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들도 경청한 대설법가 ‘쑥까’ 

한 사람의 대법사가 출현하는 것은 결코 한 두 생의 선연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중생들의 근기에 맞추어 알기 쉽게, 그리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대법사를 만난다는 것은 숙생의 공덕을 짓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그것도 홀로 공덕을 지어서는 되는 일이 아니다. 홀로 공덕을 쌓아 선처, 즉 천상계나 인간계에 탄생한다 하더라도 그 생에 활동하는 대법사가 출현하지 않았다면 정법을 듣고 참 진리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법연은 실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고따마 부처님 재세 시 설법에 뛰어났던 비구니 쑥까(Sukkā)가 있었다. 쑥까는 케마, 담마딘나 등과 더불어 부처님의 지도를 받고 최고의 경지를 이룬 여성 수행자 중의 한 사람이다. 쑥까는 설법 능력이 매우 뛰어나서 부처님으로부터 ‘가르침을 설하는 님 가운데 제일’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장로니 담마딘나의 법문을 듣고 출가를 결행한 후 아라한이 된 쑥까의 주위에는 항상 오백 명의 비구니들이 함께 머물며 가르침을 들었다. 이렇게 수많은 비구니들이 따를 정도로 쑥까의 설법은 빼어났다.  

부처님이 라자가하 시의 웰루 숲에 있는 깔란다까니바빠에 머물고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쑥까가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가르침을 설하고 있었다. 때마침 쑥까에 대해 청정한 믿음을 가지고 있던 야차가 라자가하 시를 거리에서 거리로, 또 네거리에서 네거리로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향해 시를 읊었다.   

“감미로운 술에 취한 듯 지내는

라자가하 시의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가?

불사(不死)의 삶에 이르는 길을 가르치는

쑥까에게 귀를 기울이는 자가 없네.

그녀의 가르침은 참으로 물리지 않고

고갈되지 않는 감로수이네.

생각하건대 슬기로운 사람이라면

나그네가 구름을 마시듯 그것을 마시리.”

                   -전재성 옮김 <쌍윳따니까야> 쑥까의 경①

처음에는 쑥까의 주변에 주로 출가한 여성 수행자들이 함께 하며 설법을 들었지만, 그녀의 빼어난 설법 능력이 차츰 세간에도 알려지면서 법문을 듣고자 많은 재가자들이 모여들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자꾸 먹으면 물리게 마련이지만, 야차의 게송에서처럼 쑥까의 설법은 아무리 들어도 감동과 지혜를 일으켜 주는 청정샘물과 같은 것이었다.  

이런 쑥까의 설법에 감복한 한 재가신도가 어느 날 쑥까에게 정성껏 준비한 공양을 올렸다. 마침 라자가하 시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쑥까의 설법을 들으라고 권하던 야차가 이 광경을 보고 찬탄의 시를 읊었다.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쑥까에게 공양을 올린 재가신도는 

참으로 슬기롭네. 

그야말로 참으로 많은 공덕을 낳으리.”    

           -전재성 옮김 <쌍윳따니까야> ‘쑥까의 경’②

쑥까 비구니가 이토록 설법에 능통한 대법사가 된 것은 오랜 전생부터 축적된 공덕의 힘 덕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녀는 고따마 부처님 이전의 부처님들 아래서 덕성을 쌓고 여기저기 생에서 해탈을 얻기 위해서 착하고 건전한 복덕을 쌓았다. 

쑥까는 비빳씬 부처님 당시에는 반두마띠 시에서 훌륭한 가문의 딸로 태어났다. 성년이 되자 재가의 여자 신도들과 함께 비빳씬 부처님이 머물고 있는 정사로 가서 가르침을 듣고 확신을 얻어 출가했다. 많이 배우고 가르침을 수지하고 변재가 뛰어난 수행녀가 된 그녀는 거기서 수천 년 동안 청정한 삶을 살았지만, 깨닫지 못한 범부로 죽어 ‘만족을 아는(知足) 신들의 하늘나라’, 즉 도솔천에 태어났다. 

쑥까는 이후 씨킨 부처님 때에도, 벳싸부 부처님 때에도 비빳씬 부처님 때처럼 똑같이 원만히 깨달은 분의 가르침 아래 계행을 수호하여 많이 배우고 가르침을 수지한 수행녀가 되어 큰 공덕을 쌓았다. 이와 같이 그녀는 까꾸싼다 부처님, 꼬나가마나 부처님, 깟싸빠 부처님의 교법에 출가하여 청정계행을 지키고, 많이 배우고, 가르침을 널리 설한 수행녀로 살았다.  

