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조 혜능2
제자들 가운데 가장 앞장섰던 혜명은 아득히 먼 남방의 강서성과 광동성의 경계인 대유령에 이르러, 겨우 혜능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혜능은 곧바로 가사를 반석 위에 놓고 말했다.
“어서 그 가사를 들어 보이게나!”
그러나 신장이 8척인 혜명은 용맹한 장수 출신임에도 그 가사를 들 수 없었다. 가사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혜명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가사가 아니라 가르침을 구하러 여기까지 왔나이다.”
혜능이 말했다.
“선도 악도 아닌 중간 마음은 그 무엇이던고?! 빨리 대답하라!”
그 말에 혜명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실 혜명은 가사가 욕심나서가 아니고 오조 홍인이 혜능을 남방으로 떠나보낼 때 전수한 가르침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혜명은 혜능을 향해 합장 예배하고 급히 남방으로 가도록 했다. 그러나 그 뒤로도 많은 제자들이 쫓아왔다.
그래서 그는 무려 15년 동안을 사냥꾼 무리 속에서 보내야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냥꾼들에게 설법하였다. 그는 식사 때마다 채소를 고기 굽는 그릇에 넣어 익혔다.
사냥꾼들이 물었다.
“무슨 까닭입니까?”
혜능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고기 둘레의 나물을 먹을 뿐이오."
그는 사냥꾼들의 실제 생활을 존중하면서도 살생과 육식을 끊어야 하는 불자의 면목을 강조했던 것이다. 부처로부터 비롯된 적절한 대기설법이었다.
어느 날 한 비구니가 혜능에게 물었다.
“글을 모르면서 어찌 그대가 진리를 안단 말이오?”
혜능은 한마디로 상대를 제압했다.
“진리는 하늘의 달과 같다. 문자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다. 달을 보는데 손가락을 거칠 필요는 없다.”
이것이 선종의 유명한 ‘불립문자不立文字’이다.
그즈음 남해에서 이름난 선 수행자인 인종이『열반경』을 강의하고, 혜능이 그 강좌에 참여하여 청강한 것은, 득법 후 스승 홍인의 명에 따라 남쪽 지방에서 은둔생활을 보낸 혜능으로서는 아주 커다란 전기가 되었다.
어느 날 인종이『열반경』을 강의하던 그 자리에 깃발이 세워져 있었다. 혜능은 그 수업에 참여하여 인종의 강의를 듣고 있었는데, 그때 바람이 불어 깃발이 나부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 바람이 흔들린다, 아니 깃발이 흔들린다로 의견이 분분하였다.
그때 인종이 대중에게 물었다.
"너희는 모두 바람이 깃발을 흔들리게 하는 것을 본다. 꼭대기에 깃발이 흔들리는가?"
대중들은 말했다.
"바람이 부는 것을 봅니다."
또 다른 대중은 이렇게 말했다.
"깃발이 흔들리는 것을 봅니다."
그러자 제법 학식이 있는 대중들이 말했다.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흔들림을 보는 것입니다"
그때 혜능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이는 대중의 망념이 흔들리느냐 안 흔들리느냐일 따름이다. 이는 깃발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법은 본래 흔들림과 흔들리지 않음이 없도다."
인종은 그 말을 듣고 경악했다.
“그대는 어디서 법을 얻었는가?”
혜능은 비로소 말했다.
“동산東山에서 법을 얻었습니다.”
인종은 혜능을 찬탄하고, 자신의 제자 모두를 이끌고 혜능의 문하에 입문했다. 혜능과 인종과의 만남은, 혜능으로 하여금 동산에게서 전법한 사실을 외부로 알리는 커다란 계기가 되었다. 그 표명의 형식은 자료에 따라서 다양하지만, 이것에 의해 혜능이 남해에서 동산 홍인의 계승자임을 공인받게 되었다.
다시 인종이 물었다.
"그동안 오래도록 어디에 머무르셨습니까?"
"소주 곡현 남쪽 50리 되는 조계촌의 옛 보림사에 있었습니다."
그는 다음의 말로 설법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대중들이여 흩어져라. 혜능도 조계로 돌아가리라. 만약 큰 의심이 있거든 저 산속으로 오라. 너희를 위해 의심을 부수고 함께 불성을 보리라."
그러자 그 자리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 말했다.
"좋구나 큰 깨달음이여, 예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바이다. 영남에 복이 있어 생불이 여기 계시다. 누가 능히 지혜를 얻을 것인가."
