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루와나의 대나무. 수십그루의 대나무가 포기를 이뤄 숲이 형성되었다.
잠부디빠(인도의 옛 이름)의 신흥강국 마가다의 왕 쎄니아 빔비사라(Seniya Bimbisāra, 이하 빔비사라)는 십이만 명의 브라만들과 장자들과 함께 라자가하(Rājagaha, 왕사성) 시의 랏티와나(Laṭṭhivana) 숲속 쑵빠디따 탑묘에서 머물던 붓다를 찾아가 설법을 듣고 귀의해 재가신도가 되었다. 빔비사라는 이 법문을 듣고 흐름에 든 님(수다원)이 되었다.
붓다보다 5살 아래인 빔비사라 왕이 붓다와 처음 만난 것은 출가한 뒤 깨달음을 이루기 전 사문이었던 시절에 라자가하 시의 빤다와(Paṇḍava) 산에서였다. 그 후 붓다가 깨달음을 이루고 우루웰라로 가 까쌋빠 3형제와 그들의 제자를 교화한 후 1천여 비구와 함께 라자가하 시 쑵빠디따에서 체류할 때 찾아가 법문을 청한 것이었다.
이때 붓다는 마가다 국에서 큰 존경을 받았던 우루웰라 까쌋빠와 문답을 통해 그가 붓다의 제자가 된 연유를 알려 빔비사라와 십이만 명의 브라만들에게 “우루웰라 까쌋빠가 위대한 수행자에게서 청정한 삶을 영위한다.”는 생각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보시에 대한 이야기, 계행에 대한 이야기, 하늘나라에 대한 이야기, 감각적 쾌락의 욕망의 위험·타락·욕망과 욕망의 여읨에서 오는 공덕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는 그들의 마음이 건강하고, 유연하고, 열리고, 기뻐하고, 청정해졌음을 알고서는 붓다 교설의 핵심, 사성제를 설했다. 붓다의 설법을 들은 십이만 명의 브라만들과 장자들은 ‘어떠한 것이든 생겨난 것이라면, 그 모든 것이 소멸하고야 마는 것’이라고 알고 재가의 남자신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법회가 끝난 후 붓다와 1천여 비구들은 빔비사라 왕의 공양 초대를 받았다. 빔비사라는 훌륭하고, 단단한 음식과 부드러운 음식을 손수 대접하여 제공하고 세존께서 발우에서 손을 떼자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빔비사라는 이렇게 생각했다.
‘세존께서는 어디에서 지내는 것이 좋을까? 마을에서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고, 왕래가 편하고, 원하는 사람들이 오기 쉽고, 낮에는 번잡하지 않고, 밤에는 조용하고 소음이 없고, 인적이 없고, 사람을 여의고, 홀로 명상하기에 알맞은 곳일 것이다.’
빔비사라 왕은 이런 조건을 갖춘 곳 가운데 가장 적당한 장소를 생각했다.
‘나의 이 웰루와나(Veḷuvana) 정원은 마을에서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고, 왕래가 편하고, 원하는 사람들이 오기 쉽고, 낮에는 번잡하지 않고, 밤에는 조용하고 소음이 없고, 인적이 없고, 사람을 여의고, 홀로 명상하기에 알맞은 곳이다. 내가 이 웰루와나 숲을 세존을 비롯한 수행승들의 무리에게 보시하면 어떨까?’
그리고 나서 빔비사라 왕은 황금으로 만든 금병을 세존께 바쳤다.
“세존이시여, 나는 이 웰루와나 정원을 세존과 세존을 가르침을 따르는 참모임에 기증하겠습니다.”
붓다는 빔비사라 왕의 청을 수락하고, 그 승원을 받았다. 붓다는 이어 법문으로 빔비사라 왕을 교화하고 격려하고 북돋우고 기쁘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빔비사라 왕의 처소를 떠났다. 그리고 1천여 비구들에게 말했다.
“수행승들이여, 나는 승원을 받는 것을 허용한다.”
-마하박가 다발부 ‘큰 법문의 다발’ 참고. 전재성 옮김
웰루와나 중심부에 조성된 카란다 호수의 모습.(사진 출처 : 이병욱님 블로그 '진흙속의연꽃')
웰루와나는 대나무 숲을 뜻한다. 그래서 한역에서는 죽림(竹林)이라고 옮겼다. 이 승원은 붓다와 붓다의 상가를 위한 첫 번째 수행처[승원]가 되었다.
아름다운 수행처 웰루와나 정원에 서있다. 한국의 불자들에게는 죽림정사(竹林精舍)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이름처럼 여기저기에 대나무들이 서있다. 일정한 장소에 비슷한 분포로 빼곡하게 서 있는 우리나라의 대숲과는 달리, 수십 개의 대나무들이 한 무더기를 이뤄 군데군데 포기 형태로 서 있는 것이 색다르다. 초입의 대나무 숲을 지나 조금 걸어들어가면 제법 규모를 갖춘 카란다(Karaṇda) 연못이 나오는데, 일본이 공사비를 지원해 말끔히 정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본식 불상이 서있다.
웰루와나 승원은 불교 최초의 사원이라는 의미와 함께 불교사적으로는 붓다가 두 상수 제자 사리뿟따와 목갈라나를 만나 사제의 인연을 맺은 장소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곳 웰루와나에 머물던 붓다는 어느 날 사리뿟따(Sariputta)와 목갈라나(Moggallana)가 저 멀리서 오는 것을 보고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비구들이여, 저기에 오고 있는 두 명은 우빠띳사(Upatissa)와 꼴리따(Kolita)이니라. 그들은 가장 뛰어나고 현명한 나의 한 쌍의 제자가 될 것이다.”
우빠띳사는 사리뿟따의 속명이고, 꼴리따는 목갈라나의 속명이다.
빔비사라 왕의 웰루와나 승원 기증으로 인해 붓다의 상가는 안정된 여건 속에서 수행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붓다의 초기 교단이 안정되고 확산되는 토대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