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조계사서 ‘희생자 추모 위령재’ 봉행 

참사 희생자 가족 150여 명, 500여 사부대중 참석해 영가 추모

영단에 영정 67명 위패 78위 모셔

“못다 핀 꽃들이여, 어여쁜 영령이여 무릎 꿇고 통곡하며 그대들 위해 빕니다. 우리 좋은 세상에서 다시 만나 다시 한번 사랑하고 다시 한번 꿈꾸고 다시 한번 살아가는 좋은 목숨이시길 빕니다.” (시인 나태주 추모시 중에서)

이태원 참사 49일째인 12월 16일. 참사의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하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매운바람 속에서 158명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희생자 추모 위령재’가 조계사에서 봉행 됐다.

오전 10시.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노제와 158번의 명종 타종을 시작으로 희생자들의 이름을 불러 영단에 모시는 시련의식, 위패 이운, 헌향, 대령관욕, 회심곡, 관음시식, 유가족 헌향 등으로 49재가 진행됐다. 이날 영단에는 유가족이 동의한 67명의 영정과 78명의 위패가 모셔졌다.

위령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해 교육원장 혜일 스님, 포교원장 범해 스님,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보인 스님, 총무원 총무부장 호산 스님,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과 총무원 부실장 스님, 유가족 150여 명, 일반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추모의 마음을 함께했다.

이수민 조계사 청년회장은 “꽃 같던 그대들을 떠나보내는 길에 우리 모두의 마음은 깊이 아팠습니다. 그날 그곳에 있었던 건 그대들의 잘못이 아닙니다”라고 비통해하며 “우리는 그대들을 아끼고 사랑합니다. 그대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부디 모든 고통 잊으시고 아픔 없는 곳에서 평온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추모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추모 법문에서 “이제는 미련과 집착을 놓고 평안한 피안의 업멸을 지어야 한다”며 “다음 세상에서는 괴로움을 느낄 수 없는 세상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며 이고득락과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또한 진우 스님은 희생자 가족들을 향해서 “영가는 영가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마음을 하루빨리 추스르고 냉철한 마음이 돼야 한다. 평안한 마음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영가를 위하는 일”이라면서 “우리 모두는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는 인드라망 안에 살고 있다. 우리 모두는 영가와 가족들에게 한없는 위안을 줘야 한다”고 위로를 전하고, 마지막으로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고, 우리 모두는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우리 사회의 반성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아 두 손을 모았다. 

유가족 대표 배우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는 자신을 비롯한 일부 유가족들이 고인에게 쓴 편지글을 눈물로 낭독했다.

“오늘 저는 우리 아들 영정사진을 싼 흰색 보자기로 목을 두르고 아들이 신었던 양말을 신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이승에서는 아이들과의 마지막이 되는 날이기에 오늘이 오지 않길 바라면서도 아이들을 잘 보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가장 아름다운 말을 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한복판 이태원 그 골목에서 차갑게 생을 다한 우리 아들딸들을 잊지 말고 기억해주세요. 여러분이 기억해준다면 아이들은 가장 안전한 나라에서 다시 태어나 근심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이날 위령제는 유가족들의 소전의식을 끝으로 회향했다.

한편 조계사는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템플스테이, 헤아림’을 진행한다. 12월 17일부터 18일까지 1박 2일 동안 조계사에서 이태원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 치유를 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사경과 소전, 싱잉볼 명상, 108배 등의 프로그램을 무료로 실시한다.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