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 강화 불은암서 

법랍 65세, 세랍 83세로 

전강대선사 은사로 출가

날마다 좋은날 화두담은

선화 수만점 보시하면서

동체대비 자비홍포 정진

판치생모(板齒生毛)라!

철판에 보리수가 웃자라니

법계가 그대로 춤을 추노라

꿈결에 붓끝을 허공에 향하니

사대가 그대로 보리수 향이로다

<정현 종사 임종게>

날마다 좋은 날 선화를 보시하면서 평생 수행에 매진해 온 운담당 정현 종사가 1월 19일 오후 6시 강화도 불은암에서 원적에 들었다. 법랍 65세, 세랍 83세. 

화성 용주사 주지를 역임한 정현 종사는 “날마다 좋은 날이 되려면 결국 날마다 좋은 일을 하루하루 실행해야 하나니 모든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을 만드는 문수동자의 현신이 될 때 비로소 이 땅에는 암흑이 사라지고 희망의 기운이 가득하게 될 것”이라는 임종의 말씀을 남기셨다. 

종사는 1941년 전남 순천에서 출생했다. 1957년 17세에 구례 화엄사에서 전강 대선사를 은사로 출가했으며 금정총림 범어사에서 고암 큰스님을 전계대화상으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전강 큰스님의 활구참선수행도량인 인천 용화사를 비롯하여 활발발한 선기가 가득한 선원과 선방에서 수십 안거를 성만하셨다. 화성 용주사 주지를 역임하셨다.

미국 유학 시절인 1980년대에는 포틀랜드, 댄버, LA 금강선원 등 도심 복판과 도량에서 포교에 매진하셨으며 툭 튀어나올듯한 눈망울이 사나운 듯, 선한 듯 양면의 모습을 담은 달마도를 그려 교민과 유학생, 현지인들에게 나누셨다. LA 오렌지카운티 정혜사 주지, 오리건 포트랜드 보광사 주지를 각각 역임했다. 캘리포니아 금강선원 선원장을 역임했으며 고국으로 돌아 온 스님은 1996년부터 공주 마곡사 화림원을 비롯한 부산, 강화 등 전국 각지에 선화 수행도량을 개원해 ‘날마다 좋은 날’을 주제로 한 문수동자 그림을 그려 지혜와 긍정의 기운을 나누었다. ‘날마다 좋은 날 우담바라 전’을 비롯한 ‘날마다 좋은 날 염화미소 전’ 등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정현 종사의 49재는 화성 용주사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40분 엄수되며 막재는 3월 8일 진행된다.

정현 종사가 그린 ‘날마다 좋은 날’ 선화에는 피리 소리에 노란 연꽃이 피고 피리를 불며 소를 타고 가는 문수동자의 ‘날마다 좋은날 되소서’라는 발원의 문구가 담겨 일반 불자는 물론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에게 특히 관심이 높아 자연스레 발원과 나눔으로 이어졌다.

종사는 ‘날마다 좋은 날’ 선화를 나눌 때면 항상 긍정의 설담을 다음과 같이 나누셨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사바세계는 좋은 날 보다 고통과 슬픔으로 이어지는 날이 더 많기 때문에 어쩌면 매일 매일 나쁜 날이라고 투정부릴 수도 있습니다. 행복을 바라는 모든 사람은 길일을 선호하고 액일을 피하지만 좋은 날인가 나쁜 날인가는 오직 한 마음 먹기에 달려있으니 날짜에 연연하지 말아야 합니다. 길일이다 흉일이다 분별할 일이 없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은 집착을 내려놓고 오직 평안한 마음과 맑은 경지를 드러내려고 노력할 때 실현됩니다. 즉 하루하루 매일매일은 인간에게 최상의 날이며 소중한 날입니다. 기쁠 때는 즐거워하고 슬프고 괴로울 때는 울고 화날 때는 화를 내는게 우리 삶의 보통이자 일상입니다. 억지로 무엇을 하지 않으면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긍정을 지향하고 나눔을 생활하면 하루하루가 그대로 좋은날입니다. 시기와 장소에 따라 대응하면서 번뇌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면 매일매일은 ‘그대로 좋은 날’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