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욕의 굴레 벗고 발심한 ‘밧다 꾼달라께싸’⓶
밧다는 고개를 떨궜다. 어리석은 욕망에 사로잡혀 한 치 앞도 보지 못한 채 내달려왔던 지난날이 부질없고 부끄럽게 느껴졌던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지금까지와 같은 생활만 반복하게 될 터였다. 특히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리석은 짓을 저지른 자신을 부모님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게 되었다. 이제 부모님과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과도 인연을 끊어야겠다. 이제부터는 멀리 떠나서 유행하는 삶에 출가하리라.’
밧다는 올라왔던 길을 거슬러 내려갔다. 그러고는 산길 초입에서 기다리고 있던 하인들에게 말했다.
“보석을 탐낸 남편이 날 죽이려 했다. 나는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남편을 죽이고 말았다. 이제는 부모님을 볼 면목이 없어졌다. 그러니 돌아가서 부모님에게 전하라. 이제부터 나는 산과 들을 떠돌며 수행할 것이니, 찾지 마시라고.”
이날 이후 밧다는 산과 들을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돌았다. 아침에 눈을 떠 이 마을 저 마을 둘러보다 어둠이 드리울 무렵엔 아무 집에나 들어가 하룻밤 지새기를 청했다. 그러는 사이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원하는 무엇이든 거머쥐며 살았던 지난날들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말끔하게 지워졌다. 머릿속만이 아니라 마음에서도 과거의 환영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그녀는 한동안 홀가분한 마음으로 유랑했다. 갑작스럽게 닥친 비극의 원인이 결국 자신의 욕망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 하나로 유행의 삶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자유롭고 홀가분한 상태는 지속되지 못했다. 마을과 마을 사이 산길을 걷다 텅 빈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문득 한 가지 의문이 생겨난 것이다.
‘화수분처럼 솟구치는 욕망은 어디에서 일어나는 것일까?’ 그러나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찾아지지 않았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미궁을 헤맬 뿐이었다. 떠도는 일상 속에서 먹고 마시고 자는 행위에 하나라도 더 보태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렸다. 부지불식간 더 맛난 것을 먹고 싶고, 즐거운 일은 더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움찔 마음을 다잡곤 했다. ‘나도 모르게 또 다른 욕망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닐까? 홀로 유랑하는 삶을 수행으로 여겼지만 아닌 것 같다. 이제부터는 홀로 생활하지 않으리라.’ 밧다는 수행자들의 모임에 합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행하는 사람들과 체계적인 수행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밧다는 어느 날 자이나교 계통의 한 빠립바지까 수행처(여성수행자들의 모임)으로 가서 자신을 받아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이들은 고따마 부처님 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사문들로 행위와 말과 생각에서 악을 제거하고 청정범행을 함으로써 사후에 지극한 복을 얻는다는 교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윤리학, 철학, 자연학과 신비적인 문제를 가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논쟁을 벌였던 일종의 철학자들이었다. 그러자 그들이 그녀에게 물었다.
“여인이여, 그대는 어떠한 방식으로 출가하려 합니까?”
“당신들의 출가 가운데 최상이 있다면 그것으로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들은 종려나무 열매의 핵으로 밧다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출가시켰다. 그런데 다시 머리카락이 자라면서 곱슬머리가 되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곱슬곱슬한 머리를 가졌다(Have a curled hair.)는 의미를 가진 ‘꾼달라께싸(Kuṇḍalakesā)’를 별칭으로 갖게 되었다. 어느 날, 한 수행자가 밧다를 천천히 훑어보고 물었다.
“꾼달라께싸, 그대는 어떤 연유로 이곳에 왔습니까?”
“남편을 죽이고 산과 들을 헤매던 제게 문득 풀리지 않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그대는 이곳에서 무엇을 찾고 싶습니까?”
“저는 고통의 원인을 알고 싶습니다.”
밧다는 어쩌면 이 수행자에게서 자신이 품고 있던 의문의 답을 구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승이시여, 여기서는 무엇을 목표로 수행합니까?”
“여기에서는 열 개의 까시나(Kasina)를 대상으로 삼매를 닦거나 천 개의 교리를 배워 익히는 수행을 하고 있소. 이 두 가지가 우리가 추구하는 최상의 목표랍니다.”
까시나는 땅이나 색깔 있는 원반, 물, 불, 바람, 푸른색, 노란색, 붉은색, 흰색, 허공, 광명과 같은 대상에 마음을 집중해 표상을 얻고 그 표상을 온 의식에 가득 채워 삼매를 얻는 수행법을 말한다.
