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따라 출가해 아라한이 된 ‘쑨다리’
쑨다리(Sundarrī)는 고따마 부처님 이전에 출현한 부처님들 아래에서 덕성을 닦고 이러저러한 생에서 해탈을 위해 착하고 건전한 것을 쌓았다. 그녀는 지금으로부터 31겁 전인 웻싸부(Vessabhū) 부처님 당시에 청정한 믿음의 마음을 내어 탁발 음식을 드리고 오체투지를 했다. 웻싸부 부처님은 쑨다리의 청정한 믿음을 알고, 그녀에게 감사를 표한 뒤 그곳을 떠났다. 그녀는 그 공덕으로 서른셋 신들의 하늘나라(도리천)에 태어났고, 거기서 살 만큼 살면서 천상에서의 영화를 누렸다. 하늘세계에서 수명이 다하자 그녀는 계속해서 좋은 곳을 윤회하다가 궁극적인 앎이 무르익었고, 고따마 부처님이 탄생할 무렵, 바라나시 시에 사는 ‘쑤자따(Sujāta)’라는 이름을 가진 바라문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빼어난 아름다움을 갖추었으므로 ‘쑨다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런데 그녀가 성년이 되었을 때 돌연 남동생이 죽었다. 그러자 그녀의 아버지 쑤자따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사로잡혀 여기저기 방황하다가 장로니 와쎗티(Vāseṭṭī)를 만나게 되었는데, 장로니에게 어떻게 슬픔을 제거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장로니 와쎗티는 출가 전에 외아들이 죽어 실성했다가 세존을 만난 뒤에 슬픔을 여의고 거룩한 경지에 도달한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 인도에서는 여인이 자식을 잃었을 때, 관용적으로 ‘죽은 아이를 잡아먹은 여자’로 부르는 풍습이 있었다.
“존귀한 여인이여, 예전에 그대는 죽은 아이를 잡아먹었으니 밤이나 낮이나 심하게 괴로워했겠지요?”
그러자 장로니 쑤자따가 대답했다.
“바라문 쑤자따여, 나와 그대는 과거의 생에서 수백의 아이들과 수백의 친지의 무리들을 잡아먹었습니다. 그러나 태어남과 죽음에서 벗어남을 알고 나서는 나는 슬퍼하지 않고 울지도 않고 또한 비탄해하지도 않습니다.”
와쎗티 장로니로부터 태어남과 늙음과 죽음에서 벗어난 상태인 열반을, 열반으로 가는 길에 대한 완전한 앎을 통해 쓰라린 윤회의 굴레를 꿰뚫고 나서 모든 슬픔에서 벗어났다는 대답을 듣자 쑤자따가 다시 물었다.
“와쎗티여, 그대는 지금 놀라운 말을 했습니다. 그대는 누구의 가르침을 알고 그와 같은 발언을 하는 것입니까?”
홀로 그런 가르침을 깨우치는 것은 불가능함으로 분명 어떤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쑤자따 바라문의 질문에 와쎗티 장로니가 대답했다.
“바라문이여, 저 올바르게 깨달은 님은 밧지 국 위데하 족의 수도인 미틸라(Mithilā) 시 근교에서 일체의 괴로움을 제거하기 위해 중생들을 위하여 가르침을 설하고 계십니다. 바라문이여, 나는 그 거룩한 님의 가르침을 듣고 집착의 대상을 여의고 올바른 가르침을 인식하여 자식에 대한 슬픔을 제거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저도 미틸라 시 근교로 가겠습니다. 아마도 올바르게 깨달은 님, 그 세존께서는 일체의 괴로움으로부터 저를 구원해 주시겠지요.”
미얀마의 대표적 위빠사나 수행처인 마하시센터에서 정진 중인 여성수행자들.(사진=이학종)
바라문 쑤자따는 그 즉시 미틸라 시로 찾아가 집착의 대상이 없이 완전한 해탈을 이룬 고따마 부처님을 친견했다. 쑤자따는 그 자신이 겪고 있는 괴로움을 부처님께 말씀드리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물었다. 그러자 고따마 부처님께서 친절하게 가르침을 주셨다.
“괴로움과 괴로움의 발생과 괴로움의 초월, 괴로움의 지멸로 이끄는 고귀한 여덟 가지의 길이 있다.”
부처님으로부터 여덟 가지의 고귀한 길, 즉 올바른 견해[正見], 올바른 사유[正思], 올바른 언어[正語], 올바른 행위[正業], 올바른 생활[正命], 올바른 정진[正精進], 올바른 새김[正念], 올바른 집중[正定]에 대한 법문을 들은 쑤자따는 올바른 가르침을 인식하고 출가의 기쁨을 발견했다. 그는 삼일 밤을 거쳐서 세 가지의 명지, 즉 전생을 기억하는 지혜인 ‘숙명통’, 천상과 지옥을 보며 중생들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볼 줄 아는 지혜인 ‘천안통’, 그리고 모든 번뇌를 소멸하는 지혜인 ‘누진통’을 얻었다. 아라한이 된 쑤자따 바라문은 자신을 태우고 미틸라 시까지 동행했던 마부를 불러 말했다.
“오라 마부여, 나의 집으로 돌아가서 이 마차를 돌려주라. 나의 부인에게 안부를 전하고 ‘바라문 쑤자따는 출가하여 3일 밤을 걸쳐서 세 가지 명지를 얻었다’고 전하라.”
