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장명확

4.4.9  육촉입처경(六觸入處經)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배살리의 지바카 코마라바차의 암라 동산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섯 가지 촉입처(六觸入處)가 있다. 어떤 것이 여섯인가. 눈의 촉입처 · 귀 · 혀 · 몸 · 의지의 촉입처이다.

사문이나 바라문으로서 이 여섯 가지 촉입처의 집기(集) · 멸함(滅) · 맛(味) · 근심(患) · 떠남(離)에 대해서 여실히 알지 못하면, 그 사문이나 바라문은 나의 법과 율에서 멀기가 허공과 땅 사이 거리와 같음을 마땅히 알라.”

“내가 이제 그대에게 물으리니, 그대는 묻는 대로 나에게 대답하여라.

비구여, 그대는 눈의 촉입처에 대하여, ‘이것이 바로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함께 있다’라고 보는가?”

이때 한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합장하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훌륭하구나. 이 눈의 촉입처에 대하여 ‘이것은 나가 아니다, 나와 다른 것도 아니다. 나와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여실히 알고 보는 사람은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아 마음이 집착하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게 된다. 이것을 첫째의 촉입처를 이미 끊고 이미 알아서 그 근본을 끊는 것이라 한다. 마치 타알라 나무 밑동을 자른 것과 같이, 미래에는 불생법(不生法)을 성취한다.” 눈으로 색을 식별할 때도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그대는 또한 귀 · 코 · 혀 · 몸 · 의지의 촉입처에 대하여, ‘이것이 바로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훌륭하구나. 귀 · 코 · 혀 · 몸 · 의지의 촉입처에 대하여, ‘이것은 나가 아니다, 나와 다른 것도 아니다. 나와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알고 보는 사람은 모든 번뇌가 일어나지 않아 마음이 집착하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게 된다. 비구여, 이것을 ‘여섯 가지 촉입처를 이미 끊고 이미 알아서 그 근본을 끊는 것’이라 한다. 마치 타알라 나무 밑동을 자른 것과 같이, 미래의 욕망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다.”

의지로 법을 식별할 때도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