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번역되지 않은 선어록을 초역하는 데 힘쓰고 있는 영곡 스님이, 국내 최초로 달마대사·지공 화상과 더불어 양대삼대사(梁代三大士)로 일컬어졌던 부대사의 어록을 번역한 책 『부대사어록』를 출간했다.
이번에 출간한 『부대사어록』은 《만속장경》에 실려 있는 4권의 『선혜대사록』을 위주로, 다른 문헌에 실려 있는 단편적인 어록과 《신수장경》에 단행본으로 실려 있는 돈황본 『금강경』 49송을 함께 편집해 역주한 것이다.
“사람이 다리 위를 지나가네
다리는 흐르나 물은 흐르지 않네.”
人從橋上過 橋流水不流(본문 196쪽)
“밤마다 부처님을 안고 잠들며
아침마다 역시 함께 일어나네.”
夜夜抱佛眠 朝朝還共起(본문 186쪽)
위의 법신송(法身頌)과 심왕송(心王頌) 이 두 시는 부대사의 대표적 선시(禪詩)로,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다. 부대사는 중국 남조양대(南朝梁代)를 살았던 선종 유마선(維摩禪)의 조사요 저명한 재가 존숙으로, 달마대사·지공 화상과 더불어 양대삼대사(梁代三大士)로 일컬어졌던 선종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부대사 하면 황제 앞에서 예를 표하지 않음으로써 대담한 선기(禪氣)를 드러낸 ‘법지(法地)’ 공안(公案), 한마디의 말도 없이 법상을 한 번 후려치고 곧장 법좌에서 내려간 선사(禪史) 최초의 양구하좌(良久下座) 일화, 그리고 최초의 윤장대(輪藏臺) 제작 등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사상시(四相詩)
태어남의 모습
식(識)은 물거품에 의탁하여 일어나고
태어남은 애욕으로부터 온다네.
지난날엔 일찍이 어른이었건만
오늘은 다시 어린아이로구나.
반짝이는 눈은 사람 따라 구르고
붉은 입술은 젖을 향해 벌리네.
참된 법의 성품을 미혹했기에
돌아와서는 윤회를 받는구나.
四相詩
生相
識託浮泡起 生從愛欲來 昔時曾長大 今日復嬰孩
星眼隨人轉 朱唇向乳開 爲迷眞法性 還却受輪迴(본문 175쪽)
그러나 “탐욕과 음욕이야말로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요, 모든 부처님이야말로 탐욕의 자식이다.”라고 일갈해 놓은 말은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그는 “세상 사람들은 열반의 미묘함을 기리지만 나는 생사야말로 가장 깊고 현묘하다고 말하네.”라고 말한다. 이 생사야말로 참된 반야라는 그의 촉사무생(觸事無生) 사상은 후대 조사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에 틀림없다. 부대사는 무상참회(無相懺悔)의 실천을 통해 무생(無生)을 획득할 것과 불이선(不二禪)을 강조하고 뭇 삶의 제도에 진력했다. 대사는 가장 뒤떨어진 자, 대낙오자(大落伍者), 아무런 쓸모가 없는 자, 심연의 바닥에 닿은 자, 모든 것을 내려놓은 자로서의 위대한 삶을 여실히 보여준 인물이다.
늙음의 모습
거울을 보니 용모가 변했구나.
섬돌을 올라보니 기력이 부친다.
어허! 이젠 이미 늙었으니
절 올리고 고개 돌리기에도 힘이 겹다.
몸은 벼랑의 나무에 매달려 있음과 같고
마음은 남생이를 생각함과 같다.
여전히 유루(有漏)를 좋아하기만 하고
기꺼이 무위를 배우려 않는구나.
老相
覽鏡容顏改 登堦氣力衰 咄哉今已老 趨拜禮還虧
身似臨崖樹 心同念水龜 尚猶躭有漏 不肯學無爲(본문 176족)
그는 말한다. “옛날엔 간절하고 용맹하게 정진하였지만, 정진이야말로 무위를 등지는 줄은 알지 못했네.” 대사는 출가해 승단에 들어가지 않고 백의를 입고 머리를 기른 채 한 마리의 물소처럼 천하를 쏘다녔다. 당시 승가는 민중의 위에 올라 있어 권위 위의 권위를 누리고 있던 터라, 광야에서의 부대사의 행원은 매우 빛났다. 앞서 ‘사문불경왕자론(沙門不敬王者論)’을 외쳤던 동진의 혜원은 승려의 신분이기에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이 있었으나, 부대사는 평범한 서민임에도 불구하고 황제에게 절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대담하면서도 살벌한 기세를 보여주었다.
병든 모습
홀연히 걸려들어 고질병 앓아
병든 사람 되고야 말아버렸네.
처자식은 말없이 애달파하고
벗들과 서로서로 멀어졌구나.
온갖 혈관 잡아당기듯 몹시도 아파
신음 소리 사방에 널리 가득해.
앞으로 험난함을 알지 못하고
여전히 탐·진·치에 빠져있구나.
