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사이길로 걸어가면 누군가가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발을 멈추면, 옛생각이 새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오지만,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는 가곡의 노래말처럼 마음속의 보리밭 풍경은 항상 우리를 고향의 한켠으로 데려간다.

어린 시절 너무도 따뜻했던 엄마의 품, 한번도 내색하지 못했던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 나중에 크면 모든 세상이 내 것이 될 것만 같은 꿈들이 보리밭에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한겨울 눈보라와 세찬 바람 속에서 푸른 싹을 틔우는 질긴 생명력이 있다. 나와 내 아버지와 내 할아버지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곳, 초여름 햇살에 여물어가는 보리밭의 모습은 그래서 나의 모습이며, 고향의 풍경이며, 민중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보리를 소재로 한 그림을 주로 그려 ‘보리작가’로 널리 알려진 박영대 작가가 창작활동 40년을 맞아 12월 9일 까지 인사동에 위치한 공화랑에서 ‘보리: 그 리듬과 자유의 명상’ 초대전을 갖는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보리를 주제로 하되, 한지 위에 먹으로 보리의 형상을 자유롭게 그린 다음, 찢어서 재구성하고 구기는 과정 속에서 한지의 특성을 살리고, 입체적인 감각이 돋보이게 구성하여 보리의 민중적인 생명력 속에 리듬과 자유로움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추상적이고 현대적으로 표현했다.

그의 작품에는 새가 날아와 보리서리를 하는 전원의 풍경도 있고, 봄바람에 살랑살랑 몸을 흔드는 따사로운 풍경도 있으며, 금방이라도 피를 뿜을 듯 생명력이 분출되는 그림들도 있다. 보리가 피고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구비구비 돌아간 삶의 풍경들이 그의 그림 속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전시회장을 한바귀 돈 순간 다시금 되내어 본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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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대 작가는

국, 내외에서 개인전 20여회, 단체전 30여회 등의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으며 (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 특히 1996년 영국 전시기간 중에는 대영박물관 ( 영국, 런던 )에 작가의 작품이 소장되기도 하였다.

현대미술 한, 일전 창립대표로서 10여년 동안 한, 일 양국 작가들의 교류전을 계속 이어가며 국제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의 사롱 드바란스 ( 동경, 오모리 빌 아트리움 )에서 국제 문화대상과 공로상을 수상했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008 그랑빨레 앙데팡당전에 초청되어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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