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의 시 몇 수
풀집은 세 군데 벽이 없고
늙은 중은 선상에서 졸고 있네
푸른 산은 반쯤 젖어 있는데
성근 빗발이 석양을 지나가네
서산대사의 초옥이란 시 한편 이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이로다.
진흙소가 물 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는구나
대사의 선경을 느낄 수 있는 선시이다.
서산대사(사진=현장 스님 제공)
주인은 나그네에게 꿈 이야기하고
나그네도 주인에게 꿈 이야기 하네
지금 꿈 이야기 하는 두 나그네
역시 또한 꿈속의 사람이라네
객사에서 주인과 객이 나누는 꿈 이야기를 듣고 대사가 지은 삼몽시이다.
대사는 묘향산 원적암에서 입적하였다. 제자들에게 당신의 유품을 해남 대흥사로 옮겨 보존할 것을 당부하였다.
그리고 거울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짧은 시 한수를 읊고 가부좌한 채 입적하였다.
팔십 년 전에는
네가 나였는데
팔십 년 후에는
내가 너로구나
서산대사가 육신으로 남긴 마지막 노래, 임종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