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살에 출가해 아라한이 된 ‘바후뿟띠까(쏘나)’ 

수행자가 출가할 시기는 젊을수록 좋다. 고따마 부처님의 제자들은 외도들에 비해 비교적 젊은 나이 때가 많았다. 상가의 최고 스승인 고따마 부처님이 다른 외도들을 이끄는 지도자들보다 젊다는 것도 한 원인이었다. 그러나 여성 출가제자들의 경우에는 남성 수행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령인 경우가 많았다. 당시 인도에서 여성이 성년의 나이가 된다는 것은 곧 시집가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여성들은 결혼해 가정에서 의무를 다하고 난 이후에, 또는 남편이 죽은 뒤에, 또는 자녀를 출가시키고 재산을 분배한 뒤에나 출가를 할 수밖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여성 출가자들은 나이가 든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상은 고따마 부처님의 상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행도 힘이 있을 때 해야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에서 공통된 상식이다. 나이가 들어 늙음이 찾아오면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고따마 부처님이 수행하기 어려운 때는 늙음이 찾아왔을 때라고 언급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따마 부처님은 “세상에 수행승이 늙어서 늙음에 정복당했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이 첫 번째 정근하기에 알맞지 않은 시기이다.”(A5.54)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 늙어지면 기력이 약해지고, 기능도 약화되어서 오래 앉아 있을 힘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따마 부처님은 노년 출가의 어려움에 대하여 “수행승들이여, 노년의 출가자가 총명을 얻기가 어렵다. 위의를 갖추기가 어렵다. 박학하기가 어렵다. 설법을 하기 어렵다. 계율을 수지하기가 어렵다.”(A5.59)라고 설했던 것이다.

노년 출가자가 총명, 위의, 박학, 설법, 계율을 얻기 어려운 반면, 젊었을 때 출가하면 이 다섯 가지를 얻기가 유리하다고 고따마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젊었을 때가 정진하기에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세상에 수행승이 젊어서, 검은 머리를 하고 꽃다운 청춘이고 젊음을 지니고 나이 어린 청년이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이 첫 번째 정근하기에 좋은 시기이다.”(A5.54)라고 강조했다.

출가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는 적절한 때가 있는 법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시기를 놓치면 다시는 돌아갈 수도 없다. 그러나 꽃다운 청춘 시절에는 흔히 수행보다는 세속적 쾌락에 대한 욕망을 추구하거나 즐기기에 바쁘다. 그래서 청춘 시절에 수행하지 않고 보내는 것을 일컬어 좋은 시기를 놓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늙어지면 수행은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젊은 시절에 비해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늙어서도 얼마든지 수행할 수가 있다. 문제는 노년에 출가를 결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앙굿따라니까야> ‘노년 출가자의 경2’에서 부처님은 “노년 출가자가 가르침을 따르기 어렵다. 가르친 것을 기억하기 어렵다. 가르친 것을 잘 이해하기 어렵다. 설법을 하기 어렵다, 계율을 수지하기 어렵다.”(A5.60)라고 밝혔다. 우 쿤달라 비왐사 사야도가 지은 <위빠사나 수행지침서>에는 ‘위빠사나 수행자의 근기를 돕는 아홉 요인’을 제시되어 있다. 이 지침서에서는 연령별 정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표현해 놓고 있다.

“20대에서 40대에 올바른 수행을 한다면, 한 달 안에 지혜를 완성할 수 있다. 50대에서 60대가 되어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은 시기에는 지혜를 완성하는 데 두 달이 걸린다. 어떤 이는 그렇게 하더라도 만족할 만한 지혜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 70대를 넘어 80대가 되면, 인내심을 가지고 수행하더라도 분명하게 법을 이해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수행은 어렵고 노력을 해도 성과가 없다. 늦게 수행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법을 완전히 이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80세가 넘으면 수행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275-276쪽)

