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로 태어나 수행자의 길 택한 ‘쑤메다’ 

하늘나라에 태어나는 것을 지상의 목표로 제시하는 일부 종교들과 달리, 고따마 부처님은 천상세계, 즉 하늘세계도 결국 쓰라린 윤회의 고통을 벗어나지 못한 세계에 포함되며, 따라서 궁극의 목적지가 아니라고 가르쳤다. 

오랜 전생 동안 하늘세계에서 나고 죽으며 나름 큰 행복을 누렸던 쑤메다(Sumedhā)의 삶은 바로 이런 고따마 부처님의 가르침이 잘 드러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쑤메다는 고따마 부처님 이전에 출현했던 부처님들의 시절에도 태어나 덕성을 닦고 여기저기의 생에서 해탈을 성취하기 위하여 착하고 건전한 선업을 쌓았다. 그녀는 철저하게 해탈을 위한 선근공덕을 키우면서 꼬나가마나(Koṇāgamana) 부처님 당시에 훌륭한 집안에 태어났다. 성년이 되자 그녀는 자신을 따르는 친구들과 함께 마음을 모아 큰 사원을 지어 부처님을 비롯한 수행자들의 참모임(상가)에 기증하였다. 

쑤메다는 이 공덕의 힘으로 수명이 다한 뒤에 서른셋 신들의 하늘나라(33천=도리천; Tāvatiṁsa devā)에 태어났다. 도리천에서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천상의 영화를 누리다가 다시 수명이 다하자 축복받는 신들의 하늘나라(야마천;Yāmā devā)에 태어났으며, 거기서 죽어서는 만족을 아는 신들의 하늘나라(도솔천; Tusitā devā)에 태어났다. 또 거기서 죽어서 창조하고 기뻐하는 신들의 하늘나라(화락천; Nimmāna devā)에 태어났으며, 거기서 죽어서 다른 신들이 창조한 것을 누리는 신들의 하늘나라(타화자재천; Paranimmitavasavattino devā)에 태어났다. 이렇게 차례로 다섯 가지의 감각적 쾌락의 욕망계에 태어나 천신제왕들의 대비가 되었다가 거기서 죽어서 깟싸빠(Kassapa) 부처님 당시에 대자산가인 부호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점차로 성년이 되자 교법에 확신을 얻어 삼보(三寶, 불법승)를 위하여 크나큰 공덕이 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곳에서 살아있는 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해 살면서 착하고 건전한 일을 즐겨 행하다가 거기서 죽어서, 다시 서른셋 신들의 하늘나라(도리천)에 태어나 계속해서 좋은 곳을 윤회하다가 고따마 부처님께서 탄생할 무렵에 만따와띠(Mantāvatĩ; 고따마 부처님 당시 인도의 한 도시) 시를 다스리던 왕 ‘꼰짜(Koñca)’의 딸, 공주의 신분으로 태어났다. 

꼰짜 왕과 왕비는 그녀에게 ‘쑤메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녀가 점차 성장하여 성년이 되었을 때, 부모는 와라나와띠(Vāraṇavatĩ) 시의 아니까랏따(Anikaratta) 왕에게 쑤메다 공주를 시집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이였을 때부터 자신과 같은 또래의 공주들과 시녀들과 함께 여성 출가수행자들의 처소에 가서 비구니들에게 가르침을 듣고 오랫동안 덕성을 닦아왔기 때문에 이미 윤회에 대한 외경이 생겨났고, 교법에 청정한 믿음이 생겨나 감각적 쾌락의 욕망으로부터 마음을 여읜 상태였다. 

쑤메다는 부모와 친지들이 자신의 혼사에 관해 상의하는 것을 듣고는, 자신에게 세속적 욕망이 끊어졌으며,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겠다는 뜻을 부모님에게 전했다.  

“저는 세속의 가정에 살아가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가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쑤메다의 부모는 출가의 마음을 접고 가정생활을 하도록 간곡히 권유했으나 공주는 듣지 않았다. 갖가지 방법으로 간곡하게 권해도 도무지 설득시킬 수가 없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부모님의 완강한 입장을 확인한 쑤메다는 ‘이러한 식으로 하면 내가 출가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삭도를 가지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그녀는 이 머리카락에 대하여 혐오의 마음을 일으키는 정신활동을 기울여 덕성을 쌓고 수행녀들로부터 배웠던 정신활동의 방법대로 부정의 특징(不淨相)을 일으켜 마침내 첫 번째 선정(초선정)을 얻었다. 수행에 성취가 있자 출가에 대한 확신을 더하게 된 그녀는 다시 간곡하고 단호한 표정으로 부모님을 설득했다. 