“아, 그런가요? 저는 삼매는 닦지 못할 것 같으니 천 개의 교리를 배우겠습니다.”
밧다는 그날부터 천 개의 교리공부에 매진했다. 교리공부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놀라왔고, 따라서 진전도 매우 빨랐다. 그녀가 천 개의 교리를 통달했을 때 그들이 말했다.
“꾼달라께싸, 이제 그대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배웠으니 잠부디빠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모든 유명한 사람에게 도전해 보도록 하시오.”
그들은 그녀에게 장미사과나무 가지를 주면서 다시 말했다.
“재가남자와 논쟁해서 지게 되면 그대는 그의 하녀가 되어야 하고, 출가사문과 논쟁에서 지게 되면 그들의 교단에 들어가 제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미얀마 한 수행처에 행해진 봉불식 모습.(사진=이학종)
밧다는 ‘잠부까 빠립바지까’, 즉 장미사과나무 가지를 들고 다니는 유행녀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를 유행하며 보는 사람마다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논쟁에서 그녀를 이기는 사람은 없었다. 차츰 기고만장해진 그녀는 유명하다는 스승들을 만나기 위해 세상을 떠돌아다녔다. 그들을 붙잡고 진리에 대해 논박을 벌였다. 역시 어느 누구도 밧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잠부까 빠립바지까가 왔다’는 말이 들리면 모두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기에 바빴다. 그런데도 그녀는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깊은 슬픔에 빠졌다. 고통의 근원에 대한 의문을 풀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대론 상대를 찾아다니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마을이나 성에 들어가지 전에 입구에 모래무덤을 만들고 장미사과나무 가지를 꺾어 그곳에 꽂았다. 이것은 누구든 도전을 해오면 기꺼이 응대하겠다는 일종의 표식이었다.
“누구든 내게 도전할 사람이 있다면 이 장미사과나무 가지를 발로 밟아 버리시오.”
이렇게 해놓고 그녀는 탁발을 하러 마을로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도 감히 장미사과나무 가지를 밟지 못했다. 나뭇가지가 시들면 새 나뭇가지로 바꿔 세워두었다. 이렇게 몇 날을 유행하며 돌아다니던 그녀가 어느 덧 사왓티 시에 오게 되었다. 그녀는 늘 하던 대로 사왓티 시의 성문 입구로 가서 모래를 긁어모았다. 그런 뒤 장미사과나무 가지를 들어 모래더미 위에 꽂았다. 웅성거리며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밧다는 큰 소리로 말했다.
“나와 논쟁해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이 나뭇가지를 짓밟으라.”
밧다는 아이들에게 이 나뭇가지가 뜻하는 의미를 알려주고, 아침저녁으로 나뭇가지를 확인한 뒤 탁발을 하고는 처소로 돌아가곤 했다. 그런데 마침 사왓띠 시 제따와나(기원정사)에는 고따마 부처님이 머물고 있었다. 그때 법(法, 가르침)의 장군으로 불리던 사리뿟따가 홀로 도시로 들어가다가 그 나뭇가지를 보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아이들아, 왜 이 나뭇가지가 여기에 꽂혀 있는가?”
아이들이 들은 대로 그 연유를 말했다. 사리뿟따 장로는 아이들에게 “그렇다면 이 나뭇가지를 짓밟아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그 나뭇가지를 짓밟았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다음날 아침에 성 입구로 나가던 그녀의 눈에 쓰러진 나뭇가지가 보였다. 놀란 그녀가 호기심을 갖고 주변을 서성이던 아이들에게 나뭇가지가 쓰러진 연유를 물었다. 아이들이 대답했다.
“어떤 장로께서 이 나뭇가지가 꽂혀 있는 연유에 대해 자초지종을 물어보시더니, 저희에게 이 나뭇가지를 밟도록 했어요. 그 장로님의 이름을 여쭤보았는데 사리뿟따라고 했어요.”
밧다는 한쪽 입 꼬리를 위로 올리며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었다. ‘유명하다는 스승들과 논쟁을 벌여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는 나에게 감히 도전하겠다니! 그것도 고작 아이들을 시켜 나뭇가지를 짓밟게 했단 말인가. 본래 상대가 없는 논쟁은 빛나지 않는 법이다. 아마도 그가 어쭙잖은 지식을 과시하고 싶은데 겁은 났던 모양이지.’ 그녀의 얼굴 표정에 교만함이 스쳐지나갔다. 밧다는 그날 이후 사왓티 시로 들어가 거리마다 돌아다니면서 “수행자 사끼야의 아들들과 나와의 논쟁을 지켜보시오.”라고 외쳤다.