그녀는 이와 같이 오랜 전생 동안 여기저기의 생에서 많은 공덕을 쌓고 좋은 곳을 윤회하다가 고따마 부처님이 탄생할 무렵 라자가하 시의 대자산가였던 한 장자의 집안에 태어나 ‘쑥까’라는 이름을 얻었다.

세월이 흘러 성년이 된 쑥까는 어느 날, 마침 라자가하에 들어와 웰루와나(죽림정사)에 머무시다가 수많은 대중에게 설법을 하시는 부처님의 법석에 동참해 법문을 들었다. 부처님의 법문에 크게 감동한 그녀는 부처님을 친견하고 재가의 여성 신자가 되었다. 

오랜 전생을 걸쳐 쌓은 선연공덕은 이날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것을 계기로 발현되기 시작했다. 이날 이후로 쑥까는 세속적 쾌락의 욕망에 염오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쑥까는 많은 여성 수행자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는 장로니 담마딘나의 설법을 듣고 발심하여, 드디어 비구니가 되었다. 

출가 후 쑥까 비구니는 통찰수행을 닦았는데, 오랜 전생부터 쌓아온 큰 공덕의 힘으로 오래지 않아 분석적인 앎과 더불어 거룩한 경지, 아라한과를 성취했다. 그녀가 거룩한 경지를 얻은 뒤에 뛰어난 설법을 펼치기 시작하자 그녀의 주변에는 늘 5백 명이 넘는 여성 수행자들이 머물렀다. 그녀의 유창한 설법 솜씨는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머지않아서 부처님으로부터 ‘비구니 가운데 설법제일’이라는 최고의 별칭을 얻었다. 

 이렇게 대설법가가 된 쑥까 비구니는 어느 날 라자가하로 탁발을 나갔다가 식사를 마치고 여성 수행자의 처소에 들러 함께 모여 앉은 많은 사람들에게, 마치 벌집을 짜서 아주 맛있는 것을 마시게 하듯, 감로수를 떨어뜨리듯 신이한 솜씨로 가르침을 설했다. 대중들은 그녀의 설법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모아서 들었다. 그 설법이 얼마나 뛰어났던지 하늘세계의 천신들까지 내려와 경청을 할 정도였다. 쑥까의 법문을 들은 사람들은 감격에 겨워하면서 아직도 쑥까의 법문을 듣지 못한 이들을 위해 저자거리를 돌면서 외쳤다. 

“라자가하 시의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꿀 먹은 사람처럼 있으니, 

깨달은 님의 교법을 가르치는데 

쑥까를 찾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거역할 수 없고 

물림이 없는 저 감로수를 

지혜로운 님이라면 마시리. 

마치 행인이 운우(雲雨)를 마시듯.” 

                      -전재성 옮김 <테리가타> 

점점 많은 사람들이 쑥까 비구니의 설법을 들었고, 그들은 청정한 신심을 내어 부처님의 교법에 귀의하였고, 지극하게 공손한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쑥까 장로니의 설법을 들으라고 권했다. 설법 듣기를 권했는데도 듣지 않는 사람에게는 마치 벌집을 따서 꿀을 마시고 마취가 되어 머리를 들 수 없는 자라고 꾸짖었다. 또한 쑥까의 설법은 되돌릴 수 없는 해탈로 이끄는 설법이며, 듣는 자의 귀를 즐겁게 해 귀담아듣지 않을 수 없으며, 첨가를 할 필요도 없고, 윤회의 고통과 질병을 치유하는 약과 같은 것이라고 찬탄했다. 

쑥까는 그 이름에서 보듯 어디를 가나 광명을 발하는 밝은 여인이었다. 그녀 스스로 밝은 여인이라고 자처한 것은 밝은 원리, 아홉 가지 출세간의 원리(九出世間法), 그러니까 성자의 흐름에 드는 수다원도, 수다원고, 흐름의 경지가 더 깊어지는 사다함도, 사다함과, 아나함도, 아나함과, 완전한 궁극의 경지인 아라한도, 아라한과와 열반까지를 완성했다는 당당함에 다름 아니었다. 

쑥까는 수명이 다해 마침내 완전한 열반에 들 때에도, 교법으로 인도하는 상태를 밝히기 위해 궁극적인 앎을 선언하며 마지막 한 편의 열반시를 읊었다. 

“(나)쑥까는 밝은 원리로

탐욕을 떠나 정립되고

악마와 그 군대를 부수고

최후의 몸을 성취했다.” 

         - 전재성 옮김 <테리가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