“아버님, 어머님. 저는 열반을 기뻐합니다. 존재하는 한, 천상계일지라도 영원하지 않으니, 마음이 시원하고 평온해지는 쾌미는 적고, 고뇌만 많습니다. 또한 공허한 감각적 쾌락의 욕망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뱀독에 비유될 정도로 독하지만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어리석은 자들은 미혹되니, 그들은 오랜 세월 지옥에 떨어져 고통스러워하며 해악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자제가 없으니 악업을 키워서 악취에 떨어지고 악업을 지은 것 때문에 슬퍼합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지혜가 열등하고 사려가 없고 괴로움의 발생으로 방해받고 가르쳐주어도 알지 못해 네 가지의 고귀한 진리(사성제)를 깨우치지 못합니다. 어머니, 최상의 깨달은 님께서 가르치신 진리를 알지 못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존재의 세계를 기뻐하고 천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천상에 태어나더라도 영원하지 않고 무상한 존재에 귀속됩니다. 그럼에도 어리석은 자들은 거듭해서 태어나야 하는 윤회의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네 가지 퇴락하는 운명의 길(사악도)과 두 가지 상승하는 운명의 길(선처에 태어나는 일)은 어떻게든 얻어집니다. 퇴락하는 운명의 길에 떨어진 자들에게 지옥에서의 출가라는 것은 없습니다. 고따마 부처님은 열 가지 힘(十力)을 갖추신 분입니다. 이치에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분명히 구별하는 능력(處非處智力), 선악의 행위와 그 과보를 아는 능력(業異熟智力), 모든 선정(禪定)에 능숙한 능력(靜慮解脫等持等至智力), 중생의 능력이나 소질의 우열을 아는 능력(根上下智力), 중생의 여러 가지 뛰어난 판단을 아는 능력(種種勝解智力), 중생의 여러 가지 근성을 아는 능력(種種界智力), 어떠한 수행으로 어떠한 상태에 이르게 되는지를 아는 능력(遍趣行智力), 중생의 전생을 기억하는 능력(宿住隨念智力), 중생이 죽어 어디에 태어나는지를 아는 능력(死生智力), 번뇌를 모두 소멸시키는 능력(漏盡智力)을 갖춘 님이십니다. 그분의 가르침에 출가하는 것을 두 분께서는 부디 허락하여 주십시오. 저는 삶과 죽음을 끊어버리기 위해 세속적 관심을 여의고 노력하겠습니다. 실체가 없는, 불운한 몸을 지녔는데, 존재에 대한 환희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존재에 대한 갈애를 소멸하기 위해 저는 출가하겠으니, 허락하여 주십시오. 깨달은 님들께서 출현하셨습니다. 부적절한 기회는 지나가고 적절한 기회가 찾아왔으니, 계행과 청정한 삶을 목숨이 다하도록 더럽히지 않을 것입니다.”

쑤메다의 논리정연한 말을 들은 왕과 왕비는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공주의 결심의 무엇으로도 깨뜨릴 수 없을 만큼 단단히 굳혀졌음을 간파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의 표정을 살펴보던 쑤메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어머니와 아버지, 저는 재가자로서 더는 음식을 섭취할 수 없습니다. 출가하지 못한다면 저는 죽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어머니는 괴로워 울부짖었다. 아버지도 온통 슬픔에 압도되었다. 그들은 누각의 바닥에 엎드린 쑤메다를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아이야, 일어나라. 슬퍼한들 무엇하랴! 너는 이미 바쳐졌다. 아이야, 와라나와띠 시의 아니까랏따 왕은 훌륭한 남편감이다. 그에게 너는 이미 바쳐진 몸이다. 너는 아니까랏따 왕의 제일 왕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얘야, 계행과 청정한 삶, 출가는 실로 행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왕가에는 명령과 재물이 있고, 권세와 즐거운 향락이 있다. 너는 젊으니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즐겨라. 아이야, 너는 그와 반드시 결혼을 해야만 한다.” 

아버지의 단호한 말을 들었지만 쑤메다는 요동도 하지 않은 채 말했다. 

