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승찬③ 

 붓다와 달마, 그리고 혜가가 그랬듯이 당시로 보면 승찬의 사상 또한 가히 혁명이었다. 1조 달마와 2조 혜가가 설한 ‘마음의 문제’라는 생각의 혁명을 이어, 처음으로 ‘깨달음이란 어떤 마음의 상태인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큰 그의 공적은 고금의 명작, 선시禪詩‘신심명信心銘’을 남긴 것이다. 신심명은 사언절구(四言絶句)의 시문(詩文)으로 전체 146구 584자로 구성된 소품이지만 내포하고 있는 선지(禪旨)나 사상의 심오함으로 예로부터 선가의 귀감으로 애송되어 왔다. 물론 오늘날에도 수행하는 이들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수행의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신심명'은 중국 초기 선의 중심 문제인 불성을 중도의 공사상에 입각해 설명하고 있다. '지극한 도는 걸림이 없는 것, 분별하는 일을 싫어한다. 미움도 사랑도 없으면 모든 것이 명백하다'는 구절처럼 미움과 사랑, 옳음과 그름, 선과 악, 이른바 흑백논리에 입각한 어느 한쪽에 치우진 견해를 갖지 않아야 한다는 당부다. 그래서 이 글은 불가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선(禪)이나 교(敎)를 막론하고 불교 전체를 통해서 양변을 모두 통합한 중도가  불교의 근본사상임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至道無難 

   唯嫌揀擇 

   但莫憎愛 

   洞然明白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나니

   오직 간택함을 꺼릴 뿐이니

   미워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통연히 명백하리라

 ‘신심명’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구절은 앞의 네 구절이다. 지극한 도는 우리가 본성을 알고자 한다면 그 정체는 어려운 것도 멀리 있는 것도 아니요, 가까운 곳에 현실로 드러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우리가 양변적인 원리, 즉 이원론에서 움직이고, 그 이원론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집착이 생기고, 실체가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래서 다시 집착이 생기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은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중생심은 허상이고, 참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님을 ‘신심명’은 일깨워준다. 본성자리는 본래 부동한 자리에서 인연을 수순하면서 어느 한곳에 머무르는 자리가 아니다. 이것이 바로 정견이고, ‘신심명’에는 그 정견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信心不二

   不二信心

   言語道斷

   非去來今

   믿는 마음은 둘이 아니요

   둘이 아님은 믿는 마음이니

   언어의 길이 끊어져서

   과거 현재 미래가 아니로다

 “신심명‘의 마지막 구절이다. 마음을 믿는 것은 본래 불성을 믿는 것이다. 우리가 본래 부처라는 것이다. 본래 부처를 믿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하면서 확신하라는 것이다. 승찬은 그렇게 살다 갔다.

 그의 전법게는 다음과 같다.

   華種雖因地

   從地種華生

   若無人下種

   華地盡無生

   꽃씨를 땅에 뿌리므로

   그곳에서 꽃이 피지만

   만약 꽃씨를 뿌리지 않는다면

   땅도 나지 않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