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승찬②  

 “깊은 산속에 들어가 숨거라. 바삐 교화에 나서지 말라. 머지않아 국난이 있을 것이다.”  

 승찬은 스승 혜가의 말대로 서주(舒州) 환공산(晥公山)에 들어가 은거했다.  그리고 수(隋)나라의 양제(煬帝) 대업(大業) 2년 10월 5일(서기 606년)에 입적하였다. 그의 세수(歲壽)는 알 수 없다. 승찬이 출가한 때는 참으로 어려운 시대였다. 420년경 중국에 남북조시대가 열리면서 무려 200여 년에 걸쳐 왕조의 흥망성쇠가 일어났다. 백성들은 도탄에 빠졌다.  

 이 시기 불교는 대부분 기복적인 불사에 치중했고, 교단은 국가권력과 밀착해 위세를 과시하는 데 급급했다. 먹고살기 힘든 백성들은 대승불교 사상의 높은 이상보다는 주술적이고 현세 중심적인 불교를 선호했다.  

 게다가 6세기 후반에는 북주(北周) 무제(武帝, 561～578)가 승려들을 죽이고 절을 불태우는 전대미문의 폐불을 저질렀다. 승찬은 비록 산으로 들어갔으나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순화되고 축적된 불교적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일을 했다.

 완공산은 워낙 산세가 험준하여 사람이 살 수 없었다. 인적이 끊긴 악산인지라 맹수들이 들끓었다.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맹수들에게 살상을 당하는 일도 잦았다. 그러나 승찬은 이곳에서 신심명을 완성하며 10년 이상을 수행 정진하였다.

 다음과 같은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달마조사가 법통을 전승해 준 이래로 승찬 선사처럼 신비롭고 찬란하게 빛을 일으키는 수행자는 없었다. 선정과 지혜가 평등하게 작용하는지라 그가 갖는 깊은 생각은 누구도 범접할 수없이 높다.”

 승찬은 법난이 잠잠해진 다음 여러 제자들과 함께 나부신으로 돌아가 몸을 감추고 다시 3년 동안 칩거했다. 그리고 서기 606년 처음으로 산문을 벗어나 밖으로 나왔다. 수나라 양제 때였다. 그는 그의 법문을 듣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든 대중 앞에서 사자후를 터뜨렸다.

 “여기 있는 것은 유일무이한 진실일 뿐 제2도 없고 제3도 없다. 따라서 깨달음의 경지는 거기에 숨겨져 있고, 언어 표현이 미치지 못한다. 진리의 주체는 망망하고 고요하여 듣고 볼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글자와 말은 소용없는 사설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승찬은 다시 말했다.

 “나는 지금 당장 무엇이든 먹고 싶다.”

 제자들이 음식을 바쳤다.

 마음껏 음식을 먹고 난 승찬은 다시 목청을 높였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좌선에 든 채로 죽는 것을 우러러 보고 훌륭하다고 말한다. 그대들은 앉은 채로 죽는 것을 기이하게 여길 것이나 나만은 생사를 자유자재로 한다. 나는 이제 선 채로 죽으려 한다. 나는 생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는 말을 마친 후 한쪽 손으로 회의장 앞의 나뭇가지를 잡고 선 채로 입적했다. 그는 누에고치 속에 갇혀 있던 벌레가 자기를 속박하던 두꺼운 껍질을 벗고 드높은 창공을 향해 날아오르듯, 달랑 나뭇가지 하나를 손으로 잡은 채 조용히 자신의 껍질을 떠나 하늘로 날아올랐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