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12. 마하카샤파가 처음으로 오는 품(大迦葉始來品)
세존께서 사바티의 기원정사에 계시면서 대중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니, 천신 용 귀신 들과 사부(四部)제자들이 모두 엄숙하게 정좌해 있었다.
이때 마하카사파(大迦葉)가 헤진 옷을 입은 채 처음으로 부처님께 찾아왔다.
세존께서 멀리서 그를 보시고, “잘 왔도다. 카사파여!”라고 찬탄하셨다. 그리고는 먼저 평상의 반을 나누어 앉게 하시자, 카사파는 나아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나 무릎을 끓고 말하였다.
“저는 아래의 끝줄 제자입니다. 그런데 자리를 나누시니 감히 뜻을 받아들이지 못하겠습니다.”
대중들은 모두 생각하였다. ‘이 사문에게는 무슨 기이한 덕이 있기에 세존께서 자리를 나누도록 하신 것일까. 과연 이 사람은 뛰어난 분일까? 오직 부처님만이 밝히실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여래께서는 대중들의 생각을 살피시어 의심을 끊게 하고자 말씀하셨다.
“카사파의 큰 행이야말로 성인과 동등함을 자세히 말해 주겠다.”
세존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나는 사선(四禪)의 선정으로 마음을 쉬어 처음부터 끝까지 줄어듦이 없는데 카사파 비구도 사선(四禪)에서 삼매를 얻었다.
나는 큰 자애(慈)로 일체를 사랑하는데 카사파의 본래 성품도 자애가 이와 같으며, 나는 큰 연민(悲)으로 중생을 제도하는데 카사파 비구의 연민도 그와 같다.
나는 사선삼매를 스스로 즐기기를 밤낮없이 한다. 첫째는 무형삼매(無形三昧)이고, 둘째는 무량의 삼매(無量意三昧)이며, 셋째는 청정적삼매(淸淨積三昧)이고, 넷째는 불퇴전삼매(不退轉三昧)이니, 카샤파 비구 역시 이러한 삼매를 지녔다.
나는 본래 여섯 가지 신통을 좋아하여 여섯 가지 신통을 얻었으며, 카샤파 비구 역시 여섯 가지 신통을 얻었다. 첫째, 네 가지 신족(四神足)을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 온갖 사람들의 마음을 다 하는 것이다. 셋째, 귀로 꿰뚫어 듣는 것이다. 넷째, 중생의 근본을 보는 것이다. 다섯째, 중생이 나아갈 곳을 아는 것이다. 여섯째 모든 번뇌가 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두려움이 없고 삼계에서 홀로 존귀하다.
나는 네 가지 선정(四)으로 법의 실현을 설한다. 첫째는 해정(解定)이고, 둘째는 지정(智定)이며, 셋째는 혜정(慧定)이고, 넷째는 계정(戒定)이다.
이로써 명색(名色)이 모두 없어지고 청정한 행만이 남아, 근심하거나 기뻐하는 생각이 없어져 나고 죽음의 뿌리가 끓어졌는데, 카샤파 비구 역시 그와 같다.“
세존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과거 오랜 옛적에 문타갈이라는 어진 왕이 있었다. 그의 높은 행이 세상을 빛내니, 공훈에 감동된 도리천의 왕이 그의 뛰어난 덕을 흠모하여 수레와 말을 궁궐로 보내 성왕을 영접하였다.
성황이 하늘 수레를 타고 홀연히 허공에 오르자, 도리천의 왕이 나와서 맞이하였다. 그는 성황과 함께 앉아서 즐기다가 성왕을 환송하여 궁으로 돌아가도록 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하늘의 왕은 지금의 마하카샤파이며, 문타갈 왕이 바로 지금의 나이다. 옛날 하늘의 왕은 생사의 두려운 자리에 나를 나란히 앉게 하였지만, 나는 이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법을 실현한 자리로써 옛날의 공덕을 갚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과거의 일을 말씀하시어 더욱 거룩한 덕으로써 비구 카샤파를 드러내시니, 일체가 해탈하여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었으며, 법의 가르침이 널리 퍼져서 즐거이 모두 받들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