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되지 않거나, 근거 없이 사람을 비방하는 것이 죄악에 해당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눈여겨볼 것은 비방의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그 죄악이 다르다는 점이다. 비방받아 마땅한 사람을 비방을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죄의 양이 적을 것이다. 비방받을 일이 없는 사람을 비방을 하는 것은 그 죄가 클 것이다. 훌륭한 삶을 사는 이, 또는 존경받는 이를 비방하는 죄의 양은 매우 많을 것이다. 하물며 붓다와 성자의 흐름에 들었거나 일체의 번뇌를 끊어 열반을 이룬 아라한을 비방하는 죄는 그 크기를 혜량하기 어렵다.
붓다 재세 시에 상수제자 사리뿟따와 목갈라나를 비방한 한 비구가 있었다. 그 비구는 두 성자를 비방한 과보로 곧 죽음을 맞았고, 끔찍한 지옥으로 떨어졌다. 붓다는 이 이야기를 제자들에게 전할 때 칠엽수의 열매(beluvasalāṭuka)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식물의 씨(열매)를 비유로 들었다.
벨나무라고도 불리는 칠엽수는 높이 12~15m까지 자라며 잎은 3엽이다. 잎의 끝이 뾰족하고 둥근 기부가 있으며, 톱니가 있거나 얇고 둥근 이가 있다. 꽃은 연한 녹색이나 황색을 띤다. 열매는 빌바(bilva), 벵골 퀸스(Bengal quince), 인디안 퀸스(Indian quince), 홀리 프루트(holy fruit), 스톤 애플(Stone apple), 우드 애플(Wood apple) 등으로 불린다. 둥근 타원형으로 가지에 매달리듯 열린 뒤 약 11개월 정도가 지나면 연한 노란색을 띠며 익는다. 모양은 지름이 약 5~12cm 정도로 커다란 오렌지 또는 배와 흡사하다. 껍질은 나무와 같은 질감에 얇고 딱딱하여 망치나 돌로 두드려 과육을 꺼낸다. 원산지는 인도와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 스리랑카, 네팔과 같은 남부 아시아 및 미얀마,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등의 동남아시아 여러 지역에 널리 분포한다. 칠엽수의 학명은 ‘이글 마멜로스(Aegle marmelos)’이다.
<쌍윳따니까야> 제6장 하느님의 쌍윳따 꼬깔리까의 품 ‘꼬깔리까의 경(Dutiyakokālikasutta)’에 붓다가 칠엽수의 열매를 비유로 든 내용이 나온다.
붓다께서 사왓티 시에 계실 때, 수행승 꼬깔리까가 찾아와 붓다의 두 상수제자 사리뿟따와 목갈라나 존자를 비방하는 말을 전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꼬깔리까는 “세존이시여, 사리뿟따와 목갈라나는 나쁜 마음을 품은 자로서 나쁜 욕망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했고, 이때 붓다는 이와 같이 말했다.
“꼬깔리까여, 그렇게 말하지 말라. 꼬깔리까여, 그렇게 말하지 말라. 꼬깔리까여, 사리뿟따와 목갈라나에게 청정한 믿음을 가져라. 사리뿟따와 목갈라나는 자애롭다.”
붓다의 타이름에도 불구하고 꼬깔리까는 무려 세 차례나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세 번째 대답에서도 붓다의 말씀이 달라지지 않자, 꼬깔리까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드리고 오른쪽으로 돈 후 나가버렸다.