인종은 제자 3천 명을 거느리고 혜능을 환송하여 조계로 돌아가게 하였다. 그로부터 40세에 조계산으로 돌아온 혜능은 그 후 76세로 입적할 때까지 36년간 조계를 중심으로 교화 활동을 폈다. 혜능이 조계로 돌아온 직후 무렵, 소주자사 위거의 요청에 의해, 혜능이 대범사 강당에서 설법하였는데 이때 자리 아래의 사람들이 무려 만 명이 넘었다. 혜능은 마하반야바라밀의 법을 설하고, 모두에게 무상계를 주었다. 이를 문하의 법해가 모아 기록한 것이 바로 『단경』이다. 훗날 여기 모인 사람들이 그의 뜻을 따라 이 단경을 설하였다.
훗날 사람들은 일개 조사인 혜능의 설법집을 왜 경으로까지 존칭했을까? 그것은 혜능이 깨달은 돈오의 깨달음은 절대적으로 부처님과 동일하다는 전제에서 비롯된다.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연기법이나, 혜능이 깨달은 돈오의 깨달음은 조금도 차이가 없는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더욱이 붓다가 이심전심으로 마하가섭에게 법을 부촉하고, 그 법의 징표로서 가사가 전해져 달마대사와 홍인대사를 거쳐 혜능에게 이르렀으니, 붓다와 혜능은 동일선상에 두는 것. 곧 혜능의 말은 경전과 조금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북종선에 대항하는 형태로, 혜능을 개조로 하는 남종선을 확립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신회다.
혜능이 법성사에서 수계하고 이어서 같은 해에 대중을 위해 처음 법을 열 때였다. 겨우 나이 13살의 신회가 삼배의 예를 갖추고 무릎을 꿇었다.
혜능이 물었다.
“그대가 어느라고 몹시 수고했는데 근본을 가지고 왔는가? 근본이 있다면 주인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말해보라.”
신회가 대답했다.
“무주無住로 근본을 삼으니 봄(見)이 곧 주인입니다.”
그러자 혜능은 지팡이로 세 번 때리고 꾸짖었다.
“이 사미가 어찌 경솔한 말을 하느냐!”
“큰 지식은 여러 겁을 지나도록 만나기 어려운데 이제 만남을 얻었으니 어찌 신명을 아끼겠습니까?”
신회는 울면서 자신의 잘못을 빌고 스승으로 섬길 것을 청하고 혜능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조계에서 크게 선풍을 선양하고 있던 혜능의 명성을 듣고, 그때의 조정은 사자를 파견해서 혜능을 서울로 맞아들이려 했지만, 혜능은 병을 핑계로 굳이 사양하고, 재차 부름에도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리어 마납가사와 비단 등을 하사받았다. 그때 혜능이 황제에게 보낸 글이 오늘날에도 전한다.
혜능은 변방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 도를 사모하여 외람되게도 홍인 대사로부터 여래의 심인心印을 부촉 받고, 서국의 의발을 전해 받고, 동토의 불심을 전수받게 되었습니다. 천은天恩으로 중사 설간을 보내시와 혜능을 궁궐로 부르심을 받자오나, 혜능은 오래도록 산림에 거처하였으며, 늙고 풍병에 걸렸습니다. 폐하의 덕은 만물의 바깥까지 감싸고, 도는 만민을 꿰뚫습니다. 창생을 양육하시며 백성에 인자하십니다. 뜻은 대교大敎를 넓히고 석문釋門을 흠숭하십니다. 혜능은 산에서 병을 고치고 도업을 닦고 지녀 위로는 황제의 은혜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여러 왕, 태자에게까지 미치도록 허락하시기 바랍니다. 삼가 표를 바칩니다. 석가혜능은 돈수돈수합니다.
- 소주 조계산 석가혜능
천자에게 주는 글이므로 그는 스스로는 겸손하면서, 천자의 덕에 대해서는 이를 찬탄하고, 자신은 중풍에 걸렸기 때문에 산에서 요양하면서 불도를 계속 닦음을 용서하기 바란다는 정중한 거절의 의미가 이렇게 잘 녹아있다. 그가 얼마나 대기설법에 능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남화선사(南华禅寺)에 봉안된 육조스님 진신상
713년 8월 3일. 혜능이 제자들에게 말했다.
"나 이제 가리라."
제자들이 다 울었다.
다만 어린 신회 스님만 울지 않았다.
혜능이 말했다.
"어린 신회는 안 우는데 너희는 왜 우느냐. 내가 가는 자리를 모르니 우는 것이다. "
제자인 법해가 스승에게 물었다.
"이후에 뒤를 잇는 자가 있습니까. 여기에 옷이 있는데 무슨 까닭에 전하지 않습니까?"
"너는 묻지 말라. 이후에 어려움이 지극히 많이 일어날 것이다. 나는 이 가사 때문에 몇 번인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 네가 때를 알고자 하니, 내가 죽은 지 40년 후에 종지를 수립하는 자가 곧 그 사람이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법이 옷에 달려 있어서, 옷을 가지고 법을 전하는 것인지는."