病相
忽染沈痾疾 因成臥病人 妻兒愁不語 朋友猒相親
楚痛抽千脈 呻吟徹四鄰 不知前路險 猶尚恣貪瞋(본문 176~177쪽)
총 3편으로 구성된 『부대사어록』은 △제1편 「선혜대사록(善慧大士錄)」에 부대사의 일평생 행적과 법문, 시, 비문 등을 집약해 놓았다. △제2편 권미(卷尾) 부록(附錄)에는 누소 서문, 명나라 때 송렴의 『잠계별집』에 실려 있는 「제선혜대사록후」·「부대사전」·「사상게」·「부대사록 발문을 새김」등이 실려 있다. △제3편 「양조부대사송금강경(梁朝傅大士頌金剛經)」에는 부대사가 읊은 금강경 49수의 게송과 지자5송 등이 실려 있다.
죽음의 모습
혼백이 삶의 길을 하직하고서
떠도는 혼은 죽음의 문 들어갔네.
많은 이들 떠났다고 들었지만
돌아온 이 한 사람도 보지 못했네.
보배 말은 부질없이 울며 서 있고,
뜨락 꽃은 아예 더위잡을 수가 없구나.
다행히 위없는 도를 구한다면
사방의 칼산 고통은 면할 수 있네.
死相
精魄辭生路, 游魂入死關. 只聞千萬去, 不見一人還.
寶馬空嘶立, 庭花永絕攀. 早求無上道, 應免四方山.(본문 177쪽)
부대사 지음, 영곡 역주 ∥ 민족사
신국판 양장(152*224) ∥ 560쪽
정가 40,000원
부대사(傅大士, 497~569)
대사의 성은 부(傅)이며 이름은 흡(翕), 자는 현풍(玄風)이다. 대사는 남제(南齊) 건무 4년(497) 정축년 5월 8일에 태어났다. 그의 나이 24세가 되자 달마라고 하는 천축 스님을 만나 전생의 인연을 깨닫고 도를 닦을 마음을 내었다. 그리고 송산 쌍도수(雙檮樹) 아래에 암자를 짓고는 스스로 ‘쌍림수하당래해탈선혜대사(雙林樹下當來解脫善慧大士)’라고 호를 짓고 아내와 함께 채소를 심고 과실나무를 심어 가꾸었으며 남의 품팔이를 하면서, 밤에는 불법을 펼쳤다. 그렇게 7년의 고행 끝에 하루는 좌선하던 중에 석가모니·금속·정광 등의 세 부처님을 친견했다고 한다. 이후 수많은 사부대중이 대사를 찾아 모여들어 법문을 들었다. 인파가 모여들자 지방 군수가 요망하다고 여겨 대사를 감옥에 가두었다. 석방된 이후 정진에 박차를 가하여 수능엄삼매에 들고 무루지를 얻었다. 534년 정월 18일에 정교(正教)를 홍포하고 대중을 폭넓게 교화하기 위해 황제(양무제)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후로 양무제는 수시로 부대사를 초청하여 법문을 들었다. 교화를 펴던 중 태건 원년(569) 여름 4월 24일 을묘시에 세수 73세를 일기로 열반에 들었다.
|
영곡 스님
조계종 수좌(首座, 수행승)로서 오랫동안 여름·겨울철 결제(結制: 석 달간의 집중수행) 때마다 선원에서 안거수행을 하고, 해제(解制) 때는 신도들에게 경전을 강의하거나 번역을 하며 부처님 가르침을 전해 왔다. 현재는 경남 산청에서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선어록을 번역하며 한가한 무사인(無事人)의 길을 걷고 있다.
저서에 『항복 기심-참는 연습』, 역서에 『정법안장』(전2권), 『분양무덕선사어록』(전3권), 『동산수초어록』, 『석상초원선사어록』이 있다.
