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후 임신 사실을 안 ‘꾸마라깟사빠의 어머니’② 

꾸마라깟사빠는 출가 후 통찰수행을 닦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했다. 그는 산꼭대기에 머물며 수행하다가 일체 욕망의 유혹에서 벗어난 아나함과(불환과)을 얻었다. 성자의 흐름에 들어 정진의 고삐를 더욱 조이던 그가 안다바나 숲(장님들의 숲)에 있을 때, 하루는 대범천이 나타나 열다섯 가지 질문을 제기했다. 

“비구여, 비구여. 이 개미집은 밤에는 연기를 내뿜고 낮에는 불타오릅니다. 그때 바라문이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현자여, 칼을 가지고 파십시오. 현자가 칼을 가지고 파다가 빗장을 보았습니다. ‘빗장입니다. 존자시여.’ 바라문은 이어서 말했습니다. ‘현자여, 빗장을 버리고 칼을 가지고 계속 파십시오.’ 현자가 칼을 가지고 파다가 두꺼비를 보았습니다. ‘두꺼비입니다. 존자시여.’ 바라문은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현자여, 두꺼비를 버리고 칼을 가지고 계속 파십시오.’ 현자가 칼을 가지고 파다가 두 갈래 길을 보았습니다. ‘두 갈래 길입니다. 존자시여.’ 바라문은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현자여, 두 갈래 길을 버리고 칼을 가지고 계속 파십시오.’ 현자가 칼을 가지고 파다가 체를 보았습니다. ‘체입니다. 존자시여.’ 바라문은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현자여, 체를 버리고 칼을 가지고 계속 파십시오.’ 현자가 칼을 가지고 파다가 거북이를 보았습니다. ‘거북이입니다. 존자시여.’ 바라문은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현자여, 거북이를 버리고 칼을 가지고 계속 파십시오.’ 현자가 칼을 가지고 파다가 칼과 도마를 보았습니다. ‘칼과 도마입니다. 존자시여.’ 바라문은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현자여, 칼과 도마를 버리고 칼을 가지고 계속 파십시오.’ 현자가 칼을 가지고 파다가 고깃덩이를 보았습니다. ‘고깃덩이입니다. 존자시여.’ 바라문은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현자여 고깃덩이를 버리고 칼을 가지고 계속 파십시오.’ 현자가 칼을 가지고 파다가 용을 보았습니다. ‘용입니다. 존자시여.’ 바라문은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현자여, 용은 그대로 두십시오. 용을 해치지 마십시오. 용에게 예배하십시오.’ 비구여, 그대는 이 문제를 가지고 세존께 다가가서 여쭈어보십시오. 그래서 세존께서 해설해 주시는 대로 그대로 잘 호지하십시오. 나는 신을 포함하고 마라를 포함하고 범천을 포함한 세상과 사문·바라문을 포함하고 신과 사람을 포함한 무리들 가운데서 이 질문을 해설하여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실 분은 여래나 여래의 제자나 혹은 그에게 들은 자가 아니고는 그 누구도 보지 못합니다.”

천신이 사라지고 난 후 꾸마라깟사빠는 그 밤이 지나자 부처님을 뵈러 갔다. 꾸마라깟사빠 는 천신이 들려준 질문을 그대로 전한 후 부처님께 물었다. 

“세존이시여, 그런데, 개미집은 무엇이며, 밤에 연기를 내뿜는 것은 무엇이며, 낮에 불타오르는 것은 무엇입니까? 바라문은 누구이고, 현자는 누구입니까? 칼은 무엇이고, 파는 것은 무엇이고, 빗장은 무엇이고, 두꺼비는 무엇이고, 두 갈래 길은 무엇이고, 체는 무엇이고, 거북이는 무엇이고, 칼과 도마는 무엇이고, 고깃덩이는 무엇이고, 용은 무엇입니까?”

꾸마라깟사빠의 질문에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비구여, 개미집이란 바로 이 사대(四大, 지수화풍)로 이루어진 몸을 두고 한 말이다. 낮에 행한 것에 대해 밤에 사유하고 고찰하는 것이 밤에 연기를 내뿜는 것이다. 바라문은 모든 번뇌를 제거하고 바르고 원만하게 깨달으신 여래를 두고 한 말이다. 현자는 유학(有學)인 비구를 두고 한 말이다. 칼이란 성스러운 통찰지이다. 파는 것은 정진을 뜻한다. 빗장이란 무명을 두고 한 말이다. 두꺼비는 분노에 따른 절망을 두고 한 말이다. 두 갈래의 길은 의심을 두고 한 말이다. 체는 다섯 가지 장애[五蓋, 욕망·악의·해태와 혼침·들뜸과 후회·의심]를 두고 한 말이다. 거북이는 취착의 대상인 다섯 가지 무더기[오취온]을 두고 한 말이다. 칼과 도마는 다섯 가닥의 얽어매는 감각적 욕망을 두고 한 말이다. 고깃덩이는 향락과 탐욕을 두고 한 말이다. 용은 번뇌 다한 비구를 두고 한 말이다.”