“오호, 제발 이러한 일이 없기를! 존재하는 실체가 없으니, 나에게는 출가가 있거나 죽음이 있을지언정 결혼은 없습니다. 제가 왜 이 악취가 나는 육신, 부정하고 오줌 냄새가 나고, 언제나 오물이 흘러나오고 더러운 것으로 가득하고, 두려움을 야기하는 사체인 가죽 부대에 집착해야 합니까? 육신의 실체가 어떠한 것인지를 제가 아는데, 혐오스럽고 살과 피로 칠해지고 벌레들의 서식처이고 새들의 먹이인 육신을 누구에게 바치겠습니까? 이 육신은 머지않아 의식 없이 시체를 버리는 곳으로 운반되어 혐오스러워하는 친지에 의해 나무토막과 같이 버려지게 됩니다. 주검을 시체가 버려지는 곳에 타자를 위한 먹이로 던져버리고, 자신의 부모도 혐오하면서 목욕을 하는데, 하물며 일반 사람들이야 어떻겠습니까? 뼈와 근육으로 싸여진 육신, 타액과 눈물과 똥과 오줌으로 가득 차고, 악취가 나는 실체가 없는 육신에 집착합니다. 만약에 해부하여 내부를 바깥으로 드러내면, 악취를 참을 수 없어 자신의 어머니라고 해도 혐오할 것입니다. 존재의 다발과 인식의 세계와 감각의 영역은 조건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태어남의 뿌리이고 괴로운 것이라고 이치에 맞게 성찰하는데, 제가 어찌 결혼을 바라겠습니까? 매일매일 삼백 개의 창으로 새롭게 몸이 찔리고, 백 년 동안 살해되더라도 괴로움이 종식된다면, 그것이 더 낫습니다. ‘거듭거듭 죽는 자들에게 윤회의 길은 멀기만 하다.’는 깨달으신 분, 위대한 스승의 말씀을 아는 자라면, 살해되는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 것임을 시인할 것입니다. 신들 가운데, 인간들 가운데, 축생들 가운데, 아수라들 가운데, 아귀들 가운데 그리고 지옥들 가운데 헤아릴 수 없는 살해가 보입니다. 악취에 떨어진, 오염된 자들에게는 지옥 속의 많은 살해가 있습니다. 신들 가운데도 피난처가 없으니, 열반이 주는 안락보다 나은 것이 없습니다. 열 가지 힘을 갖춘 님의 가르침을 지향하는 자들은 열반을 얻었습니다. 삶과 죽음을 끊어버리기 위해 그들은 세속적 관심을 여의고 노력합니다. 아버지, 오늘 저는 세상을 버리겠습니다. 실체가 없는 영화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저는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싫어하여 토해냈으니, 이미 종려나무 그루터기처럼 되었습니다.” 

쑤메다가 이와 같이 아버지에게 말할 때, 그녀와 약혼할 아니까랏따 왕이 젊은이들에게 둘러싸여 예정된 시간에 결혼을 하기 위해 찾아왔다. 약혼자가 다가왔지만 쑤메다는 조금도 개의하지 않고 선정에 들었다. 선정에서 일어나 선정을 토대로 통찰을 확립하여 존재의 다발에 대하여 무상의 지각을 닦는 수행에 들어갔다. 이렇게 쑤메다가 깊은 선정에 들어 있을 때 아니까랏따 왕이 누각에 도착했다. 

그녀가 정신을 기울이고 있을 때, 아니까랏따 왕이 급하게 올라왔다. 보석과 황금으로 몸을 장식한 그는 합장을 하고 쑤메다에게 말했다. 

“공주 쑤메다여, 나의 왕가에는 명령과 재물이 있고 권세와 즐거운 향락이 있습니다. 그대는 젊으니 나와 결혼해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마음껏 즐기십시오. 감각적 욕망이 주는 행복은 세상에서 얻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대에게 나의 왕국을 맡길 것이니, 영화를 누리십시오. 보시를 베푸십시오. 우울해하지 마십시오. 지금 공주의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괴로워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이미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원하지 않는 경지를 얻었고, 어리석음을 떠난 수메다는 아니까랏따 왕에게 이와 같이 말했다. 