그런데 ‘꼬깔리까의 경’에 따르면, 수행승 꼬깔리까는 세존께 인사하고 나간 뒤 얼마 되지 않아서 온몸에 겨자씨만 한 크기의 종기가 생겼다. 처음에는 겨자씨만 했던 것이 곧 콩알만 한 크기가 되었고, 콩알만 했던 것이 대두콩만 한 크기가 되었고, 대두콩만 했던 것이 대추 씨만 한 크기가 되었고, 대추 씨만 했던 것이 대추만 한 크기가 되었으며, 대추만 했던 것이 아말라까(āmalaka)만 한 크기가 되었고, 아말라까만 했던 것이 아직 익지 않은 칠엽수의 열매만 한 크기가 되었으며, 아직 익지 않은 칠엽수의 열매만 했던 것이 칠엽수의 열매만 한 크기가 되어 터져서 피고름이 흘렀다. 수행승 꼬깔리까는 오래지 않아 그 병으로 죽었다. 꼬깔리까는 사리뿟따와 목갈라나에게 적의를 품었기 때문에 죽어서 홍련 지옥에 떨어졌다. 이처럼 ‘꼬깔리까의 경’은 위대한 성자를 근거 없이 비방했을 때 엄청나게 무서운 과보를 받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꼬깔리까가 홍련 지옥에 떨어지자 하느님 싸함빠띠가 깊은 밤중에 세존을 찾아와 이런 사실을 알리고 사라졌다. 붓다는 그 밤이 지나자 수행승들을 불러 지난밤 싸함빠띠가 알린 내용을 들려주셨다. 이때 수행들이 홍련 지옥의 수명이 얼마나 되는가를 묻자, 붓다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어 꼬쌀라 국에 이십 카리(kharī, 양을 재는 단위)의 채소 씨앗이 있어 사람이 백 년이 지날 때마다 한 알의 채소 씨앗을 줍는다고 하자. 그러나 그렇게 해서 꼬쌀라 국에 있는 이십 카리의 채소 씨앗이 다 없어져도 일 압부다(abbuda, 천문학적인 숫자) 지옥의 기간이 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기에는 단지 일 압부다의 지옥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수행들이여, 이십 압부다 지옥이 일 압부다의 지옥의 기간이고, 수행승들이여, 이십 압부다 지옥이 일 니랍부다의 지옥의 기간이고, 수행승들이여, 이십 니랍부다 지옥이 일 아바바 지옥이고, 수행승들이여, 이십 아바바 지옥이 일 아하하 지옥의 기간이고, 수행승들이여, 이십 아하하 지옥이 일 아따따 지옥의 기간이고, 수행승들이여, 이십 아따따 지옥이 일 황련 지옥이고, 수행승들이여, 이십 황련 지옥이 일 백수련 지옥의 기간이고, 수행승들이여, 이십 백수련 지옥이 일 청련 지옥의 기간이고, 수행승들이여, 이십 청련 지옥이 일 백련 지옥의 기간이고, 수행승들이여, 이십 백련 지옥이 일 홍련 지옥의 기간이다. 수행승들이여, 수행승 고깔리까는 사리뿟따와 목갈라나에게 적의를 품어서 홍련 지옥에 떨어진 것이다.”
붓다는 이어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써 거듭 말씀하셨다.
사람이 태어날 때 참으로
입에 도끼가 생겨난다.
어리석은 이는 나쁜 말을 하여
그것으로 자신을 찍는다.
비난받아야 할 것을 찬양하고
찬양해야 할 것을 비난하니,
입으로써 불운을 쌓고
그 불운으로 안락을 얻지 못한다.
도박으로 돈을 잃거나,
모든 재산과 함께 자신마저 잃어도,
그 불운은 오히려 작고,
올바른 길로 잘 가신 님에게 적의를 품는다면,
그 불운이야말로 참으로 큰 것이다.
언어나 정신으로 악함을 기도하여
거룩한 님을 비난하는 사람은
십만 삼천 니랍부다와 오 압부다의 시간을
지옥에 떨어져 고통을 받는다.
- 전재성 옮김 쌍윳따니까야 제6장 하느님의 쌍윳따 고깔리까의 품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는 말이 있다. 입이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라는 뜻인데, <전당서(全唐書)> 설시편(舌詩篇)에 나온다. 당(唐)이 망한 뒤 후당 때에 입신하여 재상을 지낸 풍도(馮道)라는 정치가가 있었다. 그는 오조팔성십일군(五朝八姓十一君)을 섬겼다. 즉 다섯 왕조에 걸쳐, 여덟 개의 성을 가진, 열한 명의 임금을 섬겼을 만큼 ‘처세(處世)의 달인’이었다. 그가 자신의 처세관을 다음과 같이 남겼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
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宇
풍도의 처세가 아니더라도, 불교에서 말하는 십(十) 악업 중에 입으로 짓는 악업이 절반에 가까운 네 개에 이르는 것은 구업이 얼마나 무섭고,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