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 중국으로 건너가다1 

 달마가 수행하길 어언 67년. 스승 반야다라가 유언한 햇수가 흘렀다. 이제 인도에서 할 일을 어느 정도 끝마쳤다고 생각한 달마는 중국으로 갈 것을 결심하고는 왕을 찾아갔다. 왕이 만류했지만 달마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꼭 가셔야 하겠습니까?”

 왕의 말에 달마는 고개만 끄덕였다.

 “제가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간청해도 가시겠습니까?”

 그래도 달마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다면 꼭 다시 돌아오신다는 약속을 하실 수 있습니까?”

 역시 달마는 고개만 끄덕였다.

 왕은 달마의 항해를 준비하였다. 

 달마는 우선 제자 불타야사에게 사전답사를 떠나게 했다. 불타야사는 오랜 여정 끝에 겨우 중국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접한 광경들은 달마의 가르침과는 크게 어긋나는 것들이었다. 중국의 승려들은 달마의 사상을 낯선 것으로 배척하였던 것이다. 이에 불타야사는 크게 낙심하여 병으로 죽고 말았다. ‘너무 일찍 가서 시들지 말라’는 반야다라의 예언이 맞았던 것이다. 이에 달마는 뛰어난 제자의 죽음에 안타까워하면서 참된 불교를 중국에 전해주고자 동쪽을 향해 출발하였다. 

 드디어 달마가 바닷길을 출발하는 바로 이 시점에서 지금도 많은 대중들이 알고 있는 전설이 시작된다. 그에 얽힌 많은 육신이탈 설화 중에 한 가지만 살펴보기로 하자.

 달마가 배를 타려고 항구에 이르자 수백 년 묵은 큰 고기가 배 드나드는 길목에 와서 죽어있었다. 많은 배들이 그 길목을 통과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더구나 그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썩은 생선 냄새가 진동하였던 것이다. 

 달마는 그곳 주민들을 위하여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선정에 들어가 자신의 육체를 벗어났다. 그리고 신통력으로 그 물고기의 시체를 먼 바다에 버리고 돌아왔다. 그러나 선정을 풀고 돌아왔을 때는 자신의 몸은 오간 데 없고 어떤 선인의 이상한 몸이 있었다. 달마는 다시 신통력을 발휘해 사방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이름 높은 어떤 선인이 숲 속에 달마의 몸이 있는 것을 보고는 얼른 자신의 몸을 벗어버리고 달마의 몸을 바꾸어 가지고 갔던 것이다. 그 선인의 몸은 눈이 새파랗고 수염이 많아서 사람 같지 않았다. 그러나 달마는 빙긋 웃었다. 그 때 이미 달마는 자신이 쓰고 있는 육체에 대한 미련을 버렸던 것이다. 그에게 있어 육체는 단지 경우에 따라 입고 벗을 수 있는 단순한 의복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것이 후대에 전하는 달마의 모습이 괴상한 까닭이다. 

 그러나 이 거짓말 같은 전설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달마가 전하는 법의 요체가 이 전설 하나에 모두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목숨이면 그 누구든 버릴 수 육체에의 집착, 그것을 버리라고 달마는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형성되는 선사상은 모두 이 설화를 기초로 하여 발전하는 것이다.  

 달마가 어려운 항해를 마치고 중국의 광주에 도착한 것이 양무제 보통(普通) 원년(520) 9월 21일이었다고 전해진다. 광주자사 소앙이 바로 이 사실을 무제에게 알리자 무제는 재빨리 달마를 궁궐로 초청하였다. 

 달마는 11월 1일 수도인 건강에 도착하여 무제와 마주앉게 되었다. 양무제는 역대 중국 왕들 중에서도 열렬한 불교 신자로 이름난 인물이다. 바로 여기서 세기의 문답, 달마와 양무제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달마와 양무제 옆에 나란히 선 많은 군신들은 숨을 죽였다.   

 양무제가 물었다. 

 "나는 지금까지 많은 절을 짓고 경문을 직접 옮기기도 했으며, 또한 많은 승려와 비구니를 육성했소. 그러니 앞으로 얼마나 많은 보답을 받겠소? 가르쳐 주시오?" 

 그 때 다른 수행자 같았으면 불법홍포를 위해 많은 자비를 베푼 황제에게 최대한의 찬사를 보내는 것이 당연했다. 양무제는 질문을 하고 흐뭇하게 달마의 대답을 기다렸다. '황제의 선행과 공덕이 넓고도 크므로 부처님으로부터 최고의 보답이 있을 것입니다.'라는.    

 그러나 달마는 조용히 말했다.

 "그런 것은 공덕이 될 수 없습니다."  

 무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이라고?" 

 달마는 다시 말했다.  

 "무공덕이라 말했습니다." 

“어째서 그렇단 말이오? 이 정도의 일이 아무 것도 아니라면, 내가 무슨 일을 해야 공덕이 된단 말이오?” 

 무제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런 일은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 않으면 쓰레기가 될 뿐입니다." 

 무제의 얼굴은 하얗게 변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출 수가 없었다. 둘만이 있는 자리도 아니었다. 많은 군신들이 있는 자리였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은 무제를 부처님을 따르는 어떤 수행자보다 그 공덕과 지혜가 뛰어나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공덕이란 무엇을 가리키는가?" 

 달마는 다시 말했다.

 "마음과 지혜가 완전히 하나가 되어 아무런 걱정도 없는 것." 

 무제는 더욱 화가 났다. 

 "그러면 불법에서 말하는 깨달음의 첫 번째를 한마디로 말하면 무엇인가?"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입니다." 

 "무엇이라고?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고? 그렇다면 내 앞에 있는 너는 도대체 무엇이냐?" 

 무제는 막나가고 있었다. 달마를 만나 많은 군신들 앞에서 자신의 공덕을 뽐내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 그런데 무제는 달마의 황당한 대답만 들어야 했던 것이다.

“내 앞에 있는 너는 무엇이냐 말이다!”

 무제는 황제라는 체면까지 버리고 발악을 하였다.

 달마는 최후의 한마디를 던졌다. 

 "그런 것은 나도 모릅니다." 

 달마와 황제의 문답은 이것으로 끝났다. 

 이 문답은 달마에 관한 에피소드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 중의 하나다. 중국 불법홍포를 위해 먼 길을 달려온 달마도 양무제에 대해 적잖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양무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도무지 달마의 말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쓸쓸히 돌아섰다. 훗날 양무제는 두고두고 후회하였다. 자신의 무지로 하여 달마가 양나라를 떠났기 때문이었다.  

 스승 반야다라의 말대로 남쪽 나라는 아직 자신의 불교를 널리 퍼트릴 분위기가 성숙하지 않은 것을 깨달은 달마는 조용히 양나라를 떠나 북쪽 위나라를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이 때 달마는 갈대를 꺾어 타고 양자강을 건넜다고 전해진다. 물론 그것 또한 달마의 신통력을 존숭한 훗날 사람들의 경외가 만들어낸 이야기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