70대 이상 되면 수행을 해도 효과가 별로 없다는 말이다. 특히 80대 이상 노령이 되면 수행을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말한다. 왜 그런가? <청정도론>에서는 ‘노망적 십 년(81-90세)’이라 하여 “그는 몽매하게 되어 하는 것마다 망각한다.” (Vism.20.51)라고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이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의 의지가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 난관은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다. 장로니 쏘나(Soṇā)도 나이가 들어 출가한 여성 수행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쏘나는 오랜 전생에서도 여러 부처님 아래서 덕성을 닦고 여기저기 생에서 해탈을 위해서 착하고 건전한 것을 쌓으며 씨킨(Sikhin) 부처님 당시에 대부호인 왕족의 가문에 태어났다. 그녀는 성년이 되자 아루나 왕의 제일 왕비가 되었다. 왕은 어느 날 그녀에게 향기로운 일곱 송이의 청련화를 선물했다. 그녀는 그것을 들고 ‘나에게 이러한 장식이 무슨 소용인가? 이것으로 세존께 공양을 올리면 어떨까?’라고 생각하며 앉아 있었다. 마침 세존께서 탁발을 하면서 왕의 처소에 들렀다. 그녀는 세존을 뵙고 청정한 믿음의 마음을 내어 마중을 나가서 그 꽃으로 공양을 올리고 오체투지로 예경했다. 

그녀는 그 공덕으로 천상계와 인간계를 윤회하다가 고따마 부처님께서 탄생할 무렵 사왓티 시에 사는 한 훌륭한 가문의 딸로 태어나 ‘쏘나’라는 이름을 얻었다. 쏘나는 성년이 되자 시집을 가서 일곱 명의 아들과 일곱 명의 딸[<테리가타>에는 10명의 자식으로 나타난다. 여기서는 법구경의 기록을 따서 14명의 자식으로 기술했다.]을 얻어 ‘바후뿟띠까’[Bahuputtikā, ‘뿟따’는 자식, ‘바후’는 많다는 의미로 자식을 많이 낳은 여인이라는 의미]라고 주위에 알려졌다. 그녀는 어느 날 고따마 부처님께서 라자가하 시에 들어왔을 때에, 그 숭고한 모습과 놀라운 설법에 확신을 얻어 재가의 여신도, 우바이가 되었다. 그녀의 남편도 역시 부처님의 교법에 감동해, 급기야는 교단에 귀의해 출가를 단행하면서 집을 떠나갔다. 그녀는 남편이 출가한 이후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직접 관리하며 살았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덧 그녀도 나이가 들어 노년에 접어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들이 그녀를 찾아와서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도 출가하고 안 계시는 데 재산을 계속 가지고 있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혹여 재산을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나면 자식들이 잘 모시지 않을까 봐 염려해서 그러시는 거예요?”

그러나 그녀는 아들들의 간청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들이 자꾸 와서 계속 졸라대자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 어쩌면 아들들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재산을 나눠주면 아들들이 나를 잘 돌봐 줄 텐데 나이 든 내가 굳이 이 재산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녀는 아들과 딸들에게 재산을 분배하기로 마음을 먹고, 14명의 자녀를 불러 재산을 골고루 나눠 주고 자신은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맏아들 집으로 가서 살았다. 그러나 며칠 시간이 흐르자 맏며느리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며느리의 구박이 시작된 것이었다. 

“우리의 훌륭하신 어머니께서는 왜 우리 집에만 계시는 건가요? 설마 맏아들에게 재산을 두 배로 주었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죠?”

점점 노골화하는 맏며느리의 비아냥과 박대를 견디지 못한 쏘나는 다른 아들들의 집으로 내쫓기듯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른 아들의 집에 가보았지만 역시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모든 며느리가 하나같이 시어머니를 구박하기 시작했다. ‘재산을 다 나눠주고 나니 이런 대접을 받는구나.’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한 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아주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며느리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아들들은 그렇다고 해도 딸들은 다를 것이다.’라고 생각한 그녀는 딸들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맏딸부터 막내딸까지 모두가 똑같이 어머니를 구박했다. ‘그 많은 아들들의 집에서 살아야지 왜 딸집에 와서 살려는 것인지, 도무지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이었다. 아들딸 가릴 것 없이 모든 자식들로부터 차례로 구박을 받은 그녀는 그제야 이 세상에 믿고 의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내가 이렇게 멸시받으며 자식들 집에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다. 나도 남편처럼 차라리 출가해서 비구니로 살아가야겠다.’ 

출가를 결심한 쏘냐는 인근의 사원을 찾아가 그곳의 수행녀들에게 출가를 요청했다. 수행녀들은 나이가 80줄에 접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를 기꺼이 출가시켰고, 그녀는 바후뿟띠까라는 이름으로 비구니계를 받았다.  

