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전(사진. 현장 스님 제공)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기도 어려운데 괴로워할게 무엇인가?
항주의 정자사 오른편으로 돌아가면 커다란 전각이 나온다.
편액을 보니 제공전이다. 술에 취한 미치광이 스님을 살아있는 부처로 받드는 전각이다.
제공 스님을 취보리라고 부른다.
항상 술에 취한 스님이란 뜻과 사람들을 보리심에 취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그는 중국인들에게 제공활불로 불리며 포청천과 함께 민중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제공 스님의 이름은 이수연이다. 불심 깊은 아버지가 40대까지 자식이 없어 천태산 국청사 나한전에서 득남기도를 올렸다.100일 기도가 끝나는 날 한분 나한이 집안으로 들어 오셨다.
제공 스님을 18나한의 화신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중국 정부는 제공 스님이 탄생한 고향집을 아름답게 복원하여 민중들과 애환을 함께하고 고통을 구제했던 그의 자취를 기리고 있다.
한때 제공스님이 서호곁의 정자사에 머물 때이다. 갑자기 원인 모를 불이 일어나 정자사가 모두 불에 타버렸다. 정자사 주지가 고민을 하자 도제스님이 절 지을 목재를 하루 만에 구해오겠다고 하였다. 그는 엄릉이라는 깊은 숲속에 가서 가사를 벗어 펼쳤다. 숲속의 나무들이 기둥, 서까래, 대들보감들로 다듬어 지더니 강물을 따라 항주로 내려왔다. 그리고 정자사 제공전 앞의 우물에서 하나씩 튀어 나오는 것이었다. 제공 스님이 절을 지을 나무가 빠져 나오자 이제 그만.‥하고 외쳤다. 지금도 우물 속에는 나무 하나가 걸려있다.
그 우물을 신운정이라 부른다.
제공 스님(사진 현장 스님 제공)
제공 스님이 술에 취하면 사람들에게 불러주던 노래가 있다.
사람의 몸 받기 어려운데 기뻐할지언정 괴로워할게 무엇인가?
一生都是命安排 求什麽
일생은 명이 다 안배가 되어 있거늘, 더 구할게 무엇이냐!
今日不知明日事 愁什麽
오늘은 어차피 내일 일을 모르거늘, 더 근심할게 무엇이냐!
不禮爹娘禮釋尊 敬什麽
부모에 무례하고 세존에게 禮를하니, 도대체 누구를 공경하느냐!
兄弟姐妹皆同氣 爭什麽
형제자매는 다 같은 기운인데, 다툴게 무엇이냐!
兒孫自有兒孫福 憂什麽
자손은 자손 스스로의 복이 있는데, 자식 걱정할게 무엇이냐!
豈可人無得運氣 急什麽
어찌 사람에게 좋은 운 올 때가 없으리오, 조급할 게 무엇이냐!
人世難逢開口笑 苦什麽
사람 몸 받기 어려워 마땅히 기뻐할진대, 굳이 괴로워할 게 무엇이냐!
補破遮寒暖卽休 擺什麽
기운 옷도 추위를 막아 따뜻할진대, 뽐내며 자랑할게 무엇이냐!
才過三寸成何物 饞什麽
단지 세치 혀만 넘기면 뭔들 될 터인데, 게걸스럽게 먹을게 무엇이냐!
死後一文帶不去 慳什麽
이 몸 죽어 뭐 하나 가져갈 것이 없는데, 인색할 게 무엇이냐!
前人田地後人收 佔什麽
앞사람의 논밭 뒷사람이 거둘진대, 애써 차지할게 무엇이냐!
得便宜處失得宜 貪什麽
싸게 얻은 물건, 싼 만큼의 손실이 있는데, 더 탐할게 무엇이냐!
擧頭三尺有神明 欺什麽
머리 위 세척에 신명이 늘 계시거늘, 기만할게 무엇이냐!
榮華富貴眼前花 傲什麽
부귀영화는 눈앞의 꽃일진대, 오만할 게 무엇이냐!
他家富貴前生定 妒什麽
남의 집 부귀는 다 전생에 지은 덕이거늘, 질투할게 무엇이냐!
前世不修今受苦 怨什麽
전생에 복을 닦지 않아 지금 괴로움을 받거늘, 원망할게 무엇이냐!
賭博之人無下梢 耍什麽
도박하는 사람은 결국 그 끝이 없을진대, 계속 더 할 것이 무엇이냐!
治家勤儉勝求人 奢什麽
근검으로 집안을 다스리는 것이 남에게 구걸하는 것보다 나을진대, 사치할게 무엇이냐!
寃寃相報幾時休 結什麽
원한은 늘 복수로 갚아 언제 그칠지 모르거늘, 또 원수를 맺을게 무엇이냐!
世事如同局一棋 算什麽
세상 일 다 한판의 바둑과 같을진대, 계산할게 무엇이냐!
聰明反被聰明誤 巧什麽
총명한 자 도리어 총명한 과오를 범하거늘, 잘난척할 게 무엇이냐!
虛言折盡平生福 詤什麽
헛된 말은 평생의 복을 없애거늘, 허튼 소리할 게 무엇이냐!
是非到處見分明 辯什麽
시비는 결국 그 분명함이 가려지는데, 변론할게 무엇이냐!
誰能保得常無事 誚什麽
누가 능히 항상 실수 없이 살겠는가, 그러니 남을 비웃을 게 무엇이냐!
穴在人心不在山 謨什麽
중요한 건 사람 마음이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닌데, 일을 도모할 것이 무엇이냐!
欺人是禍饒人福 卜什麽
남을 속이면 화가 돌아오고 용서하면 복이거늘, 점칠 것이 무엇이냐!
一旦無常萬事休 忙什麽
하루아침에 숨넘어가면 만사가 쉬거늘, 바쁠 게 무엇이냐!
항주 정자사는 염불선을 주장했던 법안종의 영명 연수선사가 주석했던 도량이다.
고려의 광종은 선사의 저술을 보고 그의 덕화를 흠모하여 고려의 승려 36명을 보내 그의 법통을 이어 오게 하였다.