                                -대림스님 옮김 <맛지마니까야> ‘개미집 경’ 인용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꾸마라깟사빠는 크게 기뻐했다. 꾸마라깟사빠는 이 열네 가지 질문에 대한 세존의 답변을 명상 주제로 삼아 위빳사나를 증장시켰고, 오래지 않아 아라한과를 성취했다. 꾸마라깟사빠가 거룩한 경지에 도달하자 부처님은 그를 ‘재기에 넘친 설교를 하는 님 가운데 제일’의 자리에 세웠다. 할 일을 다 해 마친 꾸마라깟사빠는 자신이 이뤄낸 경계를 담아 게송을 읊었다. 

깨달은 님들은 불가사의하다.

가르침들은 기적이다!

우리 스승께서 성취한 것들은 놀라운 것이다!

제자도 거기서 그와 같은 가르침을 깨달으리.

헤아릴 수 없는 겁을 거쳐서

자신의 몸을 얻었는데,

그 가운데서 이것이 마지막이고

이것이 최후의 몸이니, 

태어남과 죽음의 윤회 속에서

이제 결코 다시 태어남은 없다. 

                       -전재성 옮김 <테라가타>에서 인용 

가까운 곳에서 수행자가 된 아들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었던 어머니 비구니는 뿌듯했다. 비록 출가한 몸이지만 자식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꾸마라깟사빠는 아라한과를 성취하고는 깊은 숲속에 들어가 12년 동안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들을 볼 수 없게 된 어머니 비구니는 상심이 컸다. 자나 깨나 아들 걱정을 하다가 어느 날 아들이 머물고 있는 제따와나 수도원을 찾아갔다. 어머니 비구니는 그곳에서 아들을 만나자 기쁘고 반가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꾸마라깟사빠야!’라며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아들을 보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땅바닥에 뒹굴었다. 

자식에 대한 애정과 집착으로 허둥지둥 대는 어머니를 본 꾸마라깟사빠는 어머니를 부축해 일으켰다. 그녀는 땅에서 일어나 장로인 아들의 팔을 붙잡았다. 자식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더 강렬해진 그녀의 가슴에서 젖이 흘렀다. 젖은 어느새 가사를 적시고 있었다. 

꾸마라까싸빠 장로는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식지 않은 애착을 보면서 생각했다. 

‘만약에 내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상대해 드리면 어머니는 계속해서 자식에 대해 집착할 것이고, 이로 인해 어머니의 삶은 가련하게 될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친 꾸마라까싸빠는 일부러 매몰찬 목소리로 말했다.

“비구니로서 이게 무슨 꼴입니까? 아직도 아들에 대한 애착 하나 끊어내지 못하셨단 말입니까?”

아들의 냉혹한 호통에 어머니 비구니는 큰 충격을 받았다. 

“아들아, 지금 무엇이라고 말했느냐?”

그러나 아들은 똑같은 말을 매몰차게 거듭했다. 

“비구니로서 이 무슨 꼴입니까? 아직도 아들에 대한 애착 하나 끊어내지 못하셨단 말입니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니 다시는 나를 찾아오지 마십시오.”

아들의 쌀쌀한 태도에 어머니 비구니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비탄에 빠져 혼자 외쳤다.

“아, 나는 아들을 그리워하며 12년을 눈물로 살아왔는데 내 아들이 나를 이토록 차갑게 대하다니! 자식에게 애착한들 내게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자식이란 모름지기 의지할 바가 못 되는 줄 이제야 알겠다.”

그녀는 이 일을 계기로 자기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자 출가 비구니로서 자식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이제부터라도 진심으로 공부해서 자식에 대한 모든 애착과 애정을 끊으리라 결심했다. 독하게 결심을 하고 정진에 들어간 이 여인은 오래지 않아 최후의 경지인 아라한과를 성취하게 되었다. 모자가 모두 아라한과를 이룬 드문 사례를 들어 비구들이 어느 날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만약 꾸마라깟사빠의 어머니가 처음 들어갔던 데와닷따의 수도원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면 비구니와 그 아들이 어떻게 아라한과를 성취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랬다면 데와닷따는 그들을 잘못 인도하여 불행에 빠뜨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지금도 아라한과를 성취한 그들의 의지처가 되시는지요?”

이에 부처님께서 답했다.

“비구들이여, 아라한과를 이루려는 사람은 결코 남을 의지할 수 없느니라. 자신을 위한 일은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나니, 자기 스스로 열성적이고 진지하게 노력해나가야 하느니라.”

그리고는 게송으로써 제자들에게 일렀다.

진정 자기야말로 자기의 의지처

어떻게 남을 자기의 의지처로 삼으랴?

자기를 잘 단련시켜야만

자기를 의지처로 만들 수 있는 것.

그러나 이는 실로 성취하기 어렵다.

이처럼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던 법사로 ‘가장 재기에 넘친 설교를 하는 님 가운데 제일’이라는 칭호를 받은 꾸마라깟사빠는 그의 어머니 비구니에 대해 부처님이 보여준 세심한 배려와 연민이 없었다면, 세상에 빛을 발하지 못했을 위대한 수행자였다. 

아이를 잉태한 사실을 모르고 출가한 비구니를 한없는 연민으로 품어 안았던 부처님의 따뜻한 마음이 위대한 수행자 꾸마라깟사빠와 훗날 아들의 매몰찬 경책에 힘입어 아라한과를 이룬 그의 어머니라는 위대한 성자들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