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초 경찰이 조계종 총무원 종무원들의 인적사항을 은행들로부터 확인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확산되자 12월 19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이 총무원을 사과방문했다.

조계종 총무원의 몇몇 종무원은 최근 자신이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은행으로부터 서울경찰청이 인적사항을 요청해 알려줬다는 내용의 통지서를 받게 됐다. 은행 측에 사실을 확인한 결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단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특정 IP를 사용한 인터넷뱅킹 이용자들의 정보를 요청한 것이었다.

이에 조계종 측은 크게 당황스러워 했고, 일부 언론에서 이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불교계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돼 갔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경찰의 불교계 내사설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정황이 드러나다 보니, 경찰이 조계종을 대상으로 한 표적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터져나왔다.

여론이 일파만파로 악화되자 결국 사이버수사단장 김종섭 경장과 이성규 정보관리부장, 조성훈 수사과장은 18일 조계종 기획실장 장적 스님을 예방한 데 이어 19일 기획실을 재방문해 관련 내용들을 밝히며, “특정인물에 대한 수사는 아니었고 조계종 총무원을 수사대상으로 삼은 것은 더더구나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단 김종섭 경장은 “조계사에서 농성하다 현재 도피중인 김광일 다함께 운영위원이 사용하던 노트북의 맥어드레스를 추적하던 중 조계종 총무원의 무선인터넷을 사용한 정황이 파악되어 관련 IP들을 추적하게 됐고, 사실 확인과정에서 동일 IP를 사용한 이용자들의 인터넷뱅킹 내역을 은행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조계종 기획실 김한일 행정관이 “촛불수배자들의 주민등록번호를 갖고 관련 정보만 요청하면 될 것을 왜 전체 IP 사용자를 모두 추적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김종섭 경장은 “일반적으로 범죄자들이 도피할 때 가명, 차명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배자들의 이름만으로는 수사를 못해 전체적인 조회가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김 경장은 또 “우리가 은행 측에 내용을 요청한 것은 은행의 IP 정보가 가장 정확했기 때문이며, 인터넷 사용여부 확인만 했을 뿐 그것이 누구의 계좌이고 거래내역이나 금액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단은 “우리가 수사한 내용을 확인하면 불필요한 오해가 사라질 것”이라며 “수사내용을 모든 이들에게 공개할 수는 없으므로, 오는 22일 조계종 고문변호사인 정석원 변호사의 배석 하에 조계종 종무원 단체인 원우회 장영욱 회장에게 자신들의 수사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섭 경장은 “은행 측이 고객에게 보내는 통지서를 기존 양식 그대로 보내 마치 거래내역까지 공개한 것처럼 전달됨으로써 오해가 더 커진 것 같다”며 “앞으로 이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