그리고는 저녁 무렵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하자 그녀는 사리뿟따 장로의 꾸띠로 찾아갔다. 사왓티 시가 이 일로 술렁였다.
“지혜가 뛰어난 두 사람이 한판 붙을 모양이지! 함께 가서 그들의 논쟁을 들어보자.”
사왓티 시의 사람들은 유행녀 밧다를 따라 사리뿟따 장로의 거처로 가서 삼배를 하고 공손하게 한쪽에 앉았다. 이윽고 밧다가 장로에게 말했다.
“당신이 내 장미사과나무의 가지를 짓밟게 했습니까?”
“그렇소. 내가 짓밟게 했소.”
“그렇다면 저와 함께 논쟁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합시다.
논쟁이 성사되자 밧다가 물었다.
“사리뿟따여, 제가 질문을 먼저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그녀는 천 개의 질문을 던졌다. 사리뿟따 장로는 그녀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일체의 막힘이 없이 정확한 답을 내놓았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에게 사리뿟따 장로가 물었다.
“그대의 질문은 이제 끝입니까? 아니면 또 있습니까?”
“아닙니다. 제가 할 질문은 다 했습니다.”
“그대는 많은 질문을 했지만 난 한 가지만 질문하겠소.”
“그렇게 하십시오. 그 하나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대의 마음을 편안케 할 수 있는 그 하나가 있습니까?"
사리뿟따 장로의 질문에 밧다의 눈앞이 컴컴해졌다. ‘하나라니? 도대체 그 하나가 무얼까? 그러나 나는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그녀는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답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남편을 절벽에 떠민 뒤부터 수행하고 세상을 유랑했지만, 결국 지식만 쌓아왔을 뿐이었다. 불쑥 튀어나오곤 했던 욕망을 남몰래 꾹꾹 눌러 담고는, 마치 밝은 지혜를 얻은 사람처럼 행동해왔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을 그토록 괴롭혀온 질문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논쟁에서의 승리는 지식을 상대방보다 조금 더 길고 오래 늘어놓은 것에 불과했다. 그 시작과 종말의 끝을 모르고 어둠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막막하기만 했다. 결국 밧다는 이 논쟁에서 항복을 하겠다는 듯 머리를 조아린 채 물었다.
“장로시여,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사리뿟따 존자는 “그대가 이 정도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것을 알겠습니까?”라고 말하면서 간략하게 원리를 가르쳤다. 처음 들어보는 범상치 않은 장로의 가르침에 밧다는 엎드려 절했다.
“밧다여, 내가 그대에게 물은 질문은 나의 스승 부처님께서 하신 질문입니다.”
“장로시여, 그 답을 저에게도 좀 가르쳐주실 수 없습니까?”
“출가한다면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출가하겠습니다. 존자여, 저는 당신에게 귀의하겠습니다.”
“아닙니다. 벗이여, 나에게가 아니라 신들을 포함한 세계에서 최상자이신 부처님께 귀의하십시오. 그분은 더없이 존귀한 분입니다.”
“존자여,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리뿟따의 인도에 따라 밧다는 마가다 국에 머물고 계신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 라자가하 시의 웰루와나로 향했다. 가는 도중 언덕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문득 교만함이 일어날 때면 사리뿟따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러면 놀랍게도 마음 한 구석에 머물렀던 교만함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가는 것이었다. 먼 길을 걸어 마침내 라자가하 시에 도착했다. 웰루와나가 가까워지자 멀리서 부처님께서 수많은 수행승들에 둘러싸여 설법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감격에 겨워 오체투지를 하고 뒤로 물러나 선 채로 부처님을 응시했다. 밧다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지만 교만함 사라진 자리에 지혜가 들어섰고, 눈은 별빛처럼 영롱하게 반짝였다.
설법을 하던 부처님께서 밧다가 왔다는 사실, 그리고 그녀에게 궁극적인 앎이 성숙해졌다는 것을 알고는 눈길을 주며 게송을 읊었다.
쓸데없는 천 마디 시구(詩句)를
외우는 것보다
들어서 안온해지는
한 마디의 시구가 낫다
부처님의 게송이 끝나자마자 밧다는 선 채로 분석적인 앎과 더불어 거룩한 경지를 얻었다. 놀랍게도 부처님의 말을 듣는 순간 모든 번뇌가 사라졌다. 그토록 그녀를 괴롭혔던 의문, ‘욕망은 어디서부터 왔는가?’의 해답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녀를 그토록 괴롭혔던 탐욕에 의한 신체적 계박 등 네 가지의 계박이 일시에 사라졌다. 네 가지 계박은 탐욕에 의한 정신·신체적 계박, 분노에 의한 정신·신체적 계박, 규범과 금계의 집착에 의한 정신·신체적 계박, 이것만이 진리라는 독단에 의한 정신·신체적 계박을 말한다.