|
[차례]
해제 … 013 일러두기 … 034
제1편 선혜대사록(善慧大士錄) 선혜대사록 서(善慧大士錄序) … 037 선혜대사록 제1권(善慧大士錄 卷第一) … 045 선혜대사록 제2권(善慧大士錄 卷第二) … 117 선혜대사록 제3권(善慧大士錄 卷第三) … 175 1. 사상시(四相詩) … 175 ① 태어남의 모습 … 175 ② 늙음의 모습 … 176 ③ 병든 모습 … 176 ④ 죽음의 모습 … 177 2. 심왕명(心王銘) … 178 3. 심왕송(心王頌) … 186 4. 탐진치(貪瞋癡) … 192 5. 십권(十勸) … 193 6. 법신송(法身頌) 2수 … 196 7. 환원시(還源詩) 12장 … 197 8. 부구가(浮漚歌) … 201 9. 독자시(獨自詩) 20장 … 203 10. 오장사(五章詞) … 210 11. 행로난(行路難) 20편(병서) … 212 제1장 단(斷)도 아니고 상(常)도 아님을 밝힘 … 218 제2장 참된 비춤은 비춤이 없음을 밝힘 … 220 제3장 마음의 상(相)이 실제의 상임을 밝힘 … 222 제4장 상 없음의 허융(虗融)을 밝힘 … 225 제5장 범부와 성인은 하나도 아니요, 둘도 아님을 밝힘 … 227 제6장 마음에서 경계하여 물들지 않음을 밝힘 … 229 제7장 반야는 다툼이 없음을 밝힘 … 230 제8장 본제는 얻을 수 없음을 밝힘 … 233 제9장 번뇌를 끊을 것 없음을 밝힘 … 235 제10장 적멸과 무심에서 항상 정진을 행함을 밝힘 … 237 제11장 법신이 용(用)을 얻어 자재함을 밝힘 … 240 제12장 금강해탈을 밝힘 … 242 제13장 적정은 비출 것 없고 얻을 것 없음을 밝힘 … 245 제14장 삼공(三空)이며 성품 없음을 밝힘 … 247 제15장 공(空)과 유(有)는 어기지 않음을 밝힘 … 249 제16장 마원(魔怨)을 밝힘 … 251 제17장 법성의 작용은 평등함을 밝힘 … 253 제18장 부사의와 불모(佛母)를 밝힘 … 255 제19장 깨달을 것 없는 정진을 밝힘 … 257 제20장 매우 미묘함을 밝힘 … 259 12. 행로이(行路易) 15수 … 261 ① 부처님과 공(空)이 한 몸임 … 261 ② 뭇삶은 부처님의 할아버지다 … 261 ③ 무생은 처소가 없다 … 262 ④ 보리는 처소가 없다 … 263 ⑤ 보리야말로 전도된 몽상이다 … 263 ⑥ 동쪽 산이 물 위에 떠 있고 … 264 ⑦ 소가 물 위로 걸어간다 … 265 ⑧ 부처님과 마음과 뭇삶 … 265 ⑨ 사람의 길은 다니기 고달프나 … 266 ⑩ 얼음을 태워 차를 달임 … 267 ⑪ 돌 소가 코끼리를 낳는지 살펴라 … 268 ⑫ 버들개지 물 밑에 가라앉았네 … 268 ⑬ 나무와 돌이 바로 진여 … 269 ⑭ 무위는 처소가 없다 … 270 ⑮ 물소에게서 상아가 나오는지 살펴라 … 270 13. 솔제육장(率題六章) … 271 제1장 구슬을 모았으나 지금까지 얻지 못함을 한탄함 … 271 제2장 옛 선현의 뜻을 잘 따르지 않음을 한탄함 … 273 제3장 위없는 도를 닦기를 권함 … 274 제4장 세상 사람이 괴로움을 싫어하지 않고 스스로 얽어맬 줄만 앎을 탄식함 … 274 제5장 인현(仁賢)에게 고통을 등지고 즐거움에 나아가기를 권청함 … 275 제6장 지극한 진리에 함께 이르러 인연의 구속을 풀 것을 권함 … 276 14. 동경후솔제(東卿侯率題) … 277 15. 권유시(勸喻詩) … 278 16. 솔제양장(率題兩章) … 281 17. 비문(碑文) … 282 18. 환주유서기(還珠留書記) … 346
선혜대사부록 제4권(善慧大士附錄 卷第四) … 352 1. 지자 대사 … 352 2. 숭두타 법사 … 386 3. 혜집 법사 … 401 4. 혜화 법사 … 413
제2편 권미(卷尾) 부록(附錄) 1. 누소(樓炤) 서문 … 425 2. 제선혜대사록후(題善慧大士錄後) … 427 3. 부대사전(傅大士傳) … 429 4. 사상게(四相偈) … 440 5. 『부대사록』 발문을 새김 … 443 6. 삼간가(三諫歌) … 446 7. 시제불촌향가(示諸佛村鄕歌) … 449 8. 변정론(辯正論) … 452
제3편 양조부대사송금강경(梁朝傅大士頌金剛經) 양조부대사송금강경 서(梁朝傅大士頌金剛經序) … 457 지자오가(智者五歌) 제1송 … 464 제1송 … 465 제2송 … 468 제3송 … 470 제4송 … 471 제5송 … 471 제6송 … 473 제7송 … 474 지자오가(智者五歌) 제2송 … 475 제8송 … 476 제9송 … 477 제10송 … 479 제11송 … 480 제12송 … 482 제13송 … 483 제14송 … 484 제15송 … 485 제16송 … 486 제17송 … 487 제18송 … 489 제19송 … 491 제20송 … 492 제21송 … 494 제22송 … 495 제23송 … 496 제24송 … 498 제25송 … 499 제26송 … 500 제27송 … 502 제28송 … 503 제29송 … 504 제30송 … 506 제31송 … 507 제32송 … 508 제33송 … 509 제34송 … 511 제35송 … 513 제36송 … 514 제37송 … 515 제38송 … 517 제39송 … 519 제40송 … 520 제41송 … 522 제42송 … 525 제43송 … 526 제44송 … 528 제45송 … 529 제46송 … 532 제47송 … 533 제48송 … 536 제49송 … 539 지자오가 제3송 … 542 지자오가 제4송 … 543 지자오가 제5송 … 543 대신진언 … 544 수심진언 … 544 심중심진언 … 545
찾아보기 … 546 참고문헌 … 55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