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2. 교설방법(敎說方法)
2.1 권청품(勸請品)
이와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가다국 보리수 아래에 계셨댜.
그때 세존께서는 도를 얻은 지 오래지 않아 생각하셨다. ‘내가 얻은 법은 매우 깊어 깨닫기 어려우며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 이치를 분별하여 익히기를 게을지 하지 않으면 곧 기쁨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내가 사람들을 위하여 이 묘한 법을 설하더라도, 사람들이 그것을 믿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수고롭고 손해만 있을 뿐이다. 나는 이제 차라리 침묵을 지킬 것이다. 법을 설할 필요가 없다.’
그때 법천왕은 법천이 머무는 하늘에서 여래의 생각을 알고는 마치 힘센 사람이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동안에 범천에서 사라지더니 세존이 계신 곳으로 내려왔다.
그는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말씀드렸다.
“이 남섬부주는 결국 망하고 삼계(三界)는 눈을 잃게 될 것입니다. 여래께서는 두루 중생을 위하여 깊은 법을 널리 설해 주십시오. 중생들의 근기(根機)는 제도하기 쉬운데, 만일 법을 듣지 못하면 영원히 법의 눈을 잃게 되어 반드시 법에서 버려진 이들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근기는 익었으면서도 태어남과 늙음과 병과 죽음에 시달려 법을 듣지 못하고 그만 죽고 만다면 어찌 가엾지 않겠습니까.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법을 설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범천왕의 마음을 아시고 또한 일체 중생을 가없이 여겨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범천이 지금 와서 청하므로
내가 법의 문을 열고자 하니
듣는 사람은 돈독한 믿음 얻고
깊은 법의 요지를 분별하라.
마치 높은 산 위에 오르면
중생들을 두루 볼 수 있듯이
내가 지금 지닌 이 법을
법상에 올라 법의 눈 드러내리라.
이에 범천은, ‘여래께서는 반드시 중생들을 위하여 깊고 묘한 법을 설하실 것이다.’라고 생각하고는 뛸 듯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는 곧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천상으로 돌아갔다.
그때 범천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