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혜가 1
글의 맨 첫머리에 밝힌 바대로 달마의 법을 이은 달마의 법을 이은 2대 조사 혜가(慧可, 487~593)의 성은 희씨姬氏이다. 어머니가 이상한 광채가 집안에 비치는 꿈을 꾸고 그를 낳으니 이름을 광광光光라고 불렀다. 그는 30세에 향산사에서 보정스님에게 머리를 깎고 출가했다. 그가 출생한 시대는 중국이 남북조로 나뉜 복잡다단한 때였다. 온 나라가 전쟁에 휩싸여 있었고 크고 작은 나라들이 마치 물거품처럼 일어났다 사라졌다.
어려서부터 총명한 데다 용모가 수려해 부모의 자랑이던 그는 노장과 유학 사상을 깊이 공부했는데 특히 '시경' '역경'에 정통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철이 들면서 어지러운 세상살이에 염증을 느끼고 세속의 지식이 궁극적인 것이 아님을 깨달아 불문에 들어선다.
그가 출가한 곳은 낙양 용문의 향산사, 스승은 보정 선사였다. 신광(혜가)의 학식과 인품, 덕성은 곧 널리 알려졌다. 마침내는 위나라의 국사 자리에까지 오르게 됐다. 국사란 왕을 보좌하며 국정을 함께 하는 승려다.
하형산(1923~2019) 중국문화예술가 ‘선종2조혜가대사덕상’
그는 문무백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실에서 매달 설법을 했다. 그러나 정작 그의 내면은 치솟는 번뇌의 불길 때문에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신광이 선정에 들었는데, 홀연히 한 선인이 나타나 말했다. "머지않아 과위(果位: 깨달음의 지위)를 얻을 그대가 어찌하여 여기에 막혀 있는가? 남쪽으로 가라." 이튿날 신광은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팠다.
이를 본 그의 스승 보정 선사가 고치려 하자, 하늘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지금 신광은 뼈를 바꾸고 있는 중이다. 예사 아픔으로 생각하지 말아라." 그제야 신광은 스승에게 선인이 말한 바를 이야기했다.
그러자 보정이 그에게 말했다. "네 얼굴이 길하고 상스러우니 반드시 얻는 바가 있으리라. '남쪽으로 가라' 함은 소림을 일컫는 것이니, 필시 달마대사가 너의 스승이리라."
이렇게 혜가는 책의 첫머리에 소개한 대로 팔을 끊어 바침으로써 달마의 제자가 되었다. 그러나 목숨까지 버릴 각오로 공부하던 혜가도 부처님의 정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너무 괴롭고 불안하여 스승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냐?" "스님, 저 혜가입니다." "들어오너라. 그런데 무슨 일이냐?" "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마음을 편안케 해 주십시오." "편치 않은 마음을 가져오너라. 그럼 내가 너의 마음을 편안케 해 주겠다."
혜가는 스승께 사실대로 말했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불안한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너의 마음을 이미 편안케 해주었다." 달마의 그 말은 혜가에게는 천둥이고, 번개였다. 혜가는 활짝 웃었다. 눈을 뜨면 항상 내가 있다는 착각에 빠져 불안했던 혜가는 달마의 이 안심법문을 통해 불생불멸의 진리를 깨달았던 것이다. 마침내 혜가는 석가모니 부처로부터 전해진 서천의 28대 달마의 법을 이어 받고 법의 증표로 부처님의 금란가사를 받아 달마를 초조로 하는 선종 2대 조사가 되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