바후뿟띠까는 구족계를 받고 생각했다. ‘나는 나이가 들어 출가했으니, 방일하지 말아야 한다. 단 한순간도 알아차림[사띠]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Thig.A.93)’ 용맹하게 정진할 것을 굳게 결심한 그녀는 다른 수행녀들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정진의 고삐를 죄었다. 그녀는 수행녀들을 위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밤잠을 줄여 수행자의 삶에 매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는 낡은 몸을 지탱하기 위해 낮은 건물의 기둥을 손으로 잡고 발바닥으로부터 전해지는 느낌에 주의를 기울이며 발걸음을 옮기며 단 한순간도 정신 줄을 놓치지 않는 수행을 닦았다. 힘겹게 걸으면서도 어두운 곳에서는 나무나 다른 것에 머리를 부딪치지 않도록 손을 뻗어 나무를 잡으며 걸었다. 걷는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현상을 놓치지 않고 뚜렷하게 알아차리는, 철저하게 깨어있는 삶을 살았다. 그녀는 걷고 머물고 앉아 있고 누워있고, 대화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멈추는 모든 일상에서 무상과 고, 무아를 체득했고, 그것들을 뼈저리게 깨닫는 수행을 해나갔다. 이렇게 오직 부처님께서 가르쳐주신 법만을 관찰하기로 결심하고, 그녀는 오직 법만을 숙고하며 수행에 전념했다. 

고따마 부처님은 당신의 처소 간다꾸띠에 앉아 바후뿟띠까 비구니의 놀라운 정진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수행에 큰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던 고따마 부처님은 그녀의 수행이 충분히 성숙되었다고 판단된 어느 날 큰 광명과 함께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마치 그녀와 마주 보고 있는 것처럼 앉은 고따마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바후뿟띠까여, 내가 가르쳐준 법을 관찰하지 않고 100년을 사는 것보다 내가 가르쳐준 법을 관찰하며 한순간을 사는 것이 훨씬 더 낫다.”

부처님께서는 이 말씀에 이어서 게송을 읊으셨다. 

위없는 법을 깨닫지 못하고

백 년을 사느니

위없는 법을 깨닫고 

단 하루를 사는 것이 더욱 값지다.

먼저 해야 할 일을 다 해 마치고, 통찰 수행에 매진하던 바후뿟띠까는 부처님의 이 게송을 듣는 순간, 분석적인 앎과 더불어 거룩한 경지를 얻었다. 다른 사람보다 늦게 출발하여 얻은 아라한의 경지였기에 감동의 크기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바후뿟띠까는 자신이 성취한 경계를 감흥 어린 시구를 통해 이렇게 노래했다. 

이러한 집적의 몸으로

열네 명의 자식을 낳았으니

그 후 허약하고 늙어서

나는 수행녀들을 찾아갔다. 

그들은 나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존재의 다발과 감각의 영역과 인식의 세계에 대하여

그 가르침을 듣고

머리를 깎고 나는 출가했다. 

그러한 내가 정학녀였을 때에

하늘눈이 청정해졌고,

예전에 내가 살았던

전생의 삶에 대해 알게 되었다. 

마음을 통일하고 잘 정립하여

인상을 여읨을 닦고,

나는 즉시의 해탈을 얻었으니,

집착 없이 적멸에 들었다. 

실로 다섯 존재의 다발들은

완전히 알려졌고 뿌리째 뽑혔다. 

비참한 노령의 그대여, 부끄럽다!

그러나 이제 다시 태어남은 없다.

              -전재성 옮김 <테리가타>에서 인용(Thig.102-106, 쏘나 장로니)

80세라는 늦은 나이에 출가했음에도 노령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아라한이 된 바후뿟띠까의 아라한과 성취는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차례 언급한 것처럼 젊고 건강할 때가 정진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그러나 건강할 때는 수행 시기를 놓쳐 버리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건강할 때 괴로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괴로움을 모르면 수행할 마음이 일어나기 어렵다. 건강할 때는 천년만년 건강할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은 질병에 정복당하고 만다. 그래서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중생들은 건강한 시절에 건강의 교만이 있는데, 그 교만에 빠져 신체적으로 악행을 하고 언어적으로 악행을 하고 정신적으로 악행을 한다. 그가 그 사실을 관찰하면, 건강한 시절의 교만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버려지거나 약해진다. 수행승들이여, 이러한 이유로 ‘나는 질병에 종속되었으며 질병을 벗어날 수 없다.’라고 여자나 남자나 집에 있는 자나 출가한 자나 자주 관찰해야 한다.”(A5.57)라고 말씀하셨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