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풀이로 비구를 비난했던 ‘까나’ 

사왓티 시에 사는 소녀, 까나는 매우 아름다웠다. 누구든 일단 그녀를 보면 출중한 미모에 취해 눈이 멀어버린다(kānā)고 해서 까나라는 이름을 얻었다. 까나의 어머니는 사왓티 시에 사는 부유한 재가신도였다. 까나의 어머니는 수다원과를 얻어 성자의 흐름에 든 신실한 우바이였다. 까나는 이렇듯 부유하기도 하고, 선하기 짝이 없는 부모의 슬하에서 성장한 후, 다른 마을에 사는 같은 계급의 청년과 결혼했다. 

어느 날 까나는 어머니가 보고 싶어 친정에 와서 며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의 남편이 심부름꾼을 보내 빨리 집으로 오라고 재촉했다. 남편의 재촉에 까나는 어머니에게 남편이 찾으니 시댁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시집보낸 딸이 친정에 왔다가 돌아가는데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는 일이라며, 과자를 만들어줄 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과자를 굽고 있을 때 한 비구가 탁발을 나와서 문 앞에 섰다. 그러자 까나의 어머니는 만들던 과자를 모두 비구의 발우에 넣어드렸다. 그 비구는 사원으로 돌아가 다른 비구에게 그 집의 과자가 참으로 맛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두 번째 비구도 찾아와서 두 번째 과자를 얻어 갔고, 그렇게 세 번째, 네 번째 비구가 차례로 찾아와 만들어 놓은 과자를 얻어 갔다. 

결국 과자는 따 떨어져 버렸고 그녀는 시댁으로 출발을 하지 못한 채 하루를 더 머물게 되었다. 까나의 남편은 두 번째, 세 번째로 전갈을 보내 어서 집으로 돌아오라고 보챘다. 즉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다른 여자와 결혼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남편의 으름장에 놀란 까나가 그냥 빈손으로라도 시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으나, 그녀의 어머니는 한사코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법이 아니라며 재차 과자를 굽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비구들이 찾아왔고 그렇게 시댁으로 돌아가는 날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러자 까나의 남편은 자신은 다른 여자와 결혼했으니 돌아올 필요가 없다고 이별을 통보해왔다. 그녀는 이 말을 듣고 쓰러져 울며, 과자를 모두 받아 간 비구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저 비구들이 나의 결혼생활을 망쳤다!”

그때부터 까나는 비구들이 눈에 보이기만 하면 비난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오래지 않아 바구들은 가급적 그녀가 사는 거리에 가려고 하지 않았다. 

비구를 비난하는 여인이 있으며, 그로 인해 비구들이 그 여인이 거주하는 곳으로 탁발 나가기를 꺼린다는 사실을 파악한 부처님께서 어느 날 까나의 친정으로 직접 가셨다. 까나의 어머니는 부처님께 자리를 내드리고 우유죽과 밥을 공양 올렸다. 공양을 마친 부처님께서 말했다. 

“까나는 어디 있는가?”

“부처님이시여, 그 아이가 부처님을 보고 괴로워 울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울고 있는가?”

“부처님이시여, 제 딸은 비구들을 비난하고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을 보고 괴로워 울고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까나를 불러 물었다. 

“까나여, 너는 왜 나를 보고 괴로워하고 숨어 울고 있는 것이냐?”

까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러자 어머니가 대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대신 물으셨다. 

“그러면 까나의 어머니여, 나의 제자들이 그대가 공양 올린 것을 가져갔는가, 아니면 올리지 않은 것을 가져갔는가?”

“부처님이시여, 비구들은 제가 올린 것을 가져갔습니다.”

“나의 제자들이 탁발을 나와 그대의 문 앞에 와서 그대가 올린 것만을 받아 갔다면 나의 제자들에게 어떤 비난을 해야 하는가?”

“부처님이시여, 비구들께서 비난받을 일은 전혀 없습니다. 제 딸이 비난받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까나를 향해 물으셨다. 

“까나여, 나의 제자들은 탁발을 나와 네 집 앞에 와서 네 어머니가 올린 과자만을 받아 갔다고 하는데 나의 제자들에게 어떤 비난을 해야 하는가?”

“부처님이시여, 비구들이 비난받을 일은 없습니다. 제가 비난받아야 합니다.”

그녀는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용서해 달라고 간청했다. 부처님께서는 그녀에게 차제설법을 하셨고, 법문을 경청한 그녀는 그 자리에서 수다원과를 성취했다. 부처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따와나(기원정사)를 향해 떠났다. 

부처님께서 제따와나로 가는 도중에 왕궁 앞을 지나는 순간이었다. 왕이 창문을 통해 부처님을 발견하고는 시종에게 물었다. 

“저기 가고 있는 분이 부처님이 아니시냐?”

“폐하, 맞습니다. 부처님이십니다.”

“부처님께 달려가 내가 지금 친견하러 가겠다고 말씀드려라.”