“왕이시여,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환희하지 마십시오.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서 위험을 보십시오. 사대주(四大洲; 수미산 사방의 바다 가운데에 있는 네 개의 대륙)의 지배자 만다따(Mandhātā)는 감각적 욕망을 누리는 자들 가운데 일인자였으나, 만족하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그는 결국 욕망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비의 신이 일곱 가지 보물(금, 은, 진주, 마니, 묘목, 금강, 산호)을 널리 사방에 비처럼 내려도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는 만족이 없으니 사람들은 만족을 모르고 죽습니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은 칼과 도마와 같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은 뱀의 머리와 같고 건초 횃불처럼 불타오르고 앙상한 해골과도 같습니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은 무상하고 불안정하고 고통이 많고 독성이 크고 뜨거운 쇳덩이와 같고 죄악의 뿌리이고, 결과로 고통을 가져옵니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은 과일나무와 같고 고깃덩어리와 같은 것이고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꿈과 같은 것이고 미혹시키는 것이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은 빌린 물건과 같습니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은 창칼과 같고 질병이고 종기이고 해악이고 파괴이고 숯불 구덩이와 같고 사악의 뿌리이고 공포이고 살육입니다. 이와 같이 감각적 쾌락의 욕망은 많은 괴로움을 지니고 장애가 된다고 했으니 가십시오. 존재의 운명에 대해 저는 자신의 신뢰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머리가 타들어 가는데 나에 대해 타인이 무엇을 할 것입니까? 늙음과 죽음이 쫓아올 때에는 그것을 부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문을 열어젖힌 뒤에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아니까랏따 왕이 땅바닥에 앉아 울부짖는 것을 보자 그녀가 다시 말했다. 

“시작을 알 수 없는 때부터 아버지가 죽고 형제가 살해되고, 자신이 살해될 때, 거듭해서 울부짖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윤회는 깁니다. 시작을 알 수 없는 때부터의 눈물과 젖과 피, 윤회를 새기십시오. 중생들이 윤회하면서 쌓아온 해골들을 새겨보십시오. 눈물과 젖과 피와 견주어지는 사대해(四大海)를 새기십시오. 한 우주기 동안 쌓아온 해골의 더미가 위뿔라(Vipulena) 산과 같다는 것을 새기십시오. 시작을 알 수 없는 때부터 윤회하는 자에게 잠부띠빠(Jambudĩpa)에 견주어지는 대지가 있는데, 대추씨 만한 크기의 작은 흙덩어리들의 숫자는 어머니의 숫자에 미치지 못합니다. 풀, 목재, 나뭇가지 그리고 잎사귀의 수는 네 손가락 마디 크기로 자른 조각이라도, 시작을 알 수 없는 때부터의 아버지의 숫자에 미치지 못합니다. 인간을 얻기 위한 비유로서 동쪽의 바다에 눈먼 거북이가 서쪽에서 온 멍에의 구멍에 그 머리를 집어넣는 것을 새기십시오. 거품의 덩어리에 비유되는 실체가 없는 불운한 육신의 형상을 새기십시오. 존재의 다발을 무상하다고 보십시오. 많은 고통을 받는 지옥을 새기십시오. 거듭거듭 여기저기 태어날 때마다 증가하는 무덤을 새기십시오. 악룡의 공포를 기억하고 네 가지 진리를 새기십시오. 불사(不死)의 감로수가 있는데 다섯 가지 쓴맛을 지닌 것을 마셔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모든 감각적 쾌락의 욕망의 즐거움은 불타고 지쳐지고 비등하고 작열하기 때문입니다. 원적(怨賊)의 여읨이 있는데, 많은 원적이 있는 감각적 쾌락의 욕망으로 무엇을 하겠습니까? 왕들과 불과 도적들과 물과 불친절한 자들과 같은 많은 원적이 그것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탈이 있는데, 상해 구속이 있는 감각적 쾌락의 욕망으로 무엇을 하겠습니까? 감각적 쾌락의 욕망은 상해 구속을 초래하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탐해 고통을 겪기 때문입니다. 건초 횃불은 점화되면, 그것을 부여잡고 놓지 않는 자를 불태웁니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은 횃불과 같아 그것을 놓지 않는 자를 불태웁니다. 작은 감각적 쾌락의 즐거움 때문에 광대한 지복을 버리지 마십시오. 메기가 낚싯바늘을 삼킨 것처럼, 나중에 고통스러워하지 마십시오. 사슬에 묶인 개와 같으니 감각적 쾌락의 욕망 가운데 욕망을 다스리십시오. 배고픈 천민들이 개를 대하듯, 감각적 쾌락의 욕망이 그대를 삼킬 것입니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몰두하여 한량없는 괴로움과 마음의 불만족을 겪을 것이니, 불안정한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버리십시오. 늙음의 여읨이 있는데, 늙음이 있는 감각적 쾌락의 욕망으로 무엇을 하겠습니까? 일체가 모든 경우에 태어남, 죽음과 질병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것이 늙음의 여읨이고 죽음의 여읨입니다. 이것이 늙음과 죽음을 여읜 상태이고, 슬픔의 여읨, 원적의 여읨, 속박의 여읨, 패착의 여읨, 공포의 여읨, 열뇌의 여읨입니다. 이 불사(不死)는 많은 님들이 얻었으니, 이치에 맞게 수행하면, 오늘이라도 얻을 수 있지만, 노력하지 않는 자는 얻을 수 없습니다.” 

