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삘라왓투에도 사끼야 족의 왕자 고따마 싯다르타가 완전한 깨달음을 이룬 붓다가 되었고, 그의 가르침이 마가다 국 전역과 까시 왕국의 구석구석에 퍼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특히 중인도의 강력한 통치자 마가다 국의 왕 빔비사라가 붓다의 가르침에 감동하여 제자가 되었다는 소식은 사끼야 족 모두를 기쁘게 했다. 사끼야 족의 자긍심은 마치 보름 무렵의 사리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그들은 붓다가 자신의 고향을 서둘러 찾지 않는 것에 서운함과 실망감도 가지고 있었다. 

숫도다나 왕은 그런 사끼야 족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역시 어느 누구보다도 아들을 만나고 싶었다. 사끼야 족의 명예를 드날린 아들을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었다. 모든 이들에게 찬탄을 받는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고향에 돌아와 가슴속에 깊숙이 응어리진 원망과 슬픔을 풀어주길 고대하였다. 숫도다나 왕은 드디어 아들을 초청하기 위해 라자가하로 사신을 파견했다. 

“아비는 네가 하루빨리 까삘라왓투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뜻을 이루었으니 이제 고향으로 돌아오라.”

그러나 숫도다나 왕의 기대는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의 자랑스러운 아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고향에 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파견한 사신들도 한번 가면 감감무소식이었다. 기다리다 지쳐 다시 사신을 보내면 그 역시 소식이 끊겼다. 무려 아홉 명의 사신을 보냈으나 어떤 소식도 들을 수가 없었다. 모두들 붓다의 설법에 감명을 받아 출가 비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숫도다나 왕은 할 수 없이 가장 믿을 만한 재상의 아들이자 어린 시절 싯다르타의 친구였던 깔루다인(Kāludāyīn)을 불렀다. 

“깔루다인, 너는 싯다르타와 형제나 다름없었다. 내 아들을 까삘라왓투로 데려올 사람은 너밖에 없는 것 같구나. 부디 꼭 태자를 이곳으로 데려와 다오. 나와 약속해 줄 수 있겠니?”

“예, 대왕이시여. 제가 꼭 태자님을 모셔오겠습니다.”

숫도다나 왕이 깔루다인을 통해 붓다에게 보낸 전갈은 ‘죽기 전에 한번 만나보고 싶다.’였다. 

꽤 오랜 시간 깔루다인은 붓다와 눈을 마주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경을 받는 붓다를 보며 그 역시 감동과 감회가 충만했다. 특히 거의 매일 붓다를 찾아와 예경을 올리는 빔비사라 왕을 보면서 깔루다인은 일찍이 체험하지 못한 겸허함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감히 붓다 앞에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깔루다인은 붓다가 가르침을 설할 때 대중의 한 곁에 서서 가르침을 듣고, 대중과 함께 거룩한 경지를 얻어 아라한이 되었다. 그러자 붓다가 ‘수행승들이여, 오라!’라고 손짓을 했다. 모두 그 순간에 신통력으로 만들어진 가사와 발우를 착용하고 백세의 장로처럼 되었다. 깔루다인은 거룩한 경지를 얻고 나서 ‘아직 스승께서 도심으로 들어갈 때가 아니다. 그러나 봄이 되어 꽃이 피고 녹음이 땅에 뒤덮이면 가실 때가 될 것이다.’라고 때를 정했다. 

봄기운이 완연한 어느 때, 오랫동안 붓다와 대면하지 못한 깔루다인은 발견한 사람은 붓다였다. 법문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 군중의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이제는 비구가 된 옛 벗을 알아본 것이었다. 붓다가 걸음을 멈추자 깔루다인이 붓다 앞으로 나아가 예를 올리고 한쪽으로 물러났다. 붓다가 물었다. 

“깔루다인, 무슨 일로 라자가하에 오게 되었는가?”

“세존이시여, 당신을 까삘라왓투로 초청하기 위해서 당신의 아버지 숫도다나 왕께서 저를 이곳으로 보냈습니다. 숫도다나 왕께서는 마치 백합이 태양 떠오르기를 기다리듯이 세존의 귀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사끼야 족 사람들이 세존의 설법을 듣고 싶어 합니다. 세존이시여, 지금이 고향을 방문할 좋은 때입니다.”  -<붓다 연대기> 414쪽 참조

깔루다인이 게송을 읊었다. 

새싹이 돋아나 열매를 구하는 나무들은

세존이시여, 지금 붉은색이 되어

불꽃을 지닌 것처럼 빛을 뿜어내고 있으니,

위대한 영웅이시여, 법미를 나눌 시간입니다. 

꽃을 피워 사랑스럽고

새싹이 돋아나 열매를 열망하는 나무들이

사방으로 널리 향기를 보내니, 

영웅이시여, 여기서 나서야 할 때입니다.

너무 춥지도 않고 너무 덥지도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즐거운 여행의 계절입니다.

사끼야 족과 꼴리야 족이 당신께서 서쪽으로 

로히니(rohiṇī) 강을 건너는 것을 보도록 하소서.      

- <테라가타> 제10장 십련시집 제1품 참조. 전재성 옮김

백합은 주로 햇볕이 직접 쬐지 않는 숲이나 수목의 그늘 또는 북향의 서늘한 곳에서 잘 자라는 꽃이다. 옛날부터 세계 각지에서 진귀하게 여겨왔다. 백합의 꽃말은 ‘순결’이다. 하얀 꽃대가 보는 이를 감동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코끝에 스며드는 향기는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사람들은 그 향기에 취해 저절로 꽃으로 다가선다. 순백의 꽃, 순결을 의미하는 꽃 백합에는 평화로운 기운이 가득하다. 그래서 순결한 사랑, 변치 않는 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들, 그러나 세존이 된 붓다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아들의 귀향을 간절히 원하는 숫도다나 왕의 마음이야말로 백합의 꽃말처럼 자식에 대한 순결한 사랑, 변함없는 애정 그 자체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