부처님께서 전갈을 받고 궁전 앞뜰에 서 있자 왕이 다가와서 삼배를 올리고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어디 다녀오시는 길입니까?”

“대왕이시여, 나는 지금 까나의 친정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부처님이시여, 왜 거기에 가셨습니까?”

“까나가 비구들에게 비난을 퍼부었다고 해서 갔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그녀가 비난을 멈추었습니까?”

“그녀는 비난을 멈추었을 뿐만 아니라 출세간의 법을 지닌 부자가 됐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 그녀를 출세간의 부자로 만들었다면 저는 바로 이생에서 그녀를 세간의 부자로 만들어주겠습니다.”

왕은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왕궁으로 돌아가서 화려한 마차를 보내 까나를 왕궁으로 데려오게 했다. 그리고 온갖 장신구로 치장시키고 양녀로 삼은 뒤 신하들에게 말했다. 

“나의 딸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데려가라.”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한 대신이 대답했다. 

“폐하, 제가 폐하의 딸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습니다.”

그는 그녀를 데려가서 아내로 삼고 안살림을 맡기면서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공덕을 지으시오.”

그 이후로 그녀는 네 문에 사람을 두고 집에 오는 모든 비구와 비구니에게 공양을 대접했다. 그녀는 또한 자기 집에 오지 않은 비구들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공양을 올렸다. 까나는 항상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풍부하게 준비해 비구들에게 올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비구들이 법당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벗들이여, 이전에 네 명의 나이 든 장로가 까나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그녀가 화를 냈는데 오히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음을 얻어 성자의 흐름에 들었습니다. 그녀의 집은 비구들이 다시 탁발을 가도 좋은 집이 됐습니다. 그녀는 많은 비구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싶어 해서 오히려 비구들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부처님의 능력은 정말 경이롭습니다.”

우연히 이 모습을 발견한 부처님이 법당으로 들어오시어 물었다. 

“비구들이여, 여기 앉아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가?”

비구들이 대답하자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네 명의 장로가 까나를 괴롭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생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까나를 설득해서 내 말에 따르도록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생에서도 그녀에게 도움을 주었다.”

비구들이 그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어 하자 부처님은 비구들의 요청에 따라 ‘밥부 자따까(Babbu Jātaka))’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까시에 황금 4억을 가진 부자 상인이 살았다. 그의 아내는 돈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죽었기 때문에 쥐로 태어나 재물이 감추어져 있는 곳에 살았다. 가족들도 모두 죽어버리자 마을은 황량한 곳이 되어버렸다. 그때 보디삿따는 쥐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채석장에서 일하는 석수였다. 쥐는 그를 좋아해서 그에게 동전 한 닢을 가져다주고 그 돈의 반은 그가 갖고 반은 고기를 사서 갖다 달라고 했다. 보디삿따는 쥐의 제안에 동의하고 고기를 사다 주었다. 어느 날 쥐가 고양이에게 붙잡혔다. 쥐는 자신의 고기를 반으로 나누는 조건으로 고양이에게서 풀려났다. 하지만 얼마 후 쥐는 또 다른 세 고양이에게 차례로 붙잡혔다. 쥐는 똑같은 조건으로 풀려났다. 그래서 고기를 다섯 등분으로 나누어야 했고 쥐는 점점 야위어갔다. 보디삿따가 이 사실을 알고 쥐를 투명한 수정상자 안에 넣어주며 고양이가 오면 관계를 끊는다고 말하라고 했다. 첫 번째 고양이가 오자 쥐는 상자 속에서 고양이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고양이는 수정상자에 뛰어올랐다가 부딪쳐 죽었다. 나머지 고양이들도 그렇게 죽었다. 쥐는 이제 자유로운 몸이 됐다. 이에 보답하려고 쥐는 보디삿따에게 보물을 모두 보여주었다.

한 고양이가 나타나고

두 번째 고양이가 나타나고

세 번째, 네 번째 고양이가 나타나는 곳

이곳이 고양이들이 노리는 쥐구멍이다.> 

부처님은 자따까를 자세히 설명하고 나서 자따까에 나오는 인물들을 설명하였다. 

“그 당시 네 고양이가 지금 네 명의 나이 든 장로이고, 그 쥐는 지금의 까나이고, 석수는 나였다. 비구들이여, 과거에서도 까나의 마음은 슬프고 혼란스러웠는데 나의 말을 따라서 고요한 호수의 물처럼 맑고 깨끗한 마음이 됐다.”   

부처님은 이 말씀에 이어서 게송을 읊었다. 

깊은 바다가 

티 없이 맑고 고요하듯이

지혜로운 이는 

진리의 가르침을 듣기에

그 마음 맑고 깨끗하다. 

이 법문 끝에, 법석에 참석한 많은 사람이 수다원과, 사다함과, 아나함과를 성취하였다. 

*그동안 성자가 된 여성수행자들 연재에 함께해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