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 법사(사진=법보신문)
미얀마 마하시 선원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새벽 3시 기상, 밤 9시까지 아침·점심 공양, 운력을 제외하고 1시간 명상, 1시간 경행. 그래서 게으름 피우지 않으면 10차례 앉고 걷기의 집중 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그때 사도야 급(주지급) 바쿠들이 꼭 자기 나이를 밝히십니다. “내 나이가 70세다. 75세다. 80세다. 85세다”라고 소개합니다. 나보다 어린 나이도 계셨다. 속살로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다”고…
그런데 80이 넘고 나서야 그 말씀의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바쿠로써 수행자로써 흐트러짐이 있어도 몸과 마음의 노쇠 현상이니 탓하지 말고 양해해 달라”는 뜻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행하시던 선지식께서는 “눈 푸를 때 -젊었을 때 열심히 수행하라!”는 경구를 주셨던 것입니다.
늙어가니 몸이 수행하는 데 많은 장애를 줍니다.
명상의 횟수가 줄고 명상의 시간이 짧아집니다.
명상을 할 때 장애들이 막아섭니다.
그런대로 알아차림 하는 데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혈기방창하여 감각적 쾌락을 좇을 때 보다 좋아집니다. 특히 평상시의 몸과 마음을 살피는 데는 젊었을 적 보다 훨낫습니다.
소소하게 보아 지기도 하고 앉고, 서고, 걷는 데서도 밀밀하게 봐지기도 하며 명상의 중요성을 더욱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딱히 명상 제일주의 맹목적인-무조건 믿어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깨지지 않는 마음의 평온을 유지 존속시키는 데 명상의
지상주의를 포효할 뿐입니다.
그래서 늙음도 축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윤회의 과정일 뿐입니다.
입번 생에서 쓰라린 윤회를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한 탐구가 항상 해서 좋습니다.
고요의 시간이 길게 자주와 늙음도 축복임을 알게 됩니다.
독일의 괴테는 늙음의 상실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건강, 돈, 일, 친구, 꿈” 이것은 세간의 얘기입니다. 한 겹 벗긴 출세간에서 보면
ㅇ. 건강?
젊은 날의 건강을 바램 할 수 없습니다.
나이 드니 젊은 날의 혈기방창함은 독이
됩니다. 몸조심하며 지내니 건강에 도움을
주는 나이. 찾아오는 질병은 문명화된
현대에선 의료진 책임입니다.
ㅇ. 돈?
감각적 쾌락에 쏟아부었던 돈의 씀씀이에
회의하며 쓸 데만 쓰는 돈이 되니 진짜로
값진 돈만 남게 됩니다.
ㅇ. 일?
일 없음이 일이고, 명상이 일입니다.
ㅇ. 친구?
쓸데없는 친구들이 정리되고 안 만나면
보고 싶은 알짜배기-담마토크의 친구들만
남게 됩니다.
ㅇ. 꿈?
희망의 꿈? 헛된 꿈은 꾸지 않게 됩니다.
죽음이 두려움이 아닌 화려한? 윤회의 꿈,
그 파노라마 속에 살게 됩니다.
괴테 시절인 17-8세기뿐 아니라, 사람의 인지능력의 역사만큼 지속되어 온 늙음의 상실을 한 꺼풀 벗겨 늙음의 눈으로 보게 되니 이런 대문호이며 사상가인 그의 어록에 상실의 시기가 아니라고 토를 달게 됩니다.
기왕의 세속적인 얘기들, SNS를 범벅질 하는
얘기를 보면 70세를 신장년(新長年), 80세를
초로장년(初老長年) 이라고 하던가?
이의 point는 멋지게 나이 들어야 한다는 뜻
외모뿐 아니라 *유머감각 *활력 *세련미
등 호감을 살릴 수 있는 태도나 기술로써 이것들은
나이가 많다고 쇠퇴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질 수
있는 경륜이며 나이 듦의 지혜이고 여유입니다.
거기 더하여 품격 유지로 말을 아끼고 쓸데없는
참견이나 조언, 충고 등에는 등 돌리고 사는 것이다.
루즈벨트도 늙음을 경험하며 “아름다운 젊음은 우연한 자연현상이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어느 누구도 쉽게 빚을 수 없는 예술작품”이라 하였고, 소설가 김훈 씨는 “망인(忘人. 80세)이 되니까 소식 없었던 벗들이 갔다 하고, 소식 없으면 살아있다는 것이다”라 하더군요.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드니(지은이 이름은 잊었습니다),
“참 많이도 바뀐다. 욕심은 줄고 생각은 깊어진다.
-중략- 세월은 쉼 없이 흐르며 나를 안고 돌아가는구나!
그러나 마음 비우고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자니
그 힘겨웠던 젊은 날로 돌아갈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아~ 푸근한 나날이 끝날 때까지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이 늙음을 만끽하며 남은 나날을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세간의 몇 가지 예로 늙음을 얘기한 것일 뿐, 일상의 안부 전화나 하소연 등 늙음의 한탄들을 어찌 다 적을 수 있으리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
지금 이 시간, 여기라는 장소에서 더 멋지고,
더 아름답고, 더 행복한 인생 여정을 만들어
가는 멋진 노후되시기를 소망합니다.
부디 벗님네 들이여 99, 88, 234 하세요!
이 또한 이 시대에는 아쉬움을 담고 있는 말입니다.
100세가 넘어도 글을 쓰시고, 강의하시는 노익장?도 계시다 보니…
모든 것은 “원인과 결과의 법칙”입니다.
그럴만한 원인에 그럴 만큼의 결과가 있음을
잊지 맙시다.
세상은 쉼 없이 무상(無常)의 무대를 펼치고 있습니다.
항상함이 없으니 고故의 세계요, 무상과 고를 주재하고 조절하는 “나”라는 실체가 없는 무아(無我). 이 무대를 꾸리고 조정하고 주름잡는 하나가 있으니 이는 “마음”입니다.
나고,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4고(苦) 마져도, 이 이름과 이 모양으로 잠깐 왔다가는 한세상의 순간순간 과정일 뿐입니다.
모든 승패와 애증도 마음이 빚어내는 과정일 뿐입니다.
우리 모두 주위에 폐를 끼치는 노인이 되지 맙시다.
늙음도 축복이고 아름다움이기를!
우리 모두 “곱게 늙읍시다!”
늙지 말고 “어른이 됩시다!”
사두! 사두! 사두!
불기 2566(2022)년 임인년 늦가을
도이 김 경재 합장근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