‘그동안 나는 욕망을 손바닥으로 감싼 채 그것을 없애려 묻고 따지며 이곳저곳을 얼마나 방황했던가!’
부처님의 게송을 듣자마자 사무애해를 갖춘 아라한이 된 밧다는 이때의 감흥을 이렇게 노래했다.
머리카락을 잘랐으나, 때가 낀 채,
한 벌의 옷을 걸치고 예전에 나는 유행했다.
잘못이 아닌 것을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잘못인 것을 잘못이 아닌 것이라고 보았다.
깃자꿋따(영축산) 산에서
대낮의 휴식을 보낸 뒤에
티끌을 여읜, 깨달은 님께서
수행승들 무리에 둘러싸인 것을 보았다.
앞에서 내가 합장하여
무릎을 구부리고 예경하자
‘밧다여, 오라.’라고 나를 부르시니
그것이 나의 구족계였다.
그녀는 거룩한 경지를 얻자마자 부처님께 자신의 출가를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부처님은 그녀의 출가를 허락하고 비구니들에게 밧다를 출가시킬 것을 지시했다. 그녀는 삭발 이후 곱슬머리가 자라나면서 얻었던 별명 꾼달라께싸를 법명으로 받았다.
부처님의 상가에서는 꾼달라까싸가 스승의 게송을 듣자마자 곧바로 아라한과를 성취한 사건에 대해 비구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꾼달라께싸는 부처님의 법문을 거의 듣지 않았는데도 곧바로 구경각을 얻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아라한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다가와 물었다.
“비구들이여, 여기 앉아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가?”
비구들로부터 그들이 나눈 이야기를 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법문이 길고 짧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의미한 100개의 게송보다 사람의 마음을 고요하게 해주는 한 개의 게송이 더 낫다. 강도들을 물리치는 것이 승리가 아니고 자신의 내면에 있는 번뇌의 강도를 물리치는 것이 진정한 승리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게송을 읊으셨다.
이로움을 주지 못하는
수백 편의 게송을 읊어주는 것보다
들으면 마음이 고요해지는
한 구절의 법문을 배우는 것이 더 가치 있다.
전쟁터에서 백만 명을 정복한 것보다
자기 자신을 정복하는 사람이
더 위대한 승리자이다.
부처님은 밧다, 즉 꾼달라께싸에게 ‘빠르게 구경각을 얻은 비구니들 가운데 제일’이라는 칭호를 내렸다. 그런데 꾼달라께싸가 부처님의 게송을 듣자마자 아라한과를 성취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랜 전생부터 쌓아온 공덕의 힘이었다. 그녀는 빠두뭇따라 부처님 당시에 항싸와띠 시의 훌륭한 가문에서 태어나 성년이 되어 어느 날 빠두뭇따라 부처님의 법문을 들었는데, 그때 부처님께서 한 수행녀를 ‘곧바로 아는 님 가운데 제일’의 자리에 세우는 것을 보고 덕성을 닦아 자신도 그와 같은 사람이 되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그녀는 살아 있는 한 공덕을 쌓고 십만 겁 동안 천상계와 인간계를 윤회하다가 깟사빠 부처님 당시에 까시국의 왕 끼끼의 집안에 일곱 명의 자매 가운데 태어나 이만 년 동안 열 가지 계행을 지켰고, 동녀로써 청정한 삶을 살았으며 수행자들의 모임을 위해 거처할 방사를 보시하는 등 많은 공덕을 쌓았던 것이다.
스승의 한 마디 가르침에 최고의 목적지 아라한과를 성취한 그녀는 이후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무려 50년 동안 앙가, 마가다, 까시, 꼬살라 등지를 두 유행하며 많은 사람들을 수행자의 길로 이끌었다. 꾼달라께사는 이 시기 전법의 감흥을 이렇게 게송으로 읊었다.
그 후 앙가국과 마가다국과
밧지국과 꼬살라국을 자주 다니며
빚 없이 오십오 년 동안,
여러 나라에서 탁발음식을 먹었다.
일체의 계박에서 벗어난
수행녀 밧다에게
옷을 보시한 남자 신도는
실로 많은 공덕을 쌓았으니
그 재가자는 실로 지혜롭다.
-전재성 옮김 ‘테리가타’에서 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