"법이 옷에 달려 있지 않다 하더라도 옷은 대대의 상승을 나타내므로, 옷을 전하는 것으로써 신표를 삼는다. 지금 불법에 스승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고 도를 배우는 자가 종지를 알 수 있게 되었으니, 착각하거나 실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석가여래의 금란가사는 원래 계족산에 있었는데, 이제 생각컨대 가섭이 이 가사를 입고서 오로지 미륵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기를 기다려 이 옷을 부탁하려고 하였으니, 이로써 석가여래가 옷을 전하는 것으로써 신표를 삼았음을 나타내었다. 우리 육대에 걸친 조사도 이와 같다. 나는 이제 능히 여래의 본성을 완전히 깨쳤다. 여래는 이제 내 몸속에 있다. 나는 여래와 차이가 없다. 여래가 곧 나의 진여이다. 너희들은 내가 두 게송을 지어서 달마 화상 게송의 취지를 따르는 것을 들어보라. 너희 미혹한 자들이 이 게송에 의해 수행한다면 반드시 견성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전법게(傳法偈) 을 읊었다.
心地邪花放
五葉逐根隨
共造無明業
見被業風吹
심지(心地)에 삿된 꽃이 피고, 다섯 잎은 뿌리를 좇아 따른다. 함께 무명업(無明業)을 지어, 이제 업바람에 불리운다.
心地正花放
五葉逐根隨
共修般若慧
當來佛菩提
심지(心地)에 바른 꽃이 피고, 다섯 잎은 뿌리를 좇아 따른다. 함께 반야의 지혜를 닦아서, 불보리(佛菩)를 맞이한다.
이 두 게송은, 첫째 사법에 의한 자, 둘째를 정법에 의한 자로 양자를 대비하고, 둘째의 반야의 지혜에 의한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인데, 첫째가 북종선을, 둘째가 남종선을 가리키고 있음은 분명하며, 여기에 의해 돈황본 『단경』도 여타의 제 자료와 마찬가지로 돈오(頓悟)를 주장하고 있다.
그가 입적하자 산이 무너지고 땅이 흔들렸으며 해와 달이 빛을 잃고 바람과 구름이 모습을 잃었으며 나무는 하얗게 변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이상한 향이 일어나 며칠 지나서 그쳤다. 조계의 시냇물이 그치고 샘과 연못이 말라붙은 지 3일 남짓 지났다.
문하들이 혜능의 유해를 맞아 조계로 돌아가고자 하였다. 그때 수령은 기꺼이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국은사에 머무르게 하고 탑을 일으켜 공양하고자 하였다. 그 때 문하인 승려 숭일 등이 자사를 만나서 도리를 얘기하고서야 비로소 조계로 돌아갔다. 혜능의 선법은 자성(自性)의 발견으로 일관된다. 그의 설법을 기록한 『육조단경(六祖壇經)』 전편에 흐르는 이야기는, 한마디로 자기 본성을 깨치라는 것이다. 이때 말하는 자기 본성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면 모두 갖추고 있는 마음이면서, 동시에 구체적인 이 현실에 있는 존재자 각자의 마음이다. 따라서 부처나 중생 모두가 개체적 실존, 즉 주체의 다른 경계이지 결코 또 하나의 다른 주체가 있어, 우리가 그것을 부처라 이름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번뇌와 해탈은 동일한 주체의 다른 활동이며 결코 이 번뇌의 주인공을 떠나 따로 보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혜능이 말하는 바의 깨달음은, ‘인간의 자성(自性)’을 유일한 근거로 해서 불성(佛性)인 자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이 법문은 정혜로써 근본을 삼는다. 미혹하게도 정혜가 다르다고 말하지 말라. 정혜는 일체로써 둘이 아니다. 수행자는 처음 정에 든 다음에 혜가 비롯된다거나 혜가 먼저 있고 나서 정이 비롯된다고 하여 정혜가 서로 다르다고 하지 말라.” 그에 의하면 자성의 정혜는 두 가지로 분리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수행과 깨달음은 선후가 없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달마 스님을 중국 선종의 초조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선이라는 새로운 선문을 처음으로 열어젖힌 진정한 의미에서의 개조는 혜능이다. 달마와 그의 제자들로부터 비롯되어 결국 혜능에 이르러 왁성된 선은 실천 형태의 측면에서는 점수에서 돈오에로의 변화를 의미하고, 정혜불이에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달마의 제자들. 그들이 온갖 환란을 극복하고 열어놓은 찬란한 꽃송이의 마지막, 혜능의 선법은 이후 중국을 위시하여 한국이나 일본으로 전파된 선불교의 기본 토대가 되며, 특히 임제종의 간화선으로 계승된다. 따라서 혜능의 선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바로 오늘의 선을 바르게 이해하는 지름길이 것이 되는 것이다.(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