쑤메다는 이와 같이 말했다. 쑤메다는 형성된 것들에서 환락을 찾지 않는 자신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며 아니까랏따 왕을 진정시켰다. 그러고 나서 쑤메다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서슴없이 땅 위에 던졌다. 그러자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판단한 아니까랏따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수메다의 아버지에게 청했다. 

“왕이시여, 부디 쑤메다를 출가하도록 놓아주십시오. 그녀는 반드시 해탈의 진리를 통찰하는 님이 될 것입니다.”

약혼자의 요청이 있자 어머니와 아버지도 딸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쑤메다는 이렇게 첫 번째 선정을 얻은 후에 자신에게 가정생활을 강요하려고 접근했던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과 수행원들, 모든 왕족들을 교법에 청정한 믿음을 갖도록 만들고 나서 집을 나와 비구니들의 수행처로 가서 출가했다. 

출가해서 통찰을 확립하고 곧바로 궁극적인 앎이 성숙하고, 해탈로 이끄는 특별한 상태를 통해서, 머지않아 분석적인 앎과 더불어 거룩한 경지를 얻었다. 삭발을 했으나 아직 비구니계를 받기 이전 예비 단계인 정학녀(淨學女)로서 4근본계(根本戒)와 6법을 지키며 정진하는 시기에 아라한이 된 것은 실로 놀라운 진전이었다. 4근본계는 음행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살생하지 않고, 허황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6법은 불순한 마음으로 남자와 몸을 맞대지 않는 것, 남의 금전을 훔치지 않는 것, 축생의 목숨을 함부로 끊지 않는 것, 작은 거짓말도 하지 않는 것, 때아닌 때에 음식을 먹지 않는 것, 술을 마시지 않는 것 등이다.

출가한 지 오래지 않아 공주 쑤메다가 얻은 그 열반은 아주 놀랍고 경이로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그녀가 전생에 행한 삶은 마지막 생의 시간에 밝힌 대로였다. 쑤메다는 마지막 존재의 다발이 완전히 사라질 때에, 자신의 전생의 삶이 포함된 행위를 밝힌 대로 아는 경지를 발원했던 것이다. 이처럼 정학녀일 때 거룩한 경지에 도달하고 나서 그녀는 자신의 실천을 성찰하다가 감흥어린 시구로써 자신의 경계를 노래했다. 

세존이신 꼬나가마나 당시에 

참모임의 정원, 새로운 거처에

우리 세 명의 친구들(다난자니, 케마, 쑤메다)인

여인들이 정사를 헌납했습니다. 

열 번, 백 번, 

천 번, 만 번, 

우리는 천상계에 태어났으니, 

인간계에야 말해 무엇을 하겠습니까?

천상계에서 광대한 신통을 지녔었으니, 

인간계에서야 말해 무엇을 하겠습니까?

칠보를 지닌 자의 대비(大妃)였으니,

나는 여인의 보배였습니다. 

그것이 원인이었고, 근원이었고, 뿌리였고, 

그것이 스승의 교법의 수용으로서

그것이 첫 번째 인연이었고, 

그것이 가르침을 기뻐하는 자의 열반이었습니다. 

그래서 탁월한 지혜를 가진 님의 

말씀을 믿는 자들은 이와 같이 

‘그들의 존재를 싫어하여 떠나고,

싫어하여 떠나서 사라진다.’라고 말합니다.  

-전재성 옮김 <테리가타>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