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 장명확
3.1.17 부루나경(富樓那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바시성 제타숲 아나타핀디카동산에 계셨다.
그때 푼다( 부루나,富樓那)존자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저를 위하여 설법하여 주십시오. 저는 혼자 고요한 곳에 앉아 생각하면서 방일하지 않고 머물러 마침내 다음 생을 받지 않을 줄을 스스로 알았습니다.”
부처님께서 푼나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푼나여, 여래에게 그와 같은 이치를 묻는구나. 그대를 위하여 설명하겠다.
만일 비구가 눈으로 사랑하고 즐길 만하고 생각하고 뜻할 만하여 욕심을 자라게 하는 색을 보면, 그것을 보고는 기뻐하고 찬탄하고 집착하게 된다. 기뻐하고 집착한 뒤에는 탐하여 애착하고, 탐하여 애착한 뒤에는 막히고 걸린다. 걸리기 때문에, 그는 열반에서 멀어진다. 귀 · 코 · 혀 · 몸 · 의지에 대해서도 그와 같이 말한다.
푼나여, 어떤 비구는 눈으로 사랑하고 즐길 만하고 생각하고 뜻한 만한 색을 보아도, 그것을 보고는 기뻐하거나 찬탄하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막히거나 걸리지 않는다. 막히거나 걸리지 않기 때문에 점점 열반에 가까워진다. 귀 · 코 · 혀 · 몸 · 의지에 대해서도 그와 같이 말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법의 가르침을 간략히 말하였다. 그대는 어디 가서 머무르고자 하는가?”
푼나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에게서 간략히 말씀하신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저는 서방 수나파란타카로 가서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서방의 수나파란타카 사람들은 흉악하고 가볍고 성급하며 사나워 꾸짖기를 좋아한다. 푼나여, 그대가 만일 그들이 흉악하고 가볍고 성급하며 사나워 꾸짖기를 좋아하여 헐뜯고 욕하는 그들의 말을 듣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푼나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만일 서방의 수나파란타카 사람들이 흉악하여 제 앞에서 꾸짖으며 헐뜯고 욕하면 저는, ‘이 서방의 수나파란타카 사람들은 어질고 착하며 지혜가 있다. 비록 내 앞에서는 흉악하고 사나워서 헐뜯고 욕하지만, 아직 손이나 돌로 나를 치지는 않는구나’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서방의 사람들이 다만 흉악하여 욕만 한다면 그대는 즉시 벗어날 수 있겠지만, 다시 손으나 돌로 친다면 어찌하겠느냐?”
푼나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사람들이 손이나 돌로 저를 친다면, 저는, ‘사람들은 어질고 착하며 지혜가 있다. 손이나 돌로 나를 치지만 칼이나 몽둥이를 쓰지는 않는구나’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만일 그 사람글이 칼이나 몽둥이로 그대에게 해를 가한다면, 그대는 어떻게 하겠느냐?”
“세존이시여, 칼이나 몽둥이로 친다면, 저는, ‘이 사람들은 지혜가 있다. 칼이나 몽둥이로 나를 치지만 죽이지는 않는구나’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그 사람들이 그대를 죽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푼나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만일 저를 죽인다면 저는, ‘세존의 제자들 가운데는 몸을 싫어하고 근심거리로 여겨, 칼로 자살허가나 독약을 먹거나 노끈으로 목을 매거나 깊은 구덩이에 몸을 내던져 죽으려 하기도 하는데, 저 서방 수나파란타카 사람들은 지혜로워서 나의 썩어 무너질 몸을 조그마한 방편으로 해탈하게 해주는구나’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착하다. 푼나여, 그대는 인욕을 잘 배웠구나. 그대는 이제 수나파란타카 사람들 속에 가서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대는 이제 가서 제도하지 못한 사람을 제도하고, 편안하지 못한 사람은 편안하게 하며, 열반을 얻지 못한 사람은 열반을 얻게 하라.”
그때 푼나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예배하고 떠나갔다.
푼나 존자는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밧티국으로 들어가 걸실하였다. 공양을 마치고는 침구를 맡겨 놓은 뒤에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서방 수나파란타카에 이르러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였다.
그곳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며, 오백 명의 청신사를 위하여 설법하고 오백 개의 승가람을 세우니, 노끈 평상과 침구와 공양하는 모든 침구가 다 갖추어졌다. 삼 개월이 지난 뒤에는 삼명(三明)을 두루 갖추고 그곳에서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