마부로부터 바라문 쑤자따가 부처님께 귀의하여 출가했으며 3일 밤을 거쳐서 세 가지 명지를 얻었다는 소식을 접한 쑤자따의 아내가 마부에게 말했다.
“바라문이 세 가지 명지를 얻은 것을 알았으니, 마부여 나는 말과 마차와 천금과 물이 가득한 병을 그대에게 주겠노라.”
고대 인도에서는 물을 가득 채운 병은 경사스러운 것으로 여겨졌고, 따라서 좋은 소식을 가져오는 자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그러나 마부는 수자따의 아내가 제시한 호의를 완곡하게 거절했다.
“바라문 부인이여, 말과 마차와 천금은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저는 바라문님을 따라 최상의 지혜를 지닌 님께 앞으로 출가하겠습니다.”
마부가 출가의 뜻을 밝히며 말과 마차와 천금을 사양하자, 쑤자따의 아내는 할 수 없이 딸인 쑨다리에게 이것을 물려주려 했다.
“쑨다리야, 코끼리들과 암소들과 말들과 보주와 귀고리와 집안의 재보를 버리고 아버지는 출가했다. 쑨다리야, 네가 집안의 상속녀이니 네가 이들 재보를 누리도록 하라.”
그러자 딸 쑨다리 역시 어머니의 이 같은 당부를 단호하게 거절하며 말했다.
“어머니. 코끼리들과 암소들과 말들과 보주와 귀고리, 이러한 집안의 즐길 만한 재보를 버리고 자식을 잃은 슬픔에 아버지는 괴로워하며 출가하셨습니다. 저도 형제를 잃은 슬픔으로 괴로우니 출가하렵니다.”
아버지의 뒤를 따르겠다는 단호한 뜻을 어머니에게 밝힌 쑨다리는 출가를 위해 바라나시 시에 있는 한 여성 수행자들의 수행처를 찾아갔다. 출가를 하러 찾아온 쑨다리에게 친교사[은사; upajjhāya]가 말했다.
“쑨다리여, 원하는 대로 그대의 의도가 이루어지기를! 서서 받는 탁발식과 이삭줍기, 그리고 분소의와 옷가지삼기, 이러한 것들은 충분하리니, 저세상에서 번뇌를 여의리.”
쑨다리는 여성 수행자들의 처소에 와서 친교사의 허락을 받아 정학녀[식차마나니]가 된 후 가르침을 받고 본격적으로 수행을 시작한 후 오래지 않아 세 가지 명지를 깨우친 후 부처님을 찾아가겠다는 자신의 뜻을 밝혔다.
“존귀한 여인이여, 이제부터 저는 정학녀로서 하늘눈이 청정해졌고, 예전에 제가 어찌 살았는지, 전생의 삶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지식의 여인이여, 참모임 가운데 아름다운 장로니시여, 저는 당신께 의지하여 세 가지 명지가 이루어졌고, 깨달은 님의 교법을 실현하였습니다. 고귀한 여인이여,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사왓티 시로 가기를 원합니다. 위대한 스승 고따마 부처님과 함께 지내며, 저는 사자후, 즉 궁극적인 앎을 선언하겠습니다.”
쑨다리는 친교사로부터 사왓티 시로 떠나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쑨다리는 한 걸음에 부처님이 계신 사왓티 시의 기원정사로 달려갔다. 그녀는 부처님 계신 곳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며 스스로를 격려하는 게송을 읊었다.
쑨다리여! 황금색 용모와
황금색 피부를 지닌 스승,
길들여지지 않은 자들을 길들이는 님,
어떤 것에도 두려움이 없는
올바로 깨달은 님을 친견하라
고따마 부처님은 멀리서 쑨다리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시고, 함께 있던 비구들에게 말했다.
“비구들이여, 쑨다리가 오는 것을 보라. 집착의 대상이 없이 완전하게 해탈했으니, 탐욕을 여의고 결박을 풀고 할 일을 해 마쳐 모든 번뇌를 여의었구나!”
마침내 거룩한 스승 부처님을 친견하게 된 쑨다리는 최상의 예우로 부처님께 예배한 후 이렇게 외쳤다.
“세존이시여, 저는 바라나시 시를 떠나서 당신의 곁으로 왔습니다. 위대한 영웅이시여, 제자 쑨다리가 당신의 두 발에 예경합니다. 존귀한 님이시여. 당신은 부처님이시고, 저의 스승이시고, 저는 당신의 적녀(嫡女), 당신의 입에서 태어난 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해 마치고 모든 번뇌를 여의었습니다.”
쑨다리는 자신이 부처님의 가슴에서 정진에 의해 생겨난 출생에 속하므로 적녀이며, 부처님의 금구로 설해진 교법에 의해 설해진 고귀한 길을 통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으므로 부처님의 입에서 태어났다는 표현을 하며 스승에게 최고의 찬탄을 올렸다.
고따마 부처님은 자신의 두 발 앞에 엎드려 예경하며, 자신이 이룬 경지를 사자후로 토해내는 쑨다리를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쑨다리의 사자후가 끝나자 고따마 부처님은 그녀가 거룩한 경지를 성취해 완전한 열반과 해탈을 성취했음을 인정하는 감흥 어린 시구를 읊었다.
현선(賢善: 아리야을 의미)한 여인이여, 그대는 잘 왔다.
결코 잘못 온 것이 아니니라.
탐욕을 여의고 결박을 풀고
해야 할 일을 해 마쳤고, 번뇌를 여읜,
이와 같이 잘 길들여진 님이 와서
스승의 두 발에 예경을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