다고 하여 충(忠)이 있으며, 노인도 치아 없이 즐겨 먹을 수 있어(연시) 효(孝)가 있고,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까지 나뭇가지에 버티어 달려 있으므로 절(節)이 있다고 하였다. 또 목질은 검고(黑), 잎은 푸르며(靑), 꽃은 노랗고(黃), 열매가 붉고(赤), 말린 곶감에는 흰 가루가 나옴으로(白), 이것을 일러 감나무의 오색(五色)이라고도 했다.

감나무는 감나무목 감나무과 감나무속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학명은 디오스파이로스 카키 툰베리(Diospyros kaki Thunb)이다. 속명 ‘Diospyros’는 ‘dios(신)’와 ‘Pyros(곡물)’의 합성어로, 서양에서는 ‘과실의 신’이라고 불린다. 감꽃의 꽃말은 ‘자애’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감의 원산지는 중국 중남부 양쯔강(揚子江) 유역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반도에는 청동기시대에 들어온 것으로 보이지만 문헌에 기록된 것은 고려 중엽 이후이다. 고려시대인 1138년(인종 16)에 고욤에 대한 기록이 있고, 1470년(성종 1)에도 건시(乾柿), 수정시(水正枾)에 대한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초기의 진상물에 감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고려 때에 이미 재배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귀한 감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이야기도 다양하게 전해져 내려온다. ‘감나무를 태우면 재난을 당하거나 흉사가 생긴다.’고 하여 태우는 것을 금한 풍속도 있었고, 더 나아가서는 ‘감나무를 태우면(불 때면) 7대가 가난해진다.’는 섬뜩한 이야기도 있다. 또 감씨를 아궁이나 화롯불에 넣어 태우면 우환이 끊이지 않고 미친 사람이나 문둥병자가 생긴다고 엄히 금했다. 불가(佛家)에서는 약사여래의 눈이 감나무씨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감씨를 태우면 눈이 멀거나 나빠진다고 하여 엄히 금했다고 한다. 감나무를 태우는 것을 금한 데는 또 한 가지, 태울 때 따닥따닥 소리가 난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나무를 태울 때 소리가 난다는 것은 불똥이 튈 염려가 있다는 것이므로 아궁이에 때거나 화롯불에 태우는 것을 금했던 것으로 보인다. 

감나무는 성스러운 열매가 달리는 나무라 하여 신성시했는데 100년 된 감나무에는 1000개의 감이 열린다 하여 감나무 고목은 자손의 번창과 아들 낳기 비는 기도목으로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붓다가 감나무를 설법의 소재로 삼은 경은 <앗굿따라니까야> 3:27 ‘싫어하여 피해야 할 사람의 경(Jegucchīsutta)’이다. 이 경은 붓다가 ‘세상에 발견되는 세 종류의 사람’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싫어하여 피해야 하고 사귀지 말아야 하고 친하지 말아야 하고 섬기지 말아야 할 사람 △무관심해야 하고 사귀지 말아야 하고 친하지 말아야 하고 섬기지 말아야 할 사람 △사귀어야 하고 친해야 하고 섬겨야 할 사람이다. 

‘싫어하여 피해야 하고 사귀지 말아야 하고 친하지 말아야 하고 섬기지 말아야 할 사람’이란, 계행을 지키지 않고, 악한 성품을 지니고, 청정하지 못하고, 의심스러운 행위를 일삼고, 숨기는 일을 하고, 수행자가 아니면서 수행자인 체하고, 청정행자가 아니면서 청정행자인체 하고, 안으로 부패하고, 타락하고, 오물을 생산하는 사람이다. ‘무관심해야 하고 사귀지 말아야 하고 친하지 말아야 하고 섬기지 말아야 할 사람’이란, 화를 잘 내고 울화가 많아서 조금만 말을 걸어도 성내고 골내고 짜증 내고 증오하고 공격하고 마움과 분노와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사귀어야 하고 친해야 하고 섬겨야 할 사람’이란, 계행을 갖추고 훌륭한 성품을 지닌 사람‘일다. 

붓다께서 감나무를 거론하는 것은 두 번째, ‘무관심해야 하고 사귀지 말아야 하고, 친하지 말아야 하고 섬기지 말아야 할 사람’에 대해 부연해 설명하는 과정에서이다. 

“예를 들어, 수행승들이여, 상처 난 종기를 나뭇가지나 돌조각으로 찌르면 많은 고름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수행승들이여, 이 세상에 어떤 사람은 화를 잘 내고 울화가 많아서 조금만 말을 걸어도 성내고 골내고 짜증 내고 증오하고 공격하고 미움과 분노와 불만을 드러낸다.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어 감나무로 지핀 불은 나뭇가지나 돌조각으로 찌르면, 더욱 따닥따닥 거리며 불타는 것처럼, 수행들이여, 이 세상에 어떤 사람은 화를 잘 내고 울화가 많아서 조금만 말을 걸어도 성내고 골내고 짜증 내고 증오하고 공격하고 미움과 분노와 불만을 드러낸다. 수행승들이여, 똥 무더기를 나뭇가지나 돌조각으로 찌르면 더욱더 악취가 나는 것처럼, 수행승들이여, 이 세상에 어떤 사람은 화를 잘 내고 울화가 많아서 조금만 말을 걸어도 성내고 골내고 짜증 내고 증오하고 공격하고 미움과 분노와 불만을 드러낸다. 수행승들이여, 그러므로 이러한 사람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야 하고 사귀지 말아야 하고 친하지 말아야 하고 섬기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 사람은 나에게 분노하고 나를 비난하고 나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람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야 하고 사귀지 말아야 하고 친하지 말아야 하고 섬기지 말아야 한다.” -전재성 옮김. 

고대 인도에서 감나무의 명칭은 띤두까(Tinduka)였다. 띤두까는 검은 속 감나무, 홍시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통칭 감나무로 번역되었다. 붓다가 예로 든 것처럼 감나무로 지핀 불은 나뭇가지나 돌조각으로 찌르면 정말로 따닥따닥 소리가 나는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감나무의 중심 부분 검은 부분은 어지간한 강도의 톱날로는 자를 수 없을 만큼 단단한 조직을 갖고 있어 불에 탈 때 소리가 날 것으로 보인다. 붓다는 마지막 게송을 읊는 것으로 ‘싫어하여 피해야 할 사람의 경(Jegucchīsutta)’을 마무리했으니, 이렇다. 

저열한 자와 사귀면

퇴락하기 마련이지만

동등한 자와 사귀는 자는

퇴락하지는 않는다.

수승한 자와 사귀면

빠르게 성장한다.

그러므로 자신보다

수승한 자와 사귀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